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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조범현-박경완, 지도자 선후배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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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조범현-박경완, 지도자 선후배로 만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0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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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홈 데뷔전 상대가 공교롭게 SK…덕담 건네며 선전 다짐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옛날 생각 많이 나네요.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서로 공부한 것도 주고 받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kt 위즈 조범현(54) 감독이 8일 수원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 개막전에서 SK 박경완(42) 2군 감독을 만난 뒤 그의 성공을 기원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는 감독실에서 따로 만나 덕담을 나눴고 경기 시작 전에는 악수를 나누며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띠동갑'이기도 한 조범현 감독과 박경완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갈 곳도 없었고 프로 선수가 되기에 다소 자질이 부족했던 박경완을 국내 최고의 포수로 키워낸 것이 바로 조범현 감독이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SK 박경완(왼쪽) 2군 감독과 kt 조범현 감독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직전 악수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근(72) 감독이 쌍방울을 맡고 조범현 감독이 배터리 코치로 부임했을 때 박경완은 신고 선수 신분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박경완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켜 최고의 포수로 거듭나게 했다. 쌍방울의 '선수 매각'으로 박경완이 현대로 이적한 뒤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조범현 감독이 2002년 SK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박경완을 영입, 다시 함께 야구를 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20여년 전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했다.
 
조 감독은 "처음 만났을 당시 박경완 감독은 너무 어렸고 야구에 대한 마인드도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선수생활을 마치고 지도자가 돼 선후배 관계가 됐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조 감독은 "은퇴식이 있던 날(5일)에 문자 메시지도 주고 전화 통화도 했다. '고생했다. 이제 지도자가 됐으니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공부 많이 해서 나한테도 좀 가르쳐주라'로 얘기했다"고 미소지었다.
 
또 조 감독은 감독실에서 박 감독과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옛날 추억 얘기 좀 하고 kt가 선수가 부족하니 남는 선수 있으면 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kt 조범현(왼쪽) 감독과 SK 박경완 2군 감독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경기 직전 덕담을 나누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과 조범현 감독, 박경완 감독이 경쟁을 벌이게 됐다는 점이다.
 
김성근 감독과 조범현 감독은 쌍방울에서는 감독과 코치 사이이기도 했지만 OB(현재 두산) 창단 멤버로서 코치-선수와 감독-선수라는 사제지간이기도 했다.
 
족보로 따진다면 김성근, 조범현, 박경완 감독이라는 '3대 사제지간'이 된 셈이다.
 
김성근 감독과 조범현 감독도 사제지간에서 야구계 선후배 지도자 사이가 됐듯 조범현 감독과 박경완 감독 역시 그렇게 됐다. 33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프로야구가 역사와 전통을 쌓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SK 박경완(왼쪽) 2군 감독과 kt 조범현 감독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경기 직전 악수를 나누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양보가 없었다. 박경완 감독이 이끄는 SK가 6회초에만 타순을 한바퀴 돌며 대거 7득점, kt를 14-2로 물리쳤다. 아직까지 덜 다듬어진 kt 마운드를 공략하면서 홈경기 데뷔전을 치른 kt에게 대패의 쓰라린 아픔을 안겼다.
 
그래도 조범현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조 감독은 "우리는 아직 젊고 어리기 때문에 경험이 없다는 점은 분명 걱정거리다. 상대팀에 누가 나오는지 살펴볼 여유가 없을 정도다. 그저 자신의 경기만 할 뿐"이라며 "하지만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미래다. 미래의 비전을 볼 수 있는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올시즌 kt의 목표이며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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