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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16강 느낌표는 'CU@WK리그', 관심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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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16강 느낌표는 'CU@WK리그', 관심이 힘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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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WK리그 통해 선수들 경기력 상승…올림픽, 4년 뒤 여자월드컵 도약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 필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여자축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원히 계속 이어지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 그 스토리를 이제 WK리그에서 이어가야 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프랑스와 여자월드컵 16강전 패배를 끝으로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그 마침표의 뒤에는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진다.

오는 29일부터는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가 재개된다. 서울 효창종합운동장에서는 서울시청과 수원시시설관리공단(수원FMC)이 맞붙고 인천 현대제철과 이천대교 역시 각각 인천 남동아시아드경기장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대전 스포츠토토, 화천 KSPO가 경기를 갖는다.

WK리그와 함께 8월에는 동아시아연맹컵대회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내년 2월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또 4년 뒤에는 프랑스에서 다시 여자월드컵이 벌어진다. 2년 단위로 계속 이어지는 올림픽과 여자월드컵을 치러내고 성적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노력이 부단히 이어져야 한다. 이는 한국 여자축구의 근간인 WK리그의 발전이 우선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 한국 여자축구의 두 번째 월드컵은 끝났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사진은 22일 여자월드컵 프랑스전을 마치고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있는 한국 여자대표팀 선수들. 그들이 28일 WK리그에 복귀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세계 수준에도 뒤지지 않는 WK리그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23명 가운데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을 제외하면 모두 WK리그 선수이거나 WK리그를 경험했다. 박은선(29·로시얀카) 역시 서울시청에서 뛰었고 나머지 21명 선수들은 현재 W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은 WK리그의 수준이라는 뜻이다.

한국이 여자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다는 것은 WK리그 수준도 세계와 비교해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WK리그에는 한국 선수 외에도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브라질, 중국 선수도 있다. 리동나와 마준(이상 중국)은 각각 수원FMC와 대전 스포츠토토에서 뛰고 있고 비야(브라질)는 현대제철 소속이다. 크리스치아니(브라질)도 2013년 크리스라는 이름으로 대교에서 뛰었다.

이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이 WK리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브라질과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처음에는 브라질, 중국 선수들을 상대하며 버거워했지만 이내 적응하면서 세계 축구의 수준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한국 선수들도 세계 선수들과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경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 WK리그는 아시아 쿼터제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은 2명이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의 선수를 추가로 1명 더 둘 수 있다.

연봉 상한선도 5000만원으로 다른 해외 리그에 비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어서 구단의 의지만 있다면 세계적인 선수들을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

독일이나 스페인 리그만 하더라도 연봉이 낮아 투잡을 택하는 선수가 적지 않지만 WK리그는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연봉 상한선을 50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비야 같은 브라질 선수가 WK리그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수의 생각만 맞는다면 애비 웜박처럼 세계적인 축구 스타도 WK리그에 올 수 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대부분은 W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이뤄낸 월드컵 16강은 결코 WK리그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해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볼을 다투고 있는 대교 심서연(왼쪽)과 현대제철 조소현. [사진=스포츠Q DB]

◆ 아낌없는 투자·WK리그에 대한 관심이 여자축구 발전 초석

최초의 여자실업팀인 현대제철은 아낌없는 투자로 WK리그의 최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미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당시에도 현대제철 소속 선수들이 대표팀의 대다수를 이뤘고 이번 대표팀 역시 적지 않다. 현재 WK리그에서 뛰고 있는 21명의 선수 가운데 임선주(25), 김도연(27), 전가을(27), 조소현(27), 정설빈(25), 유영아(27), 김정미(31), 김혜리(25) 등 8명이 모두 현대제철 소속이다.

현대제철은 2년 전부터 비시즌에는 스페인 등 유럽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현지 클럽과 연습경기를 하는 등 경기력을 높여왔다. 특히 현대제철 소속 선수들은 스페인 클럽 선수들과 이미 경기를 치러보며 세계 축구 수준을 일찌감치 경험했고 이는 스페인전에서 자신감을 가지는 원동력이 됐다. 현대제철의 사례처럼 다른 6개 구단도 선수와 경기력 향상을 위한 투자를 통해 1강 구도를 깨고 치열한 경쟁 체제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관심이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축구 강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WK리그지만 관중은 평균 400명에 그치고 있다. 선수 관계자나 부모, 친척, 팀 관계자와 구단의 모기업 직원들이 경기장을 메운다. 일부 북을 치며 함성을 보내는 WK리그 팬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소수다.

WK리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중요하지만 구단 내에서 각종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올해부터 지역연고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판'은 깔려져 있는 상황이다. 구단이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는 프런트가 앞장서서 팬들을 끌어모으는 노력을 기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김정선 한국여자축구연맹 사무국장은 "모든 팀의 프런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각 구단들이 제대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맹 차원에서는 계속 판을 키워가고 싶은데 아직 각 구단 형편이 좋지 못해 아쉽다"며 "그러나 연고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바탕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조만간 연맹에서 이를 위한 워크샵을 열어 관중수와 수익 증대에 대한 연구와 심도깊은 토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WK리그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브라질을 대표해 이번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비야(오른쪽)는 현재 인천 현대제철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봉 상한선이 5000만원으로 다른 리그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풀뿌리도 중요하다, 유소녀 축구 발전에 대한 방안은

남자 축구의 경우 각 학교팀에 K리그 클럽이 운영하는 연령별 팀까지 있다. 클럽 시스템과 학원 시스템이 혼합되어 있는 형태로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춰져 있다.

이에 비해 여자축구는 하부구조가 취약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초등학교 여자선수는 422명에 불과하고 중학교(494명), 고등학교(367명), 대학교(209명) 역시 숫자가 적다. 현재 실업팀에서 213명의 선수가 뛰고 있기 때문에 뛰어난 선수를 발굴할 수 없다.

그러나 K리그의 예처럼 실업팀에서 연령별 클럽을 운영하기는 힘들다. 지역내 마케팅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프런트의 숫자가 적은 상황에서 연령별 클럽까지 두라고 하기엔 무리다. 대신 연고 지역에서 교실을 여는 등 어린 학생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정선 국장은 "이미 3년 전부터 각 팀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구 교실을 열고 있다"며 "남자축구처럼 엘리트 체육 위주로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여자축구는 생활체육과 함께 가야만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향후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축구연합회가 통합된 후 어린 선수들이 생활체육 클럽에서 축구를 즐기고 이 가운데 선수로 직업을 삼고 싶은 학생들을 뽑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선 국장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팀을 만드는 것은 여자축구에서는 한계가 있다. 클럽에서 자유롭게 축구를 즐기고 이 가운데 선수로 키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더불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도 필요하다.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 WK리그는 평균 관중이 400명 정도에 그치고 있어 아직 외롭다. 올해부터 지역 연고제가 됐기 때문에 각 구단의 부단한 마케팅 활동이 절실하다. 사진은 텅 빈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과 서울시청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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