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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7) 배우 홍승범 권영경 부부의 "긍정의 기적"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6.24 10:13 | 최종수정 2016.05.27 17: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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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다수의 프로그램 출연으로 시청자의 눈에 익은 홍승범, 권영경은 '연기하는 부부'다.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두 아이를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 음악만을 바라보던 청년, 아내 덕에 연기 시작

홍승범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권영경의 권유 때문이었다. 1992년 권영경이 먼저 각종 방송 출연을 시작했고, 결혼 후 홍승범이 1998년 그를 따라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아내는 정말 좋은 연기 선생님이자 동료죠. 아내가 먼저 닦아놓은 연기자의 길을 제게 마련해 줬거든요. 저는 사실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고, 음악에 꿈이 있어서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청춘이었죠." (홍승범)

홍승범은 록밴드 보컬을 꿈꾸며 각종 기획사를 다니며 데모테잎을 돌리는 20대 청년이었다. 그러나 당시 노래실력보다 외모를 중시했던 분위기상 "노래는 좋은데 얼굴 때문에 안 되겠다"는 평을 들었다. 약 50군데에서 외모에 대한 혹평과 함께 퇴짜를 맞으니 대인기피증에 걸리다시피했다. 그는 당시의 자신을 "폐인 수준이었다"고 표현했다. 8년간 기른 긴 머리로 음악만을 하면서 녹음실에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손님이 남긴 라면 국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면 아르바이트생이 돈 받는 것을 사양하기도 했던 힘든 나날이었다. 그러다 닿게 된 아내와의 인연은 그를 새롭게 살게 했다.

"아내는 당시 큰 극장에서 공연하는, 저와는 레벨이 다른 사람이었죠. 그런 제게 '연기를 해 보면 어떻겠냐' 물었어요. 저희가 같은 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인데, '왜 연기할 생각은 안 하고 음악만 생각하느냐'고 하더군요. 그때까지 저는 오직 음악만을 바라봤는데, 아내의 조언으로 생각을 바꿨죠. 오디션을 보고 점차 경력을 쌓으면서 활발히 활동하게 됐죠." (홍승범)

 

◆ 운명같은 연애담 "돌리는 채널마다 그 사람만 보였어요"

두 사람의 인연은 대학에서부터 시작됐다. 홍승범은 신입생 OT에서 권영경에게 첫 눈에 반했다. 친해지고 싶어 주변을 맴돌았으나 권영경은 오로지 연기에만 몰두하고 이성교제엔 관심이 없었다. 홍승범이 군대에 다녀온 후에도 관계에는 진전이 없었다.

"군 전역을 하고 TV를 보니 돌리는 채널마다 이 사람이 나오는 거예요. 희한했죠. 그러던 중 어느날 전화가 왔어요. '지방 촬영 다녀와서 강변역에 내릴 예정인데 근처 놀이공원에 한 번도 안 가봤다'는 내용이었죠. 제가 그때 그 근처 살았거든요. 형의 바지 주머니를 몰래 털어서 돈을 마련해 갔어요. 자유이용권을 끊기엔 모자란 금액이라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 사람이 놀이기구를 잘 못 탄다고 하는 거예요. 당당하게 입장권만을 끊고 들어갔죠.(웃음)" (홍승범)

"당시 지방 촬영이 너무 많아서 힘들던 때였어요. 서울 집에 들어가는 게 일주일에 1~2일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생활이 몇 년 정도 쌓인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생각이 났던 것 같아요." (권영경)

"남자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권영경의 말에 홍승범은 "나와 한 달만 만나보자"고 받아쳤다. 의심 반(?)으로 만난 한 달은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줬다. 여기에는 홍승범의 서글서글함이 한 몫했다. 싹싹하게 아들 노릇을 하며 권영경의 가족들로부터 점수를 딴 덕이다. 이후 8개월만에 결혼했다.

"연애하면서 거의 아내의 집에서 살다시피 자주 들락거렸죠. 아버님과 장기도 두고 집안일도 돕고요. 저희 아버님은 지금도 저를 왕자처럼 대해주세요." (홍승범)

 

◆ 홍승범 권영경이 말하는 '음반', '연극'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

아내의 조언으로 시작한 연기에 홍승범은 재능을 보였다.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지인들을 늘려가며 점차 활동의 폭도 넓어졌다. 지금은 직업에 매우 만족한다.

"요즘은 캐스팅이 정말 어려워요. 많은 사람 중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연기자는 퇴직 없이 나이에 따라 또다른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 (홍승범)

연기를 열심히 하면서도, 이들은 가슴 한 켠에 꿈을 간직하고 있다. 홍승범의 꿈은 앨범을 내는 것이다. 그는 현재 라디오 고정출연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결혼식 축가를 다니며 그 열정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고 있다. '전국노래자랑' '남편가요열창' 등에서 상을 받고 개인적으로 음악 공부를 지속하고 있어, 이를 앨범이라는 결과물로 내놓고 싶다.

한편 한때 연극에 열정을 쏟았던 권영경에게는 무대가 그 꿈이다. 권영경은 원로 배우 윤복희, 임동진, 한인수, 최선자 등과 무대에 오르며 연기를 배웠다. 김갑수, 조재현과 함께한 연극 '좋은 녀석들', '살아보고 결혼하자'는 매회 관객이 꽉 차 뿌듯함도 느꼈다. 방송 출연료는 훨씬 사정이 낫지만 연극 무대는 늘 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방송 한 회에서 1~2신 단역으로 나올 때도 있어요.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죠. 연극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제가 공연했던 때나 지금이나 연극계는 여전히 너무 힘들어요. 지금은 아이들도 있으니 생계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죠. 공연을 보면 너무 하고 싶어질까봐 안부러 안 보기도 해요. 언젠가는 용기낼 수 있겠죠?" (권영경)

 

◆ "오늘에 최선을" 교통사고가 깨우쳐 준 소중함

이들 부부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오늘을 열심히 살자"였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모습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었다. 홍승범은 지난 2013년 12월 당한 교통사고 이후 "나의 오늘은 어제 죽은 이의 내일이다"는 새 좌우명을 새겼다. 사고로 무릎이 부서져, 병원에서는 다리를 절단하거나 낫더라도 절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저는 살면서 제가 뛰지 못한다거나, 절뚝거리며 걷는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입원해있을 때 가족들 몰래 '다리 하나 없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심지어는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그런 생각까지도 했었죠." (홍승범)

그러나 기적적으로 절단 없이도 수술은 성공했다. 삶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 홍승범은 더욱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재활 중 연기하며 동료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예전처럼 빠르게 뛰지는 못하지만 어느정도 속도도 회복했다.

"제게 힘이 됐던 건 무엇보다 가족의 응원이었어요. 저희 아이들은 연기하는 아빠 엄마를 뒀다는 것을 좋아하고 '부모 일일교사 수업'에 아빠가 와서 촬영장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죠. 정말 행복한 일이죠." (홍승범)

"예전엔 욕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젠 연기하는 것만으로 행복이란 걸 알았죠. 욕심없이 꾸준히 할머니 될 때까지 건강만 허락한다면 겸손하게 연기하려 해요. 지금은 대사 한 마디, 적은 분량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죠." (권영경)

[취재후기] 유쾌하고 넉살좋은 남편과 시크한 매력의 아내가 내는 조합은 시트콤을 방불케 했다. "10년만에 다정한 사진을 찍어본다"면서도 금세 화기애애한 현장을 연출한 두 사람과의 인터뷰는 쏟아지는 에피소드들과 재치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오소영 기자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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