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4:23 (목)
'소수의견' 윤계상 "변호사 윤진원의 욕망과 성장은 내 모습" [인터뷰]
상태바
'소수의견' 윤계상 "변호사 윤진원의 욕망과 성장은 내 모습"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25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배우 윤계상(37)이 일생일대의 캐릭터와 만났다.

만 2년의 대기 끝에 24일 개봉한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2009년 서울 용산 재개발 철거 현장 참사를 모티프 삼아 법정드라마로 완성한 작품이다. 지방대 출신의 2년차 국선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은 성공을 위해 로펌 행을 지망하다가 우연찮게 진압경찰을 살해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게 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권력에 맞서 나간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배우 윤계상’과 ‘변호사 윤진원’의 욕망 그리고 성장이 퍽이나 흡사하다는 점이다.

◆ 열등감 많았던 시기에 선택한 ‘소수의견’,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캐스팅 당시(2012년 겨울) 힘든 때였어요. 열등감이 많았던 시절이었죠.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은 한편 상업적 성공도 거두고 싶었어요. 윤진원이 박재호의 변론을 맡게 된 건 ‘당신의 변호사 생활에 가장 큰 사건이 될 거다’란 말 때문이거든요. 정의감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싶은 욕망이었죠. 그랬던 그가 점차 올바른 변호사의 길을 찾아가듯 저 역시 배우가 되고 싶어서 선택했고 성장한 것 같아요.”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출신 성분’에 대한 콤플렉스가 여전했고,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풍산개’ 등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이어 맡으며 연기자로서 무게감을 더하려 했으나 흥행 성공은 거두지 못한 뒤였다. 그랬기에 ‘소수의견’과 윤진원을 마주했을 때 “목숨을 걸겠다”는 절박함으로 달려들었다.

“감독님은 제가 청춘의 얼굴을 지녔다는 이유로 캐스팅하셨대요. 어른이 되면 세상과 타협하는 등 비겁해지는 부분이 있죠. 그런데 제겐 불에도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열정이 보였나 봐요. 그땐 열등감, 건들면 터질 것 같은 에너지가 강했으니까. 지금도 연기를 잘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요. 연기술 좋은 배우들이 부럽고요. 다만 예전과 달리 요즘은 ‘시간이 걸리는 구나’ ‘작품을 많이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겠구나’란 여유를 갖게 됐을 뿐이죠. 많이 시도하다보면 옷이 주어졌을 때 그 옷을 잘 입지 않을까요?”

 

◆ 연극처럼 촬영된 법정장면, 오디션 참가자 느낌으로 연기

촬영 전 법정영화 ‘의뢰인’ ‘어 퓨 굿 맨’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타임 투 킬’ 등을 섭렵했다. 감독의 친구인 변호사로부터 조언을 들으며 디테일을 보강했다. 그로부터 배심원단이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법정에선 변호사들이 “영화처럼 멋있게 변론하거나 검사와 법리공방을 벌이진 않는다” “감정 없이 책 읽듯 술술 읽어내려 간다”란 얘기도 들었다.

‘소수의견’에는 국민참여재판 장면이 등장한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날선 법리공방이 벌어지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이 장면은 콘티 없이 이뤄졌다. 미리 동선을 설정하지도 않고, 2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한 테이크로 촬영이 진행됐다.

“동선, 대사톤과 속도를 굉장히 많이 연습했어요. 어려운 용어들을 입에 붙이는 데도 공을 들였고요. 이경영 권해효 김의성 장광 유해진 선배님 등 쟁쟁한 배우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마치 오디션장 심사위원 앞에서 평가받는 참가자 기분이 들더라고요. 긴장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죠. 그런 긴장이 오히려 자극이 되면서 의욕이 불타올랐죠. 연습과 리허설을 많이 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편해지더라고요.”

◆ 유해진과 놀라운 연기호흡 경험...김옥빈과 다시 공연해보고파

감독의 주문은 “감정 절제”였고, 윤계상 자신의 요구는 “멋있게 보이지 말자”였다. 문제는 촬영 도중 너무 감정에 몰입돼 돌발적 행동이 튀어 나오곤 했다. 변론을 돕는 일간지 사회부 기자 수경(김옥빈)이 상황이 불리해질 수도 있는 기사를 쓰겠다고 했을 때 김옥빈의 팔을 멍이 들 정도로 힘줘 잡거나, 너무 심하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통에 감독이 “눌러 달라”는 만류를 할 정도였다.

 

‘초보’들이 성장하는데 ‘멘토’는 가뭄 속 오아시스와 같다. 윤계상에게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자 멘토는 배우 유해진이었다. 극중에서도 진원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선배인 이혼전문변호사 대석이 손을 내민다.

“진지하고 사색을 좋아하는 면, 허투루 행동하지 않는 점은 비슷해요. 사람들 그리고 술자리를 좋아하세요.(웃음) 매 컷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점은 놀랍더라고요. 애드리브가 매번 틀려요. 살아 움직이는 연기라 호흡을 중시하는 배우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죠. 저도 절로 리액션이 달라지더라고요. 형과의 관계가 극중처럼 중후반부터 진해졌어요. 함께 술 마시는 장면에서 ‘형이 잘 받아주세요’라고 부탁하곤 대사를 고쳤어요. 형에 대한 마음을 담아 ‘그땐 그 선배가 왜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지...’라고 쳤죠. 알아서 척척 받아주시더라고요. 하하.”

유해진과 마찬가지로 첫 호흡을 맞춘 김옥빈과는 팽팽한 앙상블이 돋보인다. “너무나 공수경 같아서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며 “이번엔 러브라인이 없어서 다른 작품에서 다시 한번 공연해보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 누아르 드라마 ‘라스트’서 액션본능 발산...이하늬와 결혼계획 “아직은...”

사형제 문제점을 다룬 ‘집행자’, 분단현실을 직시한 ‘풍산개’에 이어 법과 정의를 논한 ‘소수의견’에 출연하다보니 “소신 있는 배우‘란 평을 듣고 있다.

 

“얻어 걸렸어요. 후후.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 선명한 메시지를 좋아해서 선택하고 보니 그리 된 거죠. 개인적으론 청춘의 성장담을 가장 좋아해요. ‘소수의견’은 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많이들 봐주셨으면 해요. 살기 힘들어서 불만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잖아요. 안타까움, 분노가 사그라드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7월부터는 JTBC 금토 미니시리즈 ‘라스트’로 시청자와 만난다. 강형규 작가의 원작 만화를 각색한 ‘라스트’는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지하세계에서 100억을 둘러싼 남자들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서열싸움이 그려질 액션 누아르다. 윤계상은 주식작전 실패 후 인생의 몰락을 겪고 재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태호로 분해 상남자의 매력을 발산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온몸을 던지는 액션, 남자다운 누아르를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됐어요. 상대역 이범수 선배님과 붙는 장면에선 서로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와요.(웃음) 칼과 주먹만 안 들었지 잘 못하면 죽을 것 같은 느낌에 희열이 절로 생겨요. 솔직히 달달한 로코나 로맨스는 오골거려요. 남자들끼리 붙는 게 너무 재미나고 좋아요.”

[취재후기] 국민그룹 god 맏형 박준형이 26일 결혼식을 올린다. 자연스레 대중의 시선은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와 2013년 이후 공개 열애 중인 윤계상에게로 쏠리고 있다. 결혼 계획에 대해 그는 "계획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아직은 생각이 없다.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라고 에둘러 답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