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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슬프나, 희망을 노래하는 '마돈나'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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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슬프나, 희망을 노래하는 '마돈나' [영화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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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병원 VIP병동에 배치받은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은 심장이식이 필요한 전신마비 환자 철오를 담당하게 된다. 병원의 실제 소유자인 철오의 아들 상우(김영민)는 재산상속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버지의 생명 연장에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 처참한 행색의 미나(권소현)가 의식불명인 채 중환자실에 실려 오고, 상우는 해림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한 해림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졌던 미나의 과거를 추적해가며 충격적인 비밀들과 마주하게 된다. 비밀이 드러날수록 해림은 점점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아 호평 받은 ‘마돈나’(7월2일 개봉)는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다.

성모 마리아의 또 다른 이름이자, 섹스심볼 여가수 이름을 제목으로 끌어들인 ‘마돈나’는 모순투성이 현실에 대한 대담한 보고서이자, 여성주의 영화의 신선한 텍스트다.

할머니 슬하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미나는 학창시절부터 콜센터 직원, 화장품공장 노동자를 거치는 내내 외모 콤플렉스와 자신감 부족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다. 폭식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려 들면서 ‘마돈나’란 별명을 얻게 된다. 버거운 삶 속에서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 애쓰는 미나와 달리 해림은 과거의 쓰라린 상처 탓에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길거리를 전전하며 남성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대상으로 전락한 미나와 재벌2세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도구가 되는 해림은 극명하게 다르지만 이란성 쌍둥이와 같다.

‘순환선’ ‘명왕성’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신수원 감독은 자본주의 생태계 최하위층에 존재한 두 여자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플롯을 섬세하게 제어한다. 타락한 욕망과 폭력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부스러지는지를 잔인할 만큼 생생하게 파헤치는가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삶의 투쟁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마돈나의 궤적을 추적해가는 해림 역 서영희는 배고픔과 외로움만이 들어찬 ‘빈 방’의 눈빛으로 극을 지배한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의 드라마틱한 연기와 달리 극도로 절제된 대사와 감정 표현으로 캐릭터를 너끈히 빚어낸다.

미나 역 권소현은 올해 한국영화계의 놀라운 발견이다. 뮤지컬·연극에서 10년 경력을 쌓은 배우답게 15kg의 체중을 늘려가며 마돈나의 밝음 그리고 그늘을 안정된 연기술과 집중력으로 표현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뜩 주눅 든 채 토해냈던 “전 최선을 다했어요...언제나”란 대사는 가슴을 후벼 판다.

이외 김영민 변요한 고서희 김호정 박현영 유순철 등 조연과 단역들은 적재적소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고요하고 슬프나, 집요하리만치 희망을 노래하는 '마돈나'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 러닝타임 2시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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