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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착하는 소녀에서 여자로 '가시' 조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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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착하는 소녀에서 여자로 '가시' 조보아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09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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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배우 조보아(23)는 2012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데뷔 2년도 안돼 드라마 ‘마의’로 호된 신고식을 치러서일까. 그는 일년 반 동안 절치부심하며 ‘가시’를 준비했다. 생애 첫 영화에서 베드신과 극단적인 감정신을 소화하며 장혁, 선우선 등 선배들 사이에서도 당찬 존재감을 과시했다. 오로지 연기로만 승부하고 싶다는 이 여배우의 무기는 ‘집착’이다.

[스포츠Q 글 이예림• 사진 이상민기자]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캐릭터였어요. 특히 ‘가시’의 영은이는 평소 제가 하고 싶었던 사랑과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사랑하니까 구속하고 끝까지 집착하는 연애를 하고 싶었거든요.”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또래답지 않은 농염함을 내뿜는 영은은 조보아가 가진 특유의 눈빛으로 완성됐다. 학창시절 한번쯤 경험했을 짝사랑을 스릴러의 소재로 삼았을 때는 기존 배우들이 가진 이미지의 답습도 중요하지만 신인 배우의 당돌함이 더 자극적일 수 있다는 걸 ‘가시’는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다.

 

◆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거머쥔 여주인공

여배우를 발탁하는데 탁월한 김태균 감독은 250여 명의 여배우 사이에서 조보아를 선택했다. 영화 ‘화산고’로 신민아를, ‘백만장자의 첫사랑’으로 이연희를 스크린에 데뷔시킨 김태균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 주목받은 만큼 조보아의 부담은 남달랐다.

“오디션은 2개월 동안 7차에 걸쳐 진행됐어요. ‘가시’ 시나리오에 나온 영은이의 분량을 거의 다 해 봤을 정도로 세세한 진행이었죠. 본격적인 영화 촬영에 들어가니 두 번째 작품이라 조금은 편하더라고요. 현장에선 모든 걸  놔버리고 즐겼어요."

영은이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인물이다. 부모 형제도 없이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라는 설정으로 외롭게 자랐음이 암시될 뿐이다. 학창시절 한번쯤 경험했을 짝사랑이 점차 소유욕으로 변해가면서 주변 인물을 위협하게 된다. 어느 장면 하나 쉽지 않았을 텐데 조보아의 대답은 의외로 당찼다.

“여러 명의 영은이를 연기한 게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가진 한 인물을 표현했을 뿐이라 힘들지 않았어요. 굳이 꼽자면 아파트 테라스 난간에 매달려 '놀이기구 타는 것 같다'며 즐기는 신이요. 겉으로는 웃지만 버림받을 걸 눈치채고 감정 기복이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신이라 감독님께도 디렉팅을 많이 받았구요."

조보아는 영화의 첫 파트너로 장혁을 만났다. 장혁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15년차 배우로 실제 열 다섯살 차이가 난다.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가 좋기로 유명한 장혁의 젠틀함은 '가시'에서도 빛을 발했다.

“촬영 시작하기 전 작품과 캐릭터 분석을 같이 해주셔서 연기할 때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았아요. 촬영에 들어가서는 선후배 관계보다 남녀의 감정에 충실했어요.”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등장하고 나이차가 많은 남자와의 애정신이 있다는 점에서 '가시'는 '은교'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지난해 '은교'로 신인상을 거머쥔 김고은과 1991년생 동갑인 조보아는 걱정과 존경의 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은교’를 봤는데 제가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김고은씨가 뛰어난 연기를 펼치더라고요. 외모도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저도 김고은씨와 비교될까봐 걱정이에요. 고은씨가 나온 최근 영화 ‘몬스터’도 봤는데 비교를 떠나서 그는 멋진 배우예요.”

◆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 선택한 연기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부터 역할과 자신을 동일화하고, 작품이 끝나면 분리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반복한다.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20대 초반의 여배우가 표현하기에 다소 벅찬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촬영이 끝나면 공허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영은이와 이별하니 제가 정말 죽어버린 느낌이 들더라구요. 촬영이 끝난 뒤에도 준기 선생님이 보고싶을 정도로. 그래서 혼자 있지 않고 가족들이랑 여행을 가고 운동을 하면서 이겨냈어요. 빨리 다음 작품을 해야 완전히 벗어날 것 같아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겁이 많은 성격을 고치기 위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욕구도 점차 커져갔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연기였지만 조보아의 첫 사극 ‘마의’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상대 배우 조승우의 연기 대상과 함께 조보아의 연기력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능력 이상의 역할을 맡았는데 열정만 있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어요. 너무 속상해서 그 뒤에 1년 반 동안 이를 갈면서 ‘가시’를 준비했죠. 온갖 시나리오들을 구해서 읽고 따로 연기 레슨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영은이란 캐릭터가 왜 부담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다시는 연기력으로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악물었죠."

 

◆ "요즘 외로워서 연애 관련 서적을 읽고 있어요"

20대 초반의 여배우답게 연기외에 화두는 '남자'였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과 조곤조곤한 말투로 답했던 그는 대만 배우 주걸륜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하이톤의 말투가 나왔다.

“한국영화는 가리지 않고 다 보는 편이고 외국 영화도 좋아해요. 50번 가까이 본 작품도 있어요. 대만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인데 배우 주걸륜이 연출하고 직접 피아노 연주까지 했어요. 그런 시간 여행을 하는 판타지 영화를 찍고 싶어요.”

'가시'를 마치고 난 뒤 외로움이 커져 연애나 사랑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다는 조보아는 최근 빠져 있는 두 권의 책을 소개했다. 연애 고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사랑학개론’을 읽으며 운명의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

 

“연기에는 끝이 없어요. 캐릭터도 다양하고 질릴 틈이 없는 멋진 직업이잖아요. 연기 하나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스릴러 연기를 해봤으니 이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배우를 하기 전에는 스튜어디스가 꿈이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항공사 모델을 하고 싶어요. 그럼 제 꿈은 다 이루어지는거네. 하하."

[취재후기] 기라성 같은 선배에게 주눅들지 않는 배짱, 연기에 대한 집착, 입는 옷에 따라 달라 보이는 얼굴. 거기에 한예슬, 하지원 등 미녀 스타들을 떠올리게 하는 미모까지. 사박자를 갖춘 이 여배우가 다음에는 어떤 옷을 입을지, 연기는 어떻게 진화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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