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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화끈하게" kt '초보 야구마법사'들의 신나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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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화끈하게" kt '초보 야구마법사'들의 신나는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0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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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기업 컨셉트에 맞는 '젊고 역동적인 팀' 구축…아직 부족한 경험은 단점

[300자 Tip!] kt 위즈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지난해 '제10구단'으로 선정된 kt는 선수 선발과 드래프트를 거쳐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퓨처스리그에 데뷔했다. 첫날부터 '대박'이었다.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선수가 나오면서 지난해 북부리그 우승팀 경찰청을 대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아직 마운드가 안정되지 못해 전력은 들쭉날쭉하다. 내년 1군에서 경쟁을 벌일 kt, 과연 어떤 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 kt 위즈 선수들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SK와 퓨처스리그 홈 개막전을 갖기 전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경청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kt 기업의 컨셉트는 바로 젊다는 것입니다. 막내구단인 kt 위즈 역시 '젊고 역동적인 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젊고 역동적이라는 컨셉트가 얼마나 수원 팬들과 국내 야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kt의 홈 데뷔전이 열린 지난 8일 수원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만난 김진훈 단장은 kt의 야구가 앞으로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는 야구를 하는 것은 모든 팀들의 바람이지만 kt는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경기를 하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제 갓 창단한 kt에게 이런 야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경기 운영 능력도 떨어지고 아직까지 위기를 헤쳐나오는 방법이 서툴다. 그래서인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젊다. 이번 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온 신인 25명이다. 퓨처스리그에서 탄탄한 팀을 만들어 내년 1군 무대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가득차 있다.

▲ 김민재(왼쪽에서 세번째) kt 수비코치가 8일 수원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열린 경기 직전 김병희 등 내야수들에게 수비 훈련을 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아직 경험치 '제로', 차근차근 업그레이드

kt 위즈 선수들은 경험이 많지 않다. 이제 막 프로야구를 배우는 단계의 신인들이 많다. 또 신고선수가 22명에 이른다. 프로선수라는 직함은 얻었지만 1군에 데뷔하지 못하고 힘든 2군 생활만 계속 했던 선수들이다.

1군에서 단 한 경기라도 뛰어봤던 선수는 고작 6명밖에 되지 않는다. 젊은 kt 위즈에서 유일하게 70년대에 태어난 신명철(36)이 가장 많은 1123경기의 출전기록을 가지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조중근(32)이 통산 396경기를 뛰었다. 나머지 4명은 채 10경기가 안된다.

이러다 보니 현재 kt 위즈의 경험치는 '제로'에 가깝다. 이 때문에 조범현(54) 감독의 '첫번째 미션'은 퓨처스리그에서라도 단 한 경기라도 선수들을 더 뛰게 하면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kt 선수들의 경험 부족은 8일 홈 개막전에서 잘 나타났다. kt는 이날 경기에서 2-14로 대패했다.

▲ 조범현 kt 감독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 직전 팀의 운영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조범현 감독은 kt를 젊고 패기 넘치며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만든다는 각오다.

이날 상대인 SK는 임훈, 이명기, 안치용, 한동민, 김상현 등 1군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선발 라인업을 받아든 조범현 감독은 "사실상 1군이 아닌가. 박경완 (SK 2군) 감독이 우리를 제대로 훈련시킨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경기 초반 팽팽했던 접전은 6회초 한순간에 SK에 넘어갔다. 5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지던 선발 박세웅(19)이 6회초부터 급격하게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대량 실점하고 말았다. 5.2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박세웅은 바뀐 투수 한윤기(26)가 임훈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자책점이 7점으로 늘어났다.

조범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박)세웅이가 6회에 위기를 맞자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더라. 투수는 완급조절이 중요한 것인데"라며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고졸 신인이다. 계속 등판시켜 경험을 쌓게 하면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험이 부족한 것은 박세웅뿐이 아니었다. 중견수 김사연도 박계현의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을 잘못 파악한 탓인지 키를 넘기는 3루타를 내줘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박세웅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위기가 닥치자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kt 외야수 신용승이 8일 수원 성균관대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 직전 번트훈련을 하고 있다. 신용승은 이날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 kt는 '기회의 팀', 패기로 밀어붙인다

kt 위즈 선수들의 경험은 크게 떨어질지 몰라도 패기 하나만큼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못지 않다.

전 소속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여기서도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분명한 목표의식 등이 이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공포의 외인구단' 같아보이기도 하다.

지난 1일 kt의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김사연(26)도 남들 못지 않은 '사연'을 갖고 있다.

2007년 한화의 신고선수로 프로 무대에 들어온 뒤 지난해 넥센에서 뛰며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90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다. 출루율도 0.316으로 그리 나쁘진 않았고 도루도 27개나 기록해 리드오프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97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은 단 하나였다.

kt로 온 뒤 달라졌다. 이제 겨우 7경기를 뛰었을 뿐인데 벌써 홈런이 2개다. 8일까지 타율 0.419에 도루도 3개나 기록했다. 출루율이 0.472로 지난해보다 부쩍 올랐다. 아직 시즌 초라고는 하지만 분명 기대해볼만한 기록이다.

▲ kt의 창단 첫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김사연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SK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타구의 방향을 지켜보고 있다. 김사연은 빼어난 타격감과 빠른 발로 kt의 리드오프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사연은 "kt는 기회의 팀"이라고 먼저 운을 뗀다.

그는 "내년에 1군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까 도전 의식이 높아졌다"며 "기존 팀들은 이미 1군 엔트리가 정해져있어 들어가기가 쉽지 않지만 여기서는 열심히 잘하면 1군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생팀이기 때문에 패기있는 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주장인 신명철 선배와 조범현 감독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 크게 뒤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팀이 되자고 주문한다"며 "지고 이기는 것을 떠나서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리드오프 역할이 편하다는 그는 "일단 출루하면 죽어도 좋으니까 일단 뛰라고, 도루를 시도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며 "이런 강인한 모습이 kt의 패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kt 외국인 선발투수 마이크 로리가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 직전 공을 던지며 몸을 풀고 있다. 멕시코와 대만 등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마이크는 지난 4일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 잘 뽑은 외국인 투수, 내년이 더 기대

현재 kt의 유일한 외국인 선수는 바로 투수인 마이크 로리(30)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마이크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그는 지난 4일 넥센 2군팀인 화성과 경기에 나와 6이닝동안 삼진 8개를 잡으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마이크는 한국 프로야구가 낯설지 않다. 2012년 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의 라미고 몽키스가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에 3-0으로 이겼을 당시 선발투수가 바로 그였다.

마이크는 팀내에서도 인기가 좋다. 경기 직전 서로 글러브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좋은 제품이 있으면 구입처까지 알려줄 정도다. 벌써 간단한 한국어도 많이 익혀 동료들과 소통하려고 애쓴다.

마이크가 금방 한국 문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멕시코나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야구에 적응하는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한 탓이다. 음식 먹는 것도 까탈스럽지 않다. 한국말로 "매운 음식 좋아, 괜찮아"라고 씩 웃어보이는 그다.

마이크는 "퓨처스리그에서 뛴다는 것 알고 왔고 이런 환경도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불편한 것 쯤은 상관없다"며 "한국 야구는 대만보다 파워도 뛰어나면서도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 참을성까지 있어 훨씬 수준이 높다. 전반적으로 기량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어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스트라이크를 초반에 던지는 것이 한국 야구 적응의 관건인 것 같다"며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해외에서 야구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마이크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뛰어봤기 때문에 향수병 같은 것은 없다. 얼마 전에는 아내가 한국에 들어와 함께 살고 있다"며 "숙소로 제공해준 아파트 주위에 편의시설도 많아 너무 편하다. 음식도 잘 맞고 모든 것에 만족한다.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하나는 제대로 잘 뽑았다.

▲ kt 선발 박세웅이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SK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19세 고졸 신인인 박세웅은 혹독한 스프링캠프 훈련을 이겨내며 조범현 감독으로부터 미래의 에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 아직 삐걱거리지만 "우리 길을 간다"

kt 위즈 선수들은 정말 포기라는 것을 모른다. 8일 경기에서도 0-14로 지고 있던 8회말에 김동명이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이미 큰 점수차로 지고 있었지만 그냥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패기가 느껴진다.

조범현 감독은 "이기면서도 배우지만 이렇게 지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경험 많이 쌓게 해야 한다"며 "아직 우리 선수들은 상대팀에 누가 나오는지 볼 여유조차 없다. 그저 자신들의 경기만 하기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아직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단계는 아니지만 공격은 생각보다 좋아져 긍정적"이라며 "투수도 한두명 좋아지고 있다. 경기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계속 보완해나가면 된다. 우리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는 신인들에게 정말 힘든 스케줄이었는데 그것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한 선수가 바로 박세웅이다. 기본 자질 뿐 아니라 성실한 모습에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며 이날 선발로 나선 박세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kt 위즈의 지금 모습은 이제 막 '야구 마법'을 쓰기 시작한 초보의 모습이다. 젊은 패기와 함께 경험까지 쌓이면 지난해 NC가 그랬듯 내년 kt가 돌풍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조범현 감독의 얘기다.

화려한 '야구 마법'을 부리게 될 kt 위즈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 kt 채종범 타격코치가 8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 직전 공을 던져주며 타자들의 타격을 지켜보고 있다.

[취재 후기] 좋은 팀에는 항상 에이스와 뛰어난 리드오프가 있기 마련이다. kt 위즈의 현재 에이스와 리드오프는 박세웅과 김사연이다. 박세웅은 비록 8일 SK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1일 경찰청과 경기에서는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김사연 역시 1일 경찰청과 경기에서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뒤 6일 화성전에서도 사이클링히트에서 3루타가 하나 모자란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이 제대로 성장해준다면 kt는 분명 내년 1군 무대에서도 제대로 된 '야구 마법'을 부릴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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