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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쟁이, 배우, 사업가...파란만장 김의성의 '소수의견'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26 16:02 | 최종수정 2015.06.26 1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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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형의 시대는 간 것 같다. 살살 해라” “그렇다고 니 시대가 온 건 아니다”.

배우 김의성(50)과 이경영(55)이 주고받은 말이다. 요즘 필모그래피를 보노라면 ‘명품 조연’ 다작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웬만한 영화에서 그들의 이름이 빠지는 법이 없다.

두 사람이 공연한 법정영화 ‘소수의견’(24일 개봉)에서 김의성은 철거현장 살인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 조작마저 서슴지 않는 검찰청 부장검사 홍재덕으로 출연한다. 권력의 충실한 파수꾼, 그 민낯이 소름 끼치도록 드러난다. 26일 오후 고즈넉한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중년이 선사한 풍요로움을 즐기고 있는 배우를 만났다.

 

◆ 판사 역 제의받았으나 제일 잘해낼 자신감에 악질 검사 요구

“2년 만에 개봉되는 거라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창피한 작품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다. 까보니 단단하게 나와서 안심이 됐다. 법과 권력, 정의라는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서라기보다 PD와 친분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한 영화다. 처음엔 여러 판사 중 한명이었다. 시나리오를 읽다보니 홍재덕이 눈에 들어왔다. ‘왜 내게 (이 역을)주질 않지?’ 싶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연기할 것 같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나이와 개런티를 언급하더라. ‘그냥 하자’고 했다.”

현실에 이런 유형의 인간이 많아서 표현하기엔 쉬웠다. 다만 촬영장에서 자신만 ‘나쁜 놈’이라 외로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었는데 캐릭터들과 어우러지면서 어수룩한 면, 코믹한 면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홍재덕처럼 내가 고시공부 끝에 검사가 됐다면 나도 이런 사람이 돼있을 수 있다. 내가 이런 선택을 안 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사람은 환경과 위치가 규정한다. 자신의 스탠스에서 망설임 없이 나쁜 행동을 하는 이들, 많다. 자신의 행위를, 큰 그림에서 보면 국가를 지탱하는 힘이나 봉사로 여기는 확신범이 바글대지 않나. 나 역시 그런 함정에 빠지지 말란 법도 없고.”

◆ 후배 윤계상과 김옥빈 열연 인상적...절친 권해효 일등공신

‘소수의견’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 모두가 훌륭했다. 처음 공연한 후배 윤계상과 김옥빈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국선변호사 진원 역 계상이가 너무 잘했다.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을 발휘해야 하는 주연 배우로서 한발 앞으로 크게 내딛는 분깃점이 될 거다. 사회부 기자 수경 역 김옥빈은 좀 더 빛이 났어야 하는데 그의 능력에 비해 적은 캐릭터 비중 등 몇가지 이유로 조금 가려진 면이 아쉽다. 당차면서 똑 부러지게 연기하는 친구더라. 옥빈이 뿐만 아니라 이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각자 커리어의 주체로 서 있다. 남성에 종속돼 있거나 전형적 성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일그러지지 않아 만족스럽다.”

특히 일등공신으로 판사 역 권해효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친구이자 동료다.

“90년대 초 같이 연극을 했고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에서도 함께했던 권해효의 이번 연기에 대해 작품 관계자들이 고마워해야 한다. 법정을 틀어쥐는 판사 역을 맡아 균형과 개성, 공평한 듯하면서 치우친 역할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다른 배우였다면 그런 퀄러티는 나오지 않았을 거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였다.”

◆ 90년대 영화·드라마 훈남 주인공에서 악역 ‘입문’

1988년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연극무대에 데뷔한 김의성은 그해 장선우 감독의 ‘성공시대’에 출연하며 영화에 입문했다. 90년대 기획영화 시절 그는 지금의 이선균처럼 반듯하고 지적인 훈남 배우로 영화(‘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억수탕’)와 드라마(‘머나먼 쏭바강’ ‘작별’ ‘결혼’) 남자주인공을 섭렵했다.

'소수의견' '관상' '자유의 언덕'의 김의성(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01년 연기 중단 전까지 악한 캐릭터를 맡아본 적이 없다. ‘관상’(2013)에서 인상적인 발성으로 짧고도 굵게 나와 강렬한 잔상을 남긴 한명회를 연기하면서부터 악역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현재 ‘악역 예찬론’을 설파할 만큼 그 매력에 푹 빠져 있다.

“30대까지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주로 했다. ‘관상’에 이어 ‘용의자’ ‘살인의뢰’ ‘소수의견’에서 해보니 재밌고 연기하기가 쉽다. 한국의 40~50대가 되면 악이 쌓여서(웃음) 표현이 일단 수월하다. 특히 영화판에서 나이 든 배우가 주연이 아닐 경우 악역이 많으니 쓰임새가 많다. 착한 역은 변주가 한정되는데 악역은 마음껏 시도할 수 있다.”

◆ 사업가 변신...베트남에서의 10년...충무로 복귀

2001년 배우활동을 접고 대형 배우 매니지먼트사 윌스타 엔터테인먼트 이사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친구와 함께 베트남으로 건너가 드라마·시트콤·연극제작을 하다가 CJ미디어 베트남지사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10년을 한류 열풍 지대 베트남에서 사업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1년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을 통해 배우로 돌아왔다.

“그땐 평생 배우 안 하겠다고 결심했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 연기를 못하는 것 같단 생각에서였다. 베트남에서의 사업은 한류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너무 일찍 했던 것 같다.(웃음) 여러 분야를 헤집고 다녔는데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은 없다. 그 시간이 있으니 지금 행복하게 배우생활을 하고 있는 걸 테니까. 다만 배우 입장에서 볼 때 정신적·육체적 황금기였던 시절을 다른 일로 보냈다는 게 아쉽긴 하다. 지금은 연기에 대해 ‘못하면 어때!’ 식으로 뻔뻔해졌다.”

 

그에게 기회의 손길을 내밀어준 이는 홍상수 감독이다. 1996년 문제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유부녀에 집착하는 3류 소설가 효섭을 맡겨 각종 상을 휩쓸며 ‘개성파 배우’ 탄생의 기회를 안겨준 은인이다.

“유학 후 저예산으로 만들 작품 속 남자 주인공을 찾던 중 그 한도 내에서 쓸 배우가 나였기에(웃음) 내가 선택받았다. 연기를 접고 있을 때 다시 제의를 해줬으니 굉장히 고마운 분이다. 현재 활약 중인 감독들이 젊은 시절에 충격을 받았던 영화가 ‘돼지...’였기에 그 힘으로 내가 재기할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 내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 바로 잡아주시는 분이다. 훌륭한 예술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마스터피스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심지어 그의 작업에 참여하고 있기까지 하니.”

◆ “연기만큼 재밌는 게 없어...중년에 웬 복인가 싶다”

긴 공백기 끝에 시동을 다시 건 배우활동은 기쁨으로 충만하다. 여기에 나이듦은 연기술을 펼치는데 있어 동력 역할을 해준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많은 배우들, 감독, 스태프들과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현장에 가 있으면 너무 재미나다. 그간 살아왔던 것,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연기에 도움이 된다. 남자배우들에게 있어 노화는 절대 손해가 아니다. 유리한 조건이다. 나를 되돌아봐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고, 나이에 맞게 어른스러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로 먹고 사는 게 너무 좋다. 그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해본 결과, 이 일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중년에 웬 복인가 싶다.”

 

‘소수의견’ 이후에도 그의 출연작은 줄줄이 이어진다. 오는 8월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블록버스터 시대극 ‘암살’을 비롯해 ‘오피스’ ‘저널리스트’가 개봉될 예정이며 촬영에 한창인 공유 주연의 재난영화 ‘부산행’은 내년 상반기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직설화법의 트위터 스타, 기부활동으로 방향 전환

한동안 그는 트위터 스타로 군림했다. 정치사회 현상에 대한 촌철살인의 독설, 진보적인 직설 화법으로 팔로워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말과 올초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응원을 위해 광화문 네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굴뚝데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길에 오르내렸다.

“요즘은 묵언수행 중이다.(웃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까봐서다. 앉아서 200자 글로 떠드느니 작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날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몇 군데에 기부를 하고 있다. 언행에 조심스러워지는 건 사실이다. 내 의도와 상관없는 결과가 나오다보니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발언해야할 것 같다.”

[취재후기] 20여 년 만에 만난 김의성 배우는 어깨에 올려놓은 무게를 덜어내고 한층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의 가벼움, 자유로움은 ‘스물’의 치호 아버지, ‘빅매치’의 도형사 연기에서 십분 확인된다. 40대 배우시기를 딜리트한 뒤 돌아온 그의 사뿐거림이 반갑다. 사족 하나. 소수의견에 처했을 때 그의 대처방식은 '참고 맞춘다'이다. 대의가 아닌 일상에선 그런 태도가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신 그 속상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영화 현장에선 약자들의 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이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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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원중 기자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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