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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여자월드컵 16강 전사, 팬들과 다시 뛰는 WK리그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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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여자월드컵 16강 전사, 팬들과 다시 뛰는 WK리그 [SQ현장]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29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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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선수 8명 배출한 현대제철, 경기 시작전 사인회 인기몰이…최인철 감독, 7명 출전시키며 총력전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월드컵 끝나고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경기에 나오겠어? 하프타임에 한번 인사하러 나오겠지."

인천현대제철의 유니폼을 입은 한 노신사가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은 뒤 경기장으로 들어가며 툭 던진 얘기였다. 사실 취재진도 현대제철 소속 여자월드컵 16강 주역들이 WK리그 경기에 나올까 반신반의했다. 나온다면 출전시간이 적었던 김도연이나 임선주 정도가 교체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최인철 감독은 이같은 예상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교체출전까지 포함해 전가을을 빼고 7명의 선수가 모두 나섰다. 만약 교체 선수 여유가 더 있었다면 모두 나섰을 수도 있었다. 최인철 감독의 월드컵 멤버 투입에 모처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 활기가 돌았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현대제철 팬들이 29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사인회 직전 선수들을 기다리며 직접 사인을 받을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사인회 100여명 몰려

12년 만에 도전에 나선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최초의 16강 위업을 달성하고 개선한 태극낭자들이 모두 나선다고 하지만 과연 사인회에 얼마나 많은 팬들이 몰려올지는 알 수 없었다.

강동원 현대제철 대리는 "처음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인근에서 사인회를 실시할까도 생각했다"며 "그러나 인천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강남역까지 왕복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결국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경기장 앞에서 여는 것으로 확정했는데 얼마나 많은 팬들이 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전긍긍했다.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29일 열린 현대제철과 대전스포트토토의 경기 직전 열린 사인회에 몰린 팬들은 100여명 정도. 여자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공을 거두고 온 선수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숫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마다 현대제철 유니폼을 입고 있거나 학교에서 축구를 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야말로 '열혈'이자 '진성 팬'들이었다.

조소현은 "팬들이 사인회에 얼마나 올지 사실 걱정이 많이 됐다"며 "그래도 창피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기대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이 오셨다.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어드리겠다"고 활짝 웃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현대제철 골키퍼 김정미가 29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사인회에서 환하게 웃으며 정성스럽게 사인하고 있다.

인근 학교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는 한 초등학생은 "시간이 되면 평소 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 와서 WK리그를 보곤 한다. 코치선생님의 숙제"라며 "그런데 경기장 앞에서 누나들이 사인을 해줘 너무 기뻤다. 보물 1호가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자전거를 타고 우연히 지나가던 한 아저씨도 "TV에서 저 선수들 봤는데"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나 막상 사인받기가 쑥스러웠는지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5분여 동안 사인회 광경을 지켜보다가 사라졌다.

사인회를 마치고 양팀 감독과 선수들은 나란히 입장해 '2015 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 대한민국 여자 축구 선수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자축 플래카드를 펼치며 관중들과 소통했다.

◆ 이세은의 명품 무회전킥…월드컵 멤버들의 화려한 복귀전 '볼거리 풍성'

홈경기를 치르게 된 현대제철은 전반 1분, 아니 정확하게는 50여초 만에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미드필드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이세은이 왼발 프리킥으로 골문을 연 것. 이세은의 발등에 공이 정확하게 얹히면서 무회전 킥이 됐고 스포츠토토 강가애의 품에 안기려는 순간 뚝 떨어졌다. 공은 그대로 강가애의 다리 사이로 빠져들어가며 골이 됐다.

얼핏 봐서는 강가애의 '본헤드 플레이'로 볼 수 있었지만 무회전킥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골 장면만 본 일부 장년층들은 "에이, 저게 뭐야. 실수했네"하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축구를 좀 아는 팬들은 "이세은 무회전킥이 멋지게 들어갔네"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세은도 "사실 골이 될 줄은 몰랐다. 강가애가 쳐낼 것으로 생각했다"며 "쳐내서 공이 흘러나올 것을 대비해 선수들에게 빨리 들어가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다리 사이로 쑥 빠져들어가서 나도 놀랐다. 평소 무회전 킥에 자신은 있었지만 의외의 골이었다"고 기뻐했다.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첫 16강 달성을 기념해 29일 인천남동아시아드서 벌어진 WK리그 경기에 앞서 인천현대제철과 대전스포츠토토 선수단이 자축 현수막을 펼쳐들고 관중에 인사하고 있다.

포문을 이세은이 열었다면 그라운드를 더욱 화려하게 수놓은 것은 역시 여자월드컵 멤버들이었다. 골키퍼 김정미와 수비수 김도연, 임선주가 선발로 투입됐다. 이에 대해 최인철 감독은 "김정미는 골키퍼니까 언제든 출전할 수 있고 김도연과 임선주는 월드컵 출전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에 스포츠토토의 공세가 거세지려고 하자 아껴뒀던 조소현을 투입시켜 공수의 조화를 맞추고자 애썼다. 월드컵 무대에서 봤던 긴 금발을 아니었지만 조소현의 투입만으로 팬들의 환호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김혜리, 정설빈, 유영아까지 교체로 나서며 월드컵 멤버들의 복귀전이 열렸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발목을 다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혜리도 통증이 사라진 듯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수비에 힘썼다.

최인철 감독은 "사실 전지훈련을 할 때에는 사흘, 심지어 이틀마다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며 "선수들 스스로 비행기 내에서 시차적응을 하는 방법을 모두 터득하고 있고 귀국한 후 닷새 동안 잘 먹고 잘 쉬면서 경기를 대비해왔다. 경기 출전에 무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대략 300여명. 5000명 규모의 경기장이 가득 차려면 크게 모자라는 숫자다. 하지만 최 감독은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고 성과를 거뒀으니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며 "내 꿈은 언제나 이 경기장이 가득 차는 것이다. 오늘 경기 흥행은 100% 만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팬들이 오셨으니 60% 만족한다. 만족도가 100%가 되는 날을 기다리겠다"고 미소지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인천현대제철 조소현(왼쪽)이 29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대전스포츠토토와 2015 WK리그 14라운드 홈경기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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