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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스포츠가 아름다운 '사소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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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스포츠가 아름다운 '사소한 순간'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6.30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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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FC, 백청강, 정우람, 전광인, 여자축구, 이들의 공통점은?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사진이 아름다운 이유는 '걷기'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켜켜이 쌓인 고뇌를 밟으며 길을 걷다 보면 바쁜 일상에선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을 직관하게 된다.

길섶에 핀 이름 모를 풀잎의 건강한 냄새와 이른 새벽 온몸을 채우는 강렬한 태양의 온기, 혹은 어스름한 달빛이 1mm씩 움직이는 사소한 소리 등이 그렇다.

그 순간은 몸과 마음이 충분히 느렸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바,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 또한 같은 이치기에 걷기와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포토 포커스에선 지난 한 달간 있었던 스포츠 경기에서 직관된 사소한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한다. 역동적이거나 짜릿한 흥분은 없지만 한가로이 산책로를 걸을 때처럼 느리게, 더 느리게 사진을 살피길 바란다. 그러다 가슴 한 켠이 저릿해 오거나 따스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다.

 

화성FC, FC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하다

지난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파란이 일어날 뻔 했다. 순수아마추어리그 K3에서 1위를 달리는 화성FC가 FA컵에서 K리그 클래식 강호 FC서울을 맞아 선전을 펼친 일이다. 후반전 동점골을 넣고 기세가 올랐을 때만 해도 어쩌면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나 싶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터진 FC서울 윤주태의 역전골로 인해 그들의 이야기는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고 화성 선수들은 본부석 맞은편으로 걸어가 응원해준 팬들에게 머리를 숙였고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에 감복한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팬들의 애정, 고개숙인 화성FC 선수들의 뒷모습이 그리 쓸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 직장암 투병 극복한 백청강 "포기는 없어!"

가수는 무대에 서야 아름다운 법! 직장암 투병을 이겨내고 새로이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백청강이 수원 KT위즈파크에 마련된 응원무대에 올라 자신의 노래 '배드걸'을 열창하고 있다. 마이크를 꼭 쥔 왼손과 팬들을 향해 들어보인 새끼손가락은 마치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래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듯 했다.

그런 그의 진심어린 노래에 팬들의 애정어린 박수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정우람, 혼신의 역투 마친 마무리의 긴 한숨

야구는 9회부터란 말이 있다. 장맛비가 하염없이 내렸던 지난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 경기 9회는 SK 마무리 정우람에겐 무던히도 기나긴 이닝이었다. SK 김용희 감독의 믿을맨으로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이었다.

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리 점수를 허용, 9회말 8-7 한점 차까지 따라잡히며 역전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정우람은 모두가 숨죽인 순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긴 한숨을 내쉬는 모습으로 세리머니를 대신하고 있다. 마무리의 고충이 물씬 느껴지는 순간이다.

 

전광인, 에이스는 뛰고 싶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주포이자 한국대표팀의 에이스 전광인이다. 지난해 배구리그를 주름잡으며 MVP에 오른 그가 무릎부상으로 2015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한일전에 출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경기전 몸을 푸는 순간에 더 풀죽은 전광인은 지켜보는 사람을 안쓰럽게 만들었다.

동료들도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곽승석(오른쪽)이 전광인의 손을 잡으며 말없이 위로를 건내고 있다.

 

◆ 여자축구, 월드컵 16강의 감격과 씁쓸한 현주소

WK리그 절대강호 인천현대제철의 팬 사인회 현장이다.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16강의 위업을 달성한  김정미, 김혜리, 김도연, 임선주, 유영아, 조소현, 정설빈, 전가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행사에는 약 200여명 정도의 팬들이 찾았다.

줄의 맨앞에 선 팬은 행사 1시간 반 전부터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기다리는 열성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남자축구보다 관심이 적은 여자축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한국여자축구의 규모를 볼 때 분명 월드컵 16강은 대단한 기록이며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 팬들이 몰려올 법도 하다. 그러나 200여명 중 100여명은 현장 스태프이며 그 나머지의 절반 가량은 선수들의 가족들이기에 다수의 월드컵 맴버가 포함된 사인회라고 하기엔 다소 초라했다.

16강 효과가 사라질 다음주 경기엔 이마저도 장담하지 못할 터, 한국 여자축구의 현주소에 직면한 허전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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