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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소통학' 골 없이도 'MAD' 화력 살려낸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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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소통학' 골 없이도 'MAD' 화력 살려낸 메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01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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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도움 해트트릭, 6골 가운데 5골 관여…아구에로·디 마리아 득점포까지 재가동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설적이다. 리오넬 메시가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죽이니 오히려 공격력이 살아났다. 메시가 살아나니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앙헬 디 마리아의 '공격 삼각편대'도 부활했고 아르헨티나도 최강의 공격 위용을 되찾았다.

아르헨티나는 1일(한국시간) 칠레 콘셉시온의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드 콘셉시온에서 벌어진 파라과이와 2015 코파 아메리카 준결승전에서 메시의 도움 해트트릭과 함께 마르코스 로호, 하비에르 파스토레, 디 마리아, 아구에로, 곤살로 이과인의 골 퍼레이드로 6-1 대승을 거뒀다. 이 가운데 디 마리아는 멀티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2007년 대회 이후 8년 만에 결승에 올라 1993년 이후 22년 만에 정상 도전에 나서게 됐다. 오는 5일 산티아고에서 벌어지는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 칠레다. 칠레는 역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기에 메시로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무엇보다도 아르헨티나로서는 메시가 풀리면서 공격까지 되살아났다는 것이 반갑다. 메시는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그의 역할이 비단 득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 득점 대신 공격 풀어가는 플레이메이커로

아르헨티나가 치른 지난 4경기를 보면 메시의 득점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메시가 혼자서 공격을 풀어나가려고 하다보니 상대 수비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그 결과 메시의 공력력은 약화됐고 이와 함께 동료 선수들의 득점력도 함께 저하됐다.

지난 4경기에서 아구에로만 2골을 넣었을 뿐 이과인, 메시가 한 골씩만 넣은 것에서 보듯 아르헨티나의 득점력은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단 한 골을 넣지 못한 것 역시 메시의 득점력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의 에이스였고 동료는 메시의 뒤를 지원하는 선수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공격력도 함께 죽었다.

파라과이와 준결승전은 달랐다. 메시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는 모습을 최대한 자제하고 동료들의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충실했다.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세우고 6골 가운데 5골에 관여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축구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메시의 패스 성공률은 90.7%에 달했다. 선발로 나선 선수 가운데 루카스 비글리아가 91.4%로 패스 성공률이 가장 높긴 했지만 메시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공격수라는 점에서 90%가 넘는 패스 성공률은 경이적이다.

득점과 연결될 수 있는 패스를 5개나 전달했다는 점도 메시가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심임을 증명했다. 전반 14분 로호의 선제골과 전반 26분 파스토레의 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전반에 연속 2골을 넣는데 앞장섰다. 또 왼발이 무서웠다. 프리킥으로 파라과이의 골문을 노리기도 했던 메시는 로호의 선제골을 왼발 프리킥 크로스로 만들어냈다.

디 마리아가 후반 1분과 6분에 연속골을 넣었을 때도 메시가 관여됐다. 메시의 발을 떠난 공은 파스토레에게 연결됐고 파스토레의 패스를 받은 디 마리아의 골이 나왔다. 후반 6분 역시 메시의 패스를 받은 파스토레의 슛이 골키퍼를 맞고 나온 것을 디 마리아가 결정지었다. 메시-파스토레-디 마리아라는 연결 공식으로 2골이 나오면서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승리와 결승 진출에 쐐기를 박았다.

메시의 희생정신은 이과인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파라과이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넘어지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패스를 전달했고 이과인이 이를 받아 골로 만들어냈다.

◆ 'SN' 없어 힘 떨어진 메시, 'AD'를 붙여 살아나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 특화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메시지만 정작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시는 파라과이와 준결승전에서 공격력을 높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와 함께 'MSN 라인'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SN'이 없다. 대신 아구에로와 디 마리아 등 'AD'를 붙였다. 메시와 함께 'MAD'가 된 아르헨티나 공격 삼각편대는 비로소 파라과이와 준결승전을 통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르헨티나 'MAD'라인은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가동됐지만 별 위력이 없었다. 메시가 4골로 분전했지만 디 마리아는 단 1골에 그쳤고 아구에로는 아예 침묵했다. 어떻게 보면 메시가 혼자서 공격을 책임지려고 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지만 파라과이와 준결승전이 전환점이 될 듯 하다. 디 마리아가 2골을 넣었고 아구에로까지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3골을 기록했다. 로호, 파스토레도 대회 첫 골을 넣었고 이과인도 2골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도 삼각 편대가 모두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는 점이 반갑다.

그동안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자신이 결정지어줘야만 된다는 강박관념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구에로나 디 마리아도 골 결정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굳이 메시가 혼자서 모든 것을 이끌 필요는 없다.

아구에로와 디 마리아가 굳이 아니더라도 후반에는 이과인이나 카를로스 테베스 등 득점력이 있는 조커들이 출전할 수 있다. 102번째 A매치를 치른 메시는 자신이 죽어야만 결과적으로 자신도 살고 동료들의 공격력까지 부활, 아르헨티나가 비로소 힘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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