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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우승' 이끈 '만수' 유재학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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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우승' 이끈 '만수' 유재학의 눈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10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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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맡느라 준비 부족 우려…초반 주전 부상 이겨내고 네번째 챔피언 금자탑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산전수전 모두 겪은 '만수' 유재학(51) 감독도 감격이 북받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로드 벤슨의 마지막 덩크슛이 터지자 유 감독은 손을 들어올려 나오는 눈물을 몰래 훔쳤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초로 네번째 챔피언 반지를 끼는 순간이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는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25득점을 올린 문태영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창원 LG를 79-76으로 꺾고 4승 2패의 전적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수많은 기록을 낳았다.

▲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이겨 종합전적 4승 2패로 챔피언에 오른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KBL 제공]

모비스는 2012~2013 시즌에 이어 2연패에 성공하면서 1997~1998 시즌과 1988~1999 시즌 챔피언에 올랐던 대전 현대(현재 전주 KCC)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팀이 됐다.
 
또 모비스는 부산 기아 시절을 포함해 다섯번째 챔피언에 올면서 KCC(대전 현대 포함)와 함께 역대 최다 챔피언에 올랐다.
 
여기에 유재학 감독은 2006~2007 시즌과 2009~2010 시즌을 포함해 역대 네번째로 챔피언 반지를 차지, 전창진 감독과 신선우 감독을 제치고 역대 최다 플레이오프 우승 기록을 남겼다.
 
이와 함께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통산 16승 11패 및 플레이오프 통산 40승 31패를 세우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명장임을 재확인했다.
 
이런 기록은 마치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명장 필 잭슨을 연상시킨다. 잭슨도 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를 각각 6회, 5회 챔피언으로 이끌며 통산 11회로 가장 많은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
 
물론 유 감독의 기록이 잭슨 감독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KBL 최고의 역사를 기록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이겨 종합전적 4승 2패로 챔피언에 오른 뒤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통산 네번째 챔피언에 오르며 KBL 최다 우승 기록을 갖게 됐다. [사진=KBL 제공]

 
하지만 유재학 감독의 이번 시즌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우승으로 인해 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느라 정작 소속팀에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 농구 대표팀은 농구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지만 모비스는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불안하기만 했다.
 
모비스에 리카르도 라틀리프, 양동근, 로드 벤슨, 함지훈 등 지난 시즌 챔피언 주역이 그대로 남아있긴 했지만 벤슨을 데려오면서 김시래를 LG에 내줘 전력이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실제로 유재학 감독도 시즌 직전 "목표가 6강이다. 전력보강이 특별히 없었고 나이만 한 살 늘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양동근이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고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한때 3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재학 감독은 "리그 초반에는 양동근, 후반에는 이대성이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가용이 어려웠다. 백업 멤버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유재학 감독은 모든 것을 이겨내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정규리그 1위가 거의 확정되던 시즌 막판 LG에게 대패를 당하면서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고 서울 SK와 4강 플레이오프도 힘겹긴 했지만 유재학 감독은 이런 모든 고난까지 이겨내고 다시 한번 챔피언 자리에 등극했다.

대기록 달성이라는 감동보다 그 어느때보다도 힘들었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시즌이었기에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유재학 감독도 마지막 순간 코칭스태프와 함께 눈에 맺혀진 이슬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쉴 틈이 없다. 8월말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 월드컵에 출전해야 하고 인천 아시안게임도 나가야 한다.
 
모처럼만의 출전인 농구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은 더없이 중요하다. 문제는 농구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에 어느 대회에 치중해야 할지 유재학 감독으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유재학 감독이 대기록을 쓰며 KBL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장이 됐지만 우승을 차지하며 눈물을 흘린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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