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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조승우 홍광호 박효신 김준수...뮤지컬배우 '노래와 연기'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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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조승우 홍광호 박효신 김준수...뮤지컬배우 '노래와 연기' 함수관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02 10:0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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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류정한 박효신 카이의 ‘팬텀’,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의 ‘데스노트’, 박은태 한지상 마이클 리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옥주현 조정은 전동석의 ‘엘리자벳’, 조권 Key 신우 켄의 ‘체스’, 김승대 아이비의 ‘유린타운’, 조승우 전미도의 ‘맨 오브 라만차’, 김소현 김준현의 ‘명성황후’, 안재욱 서범석 임혜영의 ‘아리랑’….

올해 6~7월 공연가는 ‘대전’이란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경연이 뜨겁게 이뤄지고 있다.

'엘리자벳'의 옥주현, '데스노트'의 홍광호와 김준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들의 출신 성분을 살펴보면 오리지널 뮤지컬 배우, 가수 출신, (드라마·영화)배우 출신으로 갈린다. 뮤지컬이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종합 공연 양식이다 보니 노래를 업으로 삼아온 가수나, 연기를 파온 배우들이 몰려드는 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톱클래스 가수·배우가 정상의 뮤지컬 배우로 직행할 수 있을까. 아니다. 복잡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노래가 중심이 돼 극적 요소(드라마)와 춤이 조화를 이룬 뮤지컬에서 배우의 실력을 가늠하는 두 축은 가창력과 연기력이다.

다소의 이견은 있으나 전문가들은 가창력에 있어서 홍광호 한지상 박은태 박효신 마이클 리(남자), 옥주현 정선아 차지연 김선영(여자)을 꼽는다. 연기력 면에선 조승우 최재웅 정원영 최재림(남자), 조정은 전미도 박혜나(여자)를 거론하곤 한다. 가창과 연기 모두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만족시켜주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거나, 팝페라·오페라 가수로 활동했거나, 프로페셔널 가수로 활약했던, 노래에 관한 한 ‘달인급’인 인물들 모두가 가창력 채점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뮤지컬의 특성 때문이다.

뮤지컬에서의 노래는 가요·팝·가곡처럼 단순히 4분짜리 노래를 부르고 끝나는 게 아니다. 2시간30분의 극의 기승전결에 따라 배치되는 곡들이다. 가수 자신의 퍼스낼리티를 유지한 채 곡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극의 캐릭터에 철저히 몰입해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나누며 솔로·이중창·삼중창·합창을 불러야 한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뮤지컬 배우는 이 노래가 드라마상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꿰뚫고 불러야 한다. 한 노래 안에서도 극적인 구조를 파악해야 하고, 캐릭터의 감정과 정서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드라마의 기승전결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철저히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뮤지컬제작사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는 “드라마의 흐름에 맞춰 텐션과 릴랙스가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 넘버에서 실수를 한다거나 평범하게 처리했다 하더라도 다섯 번째 넘버에서 광적으로 잘 부르면 강렬한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하나의 작품을 노래로 부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맨 오브 라만차'의 조승우, '데스노트'의 정선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한지상(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례로 배우 조승우는 연기력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가창력에 있어서 넘버 1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마다 노래와 가창이라는 1더하기 1을 ‘2’가 아닌 ‘5’ ‘6’으로 만드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어떤 노래든 연기로 승화시켜버리기에 관객의 감정이 절로 상승한다. 드라마상 노래의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부르기 때문이다.

‘미친 가창력’ 별칭을 달고 다니는 홍광호는 노래 하나하나로는 따라올 배우가 없다는 평가지만,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서 유리 지바고 역을 맡았던 당시 그가 부른 넘버들이 다소 지겨웠던 반면, 더블 캐스팅된 조승우의 넘버들은 재미와 몰입을 이뤄냈던 것도 그 이유다.

팝페라 테너 임태경의 경우 발성·성량·톤·기교는 빼어나지만, 그의 무대에는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닌 ‘임태경’이 보이므로 드라마에 몰입하는데 오히려 노래가 방해가 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가창력이 뮤지컬에서 중요한 요소이나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소리다. 노래에 연기 요소들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뮤지컬에서 가창력의 첫 번째 조건은 무얼까.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가사 전달력을 든다. 작품의 메시지 전달과 직결되는 요인이라서다.

그에 따르면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들은 기본 가창력은 좋으나, 발음이 불분명함으로써 가사전달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JYJ 김준수는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비음 섞인 독특한 음색, 음악적 감각, 카리스마에 있어 대단하지만 여전히 웅얼웅얼하는 듯한 발음으로 인해 가사 전달력에선 아쉽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뮤지컬 배우의 가창력, 연기력은 장르에 따라서 무게중심이 달라지기도 한다. ‘레미제라블’ ‘벽을 뚫는 남자’ ‘노트르담 드 파리’ ‘머더 발라드’ 등 송스루 뮤지컬(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뮤지컬)은 아무래도 연기보다 노래가 중요하다. 록 뮤지컬 ‘헤드윅’은 콘서트 무대를 방불케 하는 공연이므로 관객을 휘어잡을 정도로 노래만 잘하면 될 거라 여기지만, 관건은 연기력이다. 작품 전체를 주인공 혼자서 끌고 가는 ‘모노드라마’의 장르적 속성 때문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예수 역 마이클 리(왼쪽)와 '팬텀'의 유령 역 박효신

요즘 관객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예수 역 마이클 리와 ‘팬텀’의 유령 역 박효신의 활약상은 흥미롭다.

재미동포 출신 마이클 리는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데뷔해 주목 받다가 2006년 ‘미스 사이공’으로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어 발음이 부정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기와 노래에 담긴 진정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평단 및 관객의 높은 평가를 끌어내는 중이다. 특히 팀플레이인 뮤지컬에서 성실함의 미덕이 전체 배우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인기 정상의 R&B 가수 출신 박효신은 2013년 ‘엘리자벳’ 이후 ‘모차르트!’ ‘팬텀’으로 뮤지컬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고난도 클래식 창법을 요구하는 ‘팬텀’에서조차 존재감을 입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일명 ‘소몰이 창법’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뮤지컬에 최적화된 창법 변신과 더불어 수많은 콘서트 무대에서 축적해온 풍부한 감성, 카리스마를 캐릭터에 투영시킴으로써 일약 정상권 뮤지컬 배우로 도약했다. 두 배우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한계’를 극복하고 뮤지컬 무대에서 자기만의 장점을 터뜨리고 있다.

뮤지컬 배우에게 있어 연기와 노래는 일반 배우, 가수의 행위와는 분명 다르다. 단순히 대사를 잘 소화하거나 표정을 잘 만들어낸다고, 고음을 펑펑 내지르거나 테크닉을 기가 막히게 구사한다고 ‘잘 한다’는 평가를 듣는 게 아니다. 캐릭터 해석을 통해 노래에 감정을 담아내고, 연기해야만이 ‘관극’하러 온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 비틀스 노래처럼 '멀고도 험한 길(Long and Winding Roa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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