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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LG, 덜 영글었기에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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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LG, 덜 영글었기에 더 무섭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11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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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김종규 조합 경쟁력 확인…FA 풀리는 문태종 공백 해결 숙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창원 LG가 다시 한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창단 후 두번째로 맞이한 챔피언결정전이었지만 다시 한번 우승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LG는 지난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76-79로 져 2승 4패의 전적으로 준우승을 확정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진 LG는 모비스의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우승과 함께 통산 5회 챔피언 등극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LG로서는 실망보다 밝은 미래를 본 시즌이었다. 창단 처음으로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친데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유재학 감독이 "힘들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모비스를 상대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 데이본 제퍼슨(앞) 등 창원 LG 선수들이 지난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져 준우승이 확정된 뒤 챔피언에 올라 기쁨을 나누고 있는 울산 모비스 선수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주전 대부분 신인급, 패기만으로 모비스 몰아붙여

모비스의 진땀을 흘리게 만든 LG가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아닌, 대부분 신인급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앞으로 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는 예고가 되기에 충분하다.
 
LG의 베스트 5 가운데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제외한 4명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신인급이다.
 
김시래(25)는 지난 2012~2013 시즌 모비스에서 챔피언을 경험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갓 2년차이고 유병훈(24) 역시 이번이 두번째 시즌이었다.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LG의 유니폼을 입은 김종규(23)는 신인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고는 하지만 역시 프로 무대에서는 루키에 불과하다.
 
이들의 경험 부족을 메워주는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워드 기승호나 가드 양우섭(29)도 이제 다섯 시즌째를 보냈을 뿐이다.

▲ 창원 LG 김종규(가운데)가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LG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시래와 김종규의 조합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 밝은 미래를 봤다. [사진=KBL 제공]

송창무(32)나 백인선(34) 등이 있긴 하지만 주전이라기보다는 식스맨 또는 벤치 멤버로 분류되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을지언정 정작 코트에서는 다독여주기 힘들다. 그나마 코트에서 젊은 선수들을 이끌만한 선수가 문태종(39)이었다.
 
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이번 챔피언결정전 전까지 모비스를 세차례나 챔피언으로 등극시킨 양동근(33)이나 함지훈(30) 등을 상대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돈을 주고 사지 못하는 귀중한 경험을 얻은 셈이다. 아직 젊기에 더 무서운 것이다.
 

◆ 김시래-김종규 조합, 양동근-함지훈에 뒤지지 않아

또 가드 김시래와 토종 빅맨 김종규의 라인도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한다.
 
역대 챔피언을 보더라도 가드과 토종 빅맨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KBL를 제패한 경우가 많았다. 모비스의 양동근과 함지훈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고 서울 SK 역시 이번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지만 김선형(26)과 최부경(25) 라인으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 창원 LG 문태종이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동생인 울산 모비스 문태영 앞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LG는 FA로 풀리는 문태종과 재계약하지 못할 경우 포워드를 보강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사진=KBL 제공]

그 이전에는 전주 KCC가 전태풍(34)과 하승진(29) 조합으로 KBL 챔피언에 올랐고 원주 동부도 챔피언으로 등극했을 때는 확실한 주전가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주성(35)이라는 토종 빅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직까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김시래-김종규 조합이 양동근-함지훈 조합에 그리 밀리지 않았다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 문태종·외국인 선수 잔류여부에 다음 시즌 전력 판가름
 
하지만 LG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드러났듯이 데이본 제퍼슨(28)이나 문태종의 득점력이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정규리그에서는 김시래와 김종규의 공격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정작 큰 경기가 되자 공격력이 확실한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집중됐다. 이는 노련한 모비스에게 간파될 정도로 단순한 공격 패턴이 되고 말았다.
 
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문태종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포워드를 데려와야 하는 것도 LG의 과제다. 올시즌을 앞두고 1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문태종은 다시 FA 시장에 나오게 된다. 여전한 득점력은 확인했지만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40이 된 그를 LG가 계속 잡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계속 잡고 있게 되면 문태종의 체력을 시즌 내내 고민해야 하고 FA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문태종만한 포워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더 걱정이다.

▲ 창원 LG 데이본 제퍼슨이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LG는 제퍼슨과 크리스 메시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준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이들이 계속 LG에 남을지는 알 수 없다. [사진=KBL 제공]

여기에 제퍼슨과 크리스 메시 등 외국인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을지도 관심이다. 제퍼슨, 메시는 이번 시즌을 통해 KBL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 다른 나라 무대에서 뛰겠다고 한다면 LG로서는 이들의 공백을 메울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적지 않은 숙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LG는 김시래-김종규 조합을 바탕으로 강력한 농구를 시즌 내내 구사하며 최강의 자리를 줄곧 지켰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진 것은 바로 LG가 더욱 강력한 팀으로 발전하기 위한 보약이 되기에 충분하다. 모비스를 이끌면서 통산 네번째 우승을 경험한 유재학 감독도, 그리고 현역 최고의 가드로 평가받는 양동근도 첫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서울 삼성에 4패로 밀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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