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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의 '즐거운 축구 실험', 풍성해지는 W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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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의 '즐거운 축구 실험', 풍성해지는 WK리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0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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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최인철 감독, '슛 자율권' 부여하며 창의적 플레이 요구…전반기 12경기 연속 무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WK리그 최강 인천 현대제철이 '즐거운 축구, 흥이 나는 축구'로 한 단계 더 도약한다.

현대제철은 여자월드컵 방학이 끝나고 지난달 29일 재개된 IBK기업은행 2015 WK리그 14라운드 홈경기에서 대전스포츠토토에 2-0으로 이기면서 개막 후 12경기 연속 무패(9승 3무)로 반환점을 돌았다.

팀마다 24경기를 치르는 WK리그에서 현대제철은 전반기에서 단 한 차례도 지지 않아 이같은 전력을 유지한다면 후반기에도 무패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제철은 지난 시즌에도 16승 5무 3패, 승점 53으로 1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은 벌써 승점 30 고지에 올라섰다.

▲ 인천현대제철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대전스포츠토토와 WK리그 14라운드에서 승리, 12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한 뒤 기뻠을 나누고 있다. WK리그 최강 현대제철은 '즐거운 축구'를 앞세워 올 시즌 더욱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스타 군단의 신나는 축구, 현대제철을 더욱 강하게

현대제철은 WK리그의 명실상부한 최강팀이다. 1993년 12월에 창단된 국내 최초의 여자축구 실업팀으로 2009년 WK리그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지난해까지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2013년부터 2연패를 차지하며 WK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한국 여자축구의 주축이기도 하다. 200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첫 출전 당시 23명 선수들 가운데 무려 12명이 현대제철 소속이었고 이번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도 8명이나 대표팀 안에 들었다. 그야말로 '스타 군단'이다.

최인철 감독은 "12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지만 특별하게 선수들에게 인지를 시키지 않는다. 알려주지는 않아도 선수들이 아마 알지 않겠느냐"며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면서 즐겁고 신나게 우승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최인철 감독이 생각하는 '신나는 축구'란 결국 창의적인 축구와도 연결된다. 최 감독은 아무리 전술을 짜도 결국 운동장에서 이를 실현시키는 것은 선수들의 몫으로 보고 있다. 선수들을 믿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창의적으로 축구를 해보라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 현대제철은 여자월드컵 대표팀 선수 23명 가운데 8명을 배출한 스타군단이다. 최인철 감독은 스타 선수들에게 창의적인 축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최인철 감독은 "수비나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모두 창의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또 공격에서는 틀에 박힌 것만 해서는 상대의 골문을 열 수 없다. 상대팀이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해줘야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인철 감독은 상대 진영 페널티 지역이나 근처에서는 마음껏 슛을 때리라고 말하고 있다. 상대 진영을 3등분했을 때 하프라인에서 3분의 2 지점을 지났을 때부터는 선수들에게 '슛 자율권'을 부여했다. 그 지점에서는 슛을 하려다가 상대 수비에게 공을 뺏겨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슛을 때리라는 것이다.

◆ 상대 진영에서는 과감하게, 즐거운 축구가 만들어낸 닥공

그 결과 현대제철은 12경기에서 30골을 넣을 정도로 득점력이 강하다. 경기 평균 2.5골에 해당하니 WK리그판 '닥공'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따이스(8골)와 유영아, 신지혜(이상 5골) 등이 득점 랭킹 다섯 손가락에 든다. 또 따이스(4도움), 김두리, 신민아, 이세은(이상 3도움), 김지은(2도움) 등이 2개 이상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세은이 때린 무회전 프리킥 골도 과감한 슛에서 비롯됐다. 거리가 30m 정도로 그대로 때리기엔 다소 멀어보였지만 이세은은 무회전 킥으로 상대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공이 빠져나가는 골을 만들어냈다. 상대 골키퍼의 실수처럼 보이는 골이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무회전킥이 돼 공이 뚝 떨어진 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 이세은이 대전스포츠토토와 경기에서 과감한 중거리 슛을 하고 있다. 이세은을 비롯해 현대제철의 모든 선수들은 상대 진영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는 기회가 보일 경우 누구나 슛을 때릴 수 있다. [사진=스포츠Q DB]

최인철 감독은 "현대제철에는 정설빈 외에도 이세은도 무회전 킥을 잘 찬다"며 "제대로 발등에 얹혔던 것 같다. 이세은은 감아차는 것도 잘해 중거리 슛이 좋다"고 평가했다.

이세은은 "3분의 2 지점에서는 누구나 과감하게 슛을 때릴 수 있어 공격에서 부담이 덜하다"며 "오히려 상대 선수들이 예상하지 못했을 때 슛을 때리기 때문에 골이 잘 나오는 것 같다. 아마 내 프리킥 골 상황도 그대로 때릴 것이라고 또 공이 뚝 떨어지는 무회전 킥이 될 것이라고 상대 골키퍼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즐거운 축구는 팬들에게도 흥을 제공한다. 최인철 감독은 여자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에서 끝나지 않고 WK리그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팬들에게 WK리그를 보러 찾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보다 WK리그가 재미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인철 감독은 "팬들에게 와달라고 하는 것보다 팬들에게 매력적인 축구,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홈구장 관중석 규모가 5000명인데 경기를 치를 때마다 이 곳이 꽉 차는 꿈을 꾼다. 즐거운 축구를 하다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현대제철은 탄탄한 스쿼드르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즐거운 축구로 경기력 향상은 물론 팬들의 관심까지 끌어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 WK리그를 리드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을 걷고 있는 현대제철이다.

▲ 현대제철의 선수들은 즐거운 축구를 통해 경기력 향상과 함께 팬들에게 인기와 사랑을 받겠다고 다짐한다. 5000석 규모의 홈 경기장이 가득찰 날을 위해 즐겁고 신나는 축구를 계속한다. [사진=스포츠Q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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