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Q 최영민 기자] 남기일 광주FC 감독이 FC 서울과 경기를 앞두고 쓴 작전은 '박주영을 많이 뛰게 하는 것'이었다. 박주영이 많이 뛰게 되면 오히려 광주 수비진에 큰 부담이 될텐데 왜 이런 작전을 썼을까. 바로 박주영을 지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박주영을 열심히 뛰게 해 일찌감치 지치게 하라는 작전을 구사했다.
전방 원톱 스트라이커가 일찌감치 지치게 된다면 자연히 서울의 공격력이 저하될 것이고 그 틈을 타 광주도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남 감독의 생각이었다.
작전은 적중했다. 박주영은 경기 내내 슛을 단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유효슛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박주영은 일찌감치 지쳐 후반 33분에 교체돼 78분 활약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박주영은 소득없이 힘만 소진한 것이 됐다. 전반 내내 볼 점유율에서도 광주가 58-42로 크게 앞섰다.
이에 대해 남기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반전에는 준비했던 것들을 선수들이 전부 다 수행해줬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남기일 감독이 선수들에게 누차 강조했던 것은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말자는 것. 그러나 골키퍼 권정혁이 몇 차례 판단 실수로 서울에 결정적인 기회를 내주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수비수들의 협력 플레이로 실점하지는 않았지만 광주로서는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순간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게다가 광주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때문에 원정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 때문에 후반전에는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실수가 잦아진 이유다.
남기일 감독은 "그런 실수는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동료 선수들이 실책하는 것에 대해서 나무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수가 나왔을 때는 그 순간은 아쉽지만 해당 선수나 동료들, 벤치는 실수를 빨리 잊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남 감독은 계속되는 원정 강행군에 대해 "해법은 없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며 "나도 감독으로는 젊은 나이여서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그저 묵묵히 우리의 것만 해나간다면 나와 선수들 모두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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