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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바보들'의 우여곡절 미국행, 드디어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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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바보들'의 우여곡절 미국행, 드디어 월드컵이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7.0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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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자비 280만원씩 들여 오하이오주로 출국, 백성일 감독 "전투병 심정으로 임한다"

[인천국제공항=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대한민국 미식축구대표팀!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출국 수속을 밟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군데로 향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의 목소리가 인천국제공항 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기 때문. 건장한 남성 50여 명이 한꺼번에 지르는 파이팅 소리에는 그동안의 한과 투혼이 서려 있었다.

백성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이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 캔턴으로 출정했다. 제5회 국제미식축구연맹(IFAF) 미식축구 월드챔피언십은 오는 10일(한국시간) 개막한다.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 풋볼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이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정식을 갖고 필승을 다짐했다.

모두가 미식축구밖에 모르는 '바보들'이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라 어떤 금전적 지원도 받지 못한 이들은 '미식축구 월드컵' 출전을 위해 주머니를 털었다. 학생들은 태극마크를 위해 돈을 벌었고 직장인들은 장기 휴가를 내거나 사직서를 던졌다. 사장님인 대표팀 사령탑은 거래처와 연락을 끊겠단다. '배수의 진'이다.

◆ '내 직업은 풋볼 감독', 거래처와 연락 끊은 사령탑

“로밍도 안했습니다. 거래처에 7월 중순까지는 연락 안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백성일 감독은 수산업에 종사하지만 직업란을 채울 일이 생기면 늘 ‘미식축구 감독’이라 적는다. 그는 “이날을 위해 2년을 기다렸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 모른다”며 “여기까지 온 건 기적이다. 비로소 미국으로 간다”고 눈을 반짝였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장 이동환도 생업보다는 미식축구가 중요하다. 그는 “한국 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임하겠다. 최대 성과를 내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떨치겠다”며 “현지 기자회견에서 내가 할 말은 오로지 ‘We are going to do best’다.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백성일 감독은 "설렌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전투병의 심정으로 대회에 임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은 지난달 8일 대구에서 열린 최종평가전에서 사회인팀 EC 골든 이글스에 20-28로 패했다. 14인의 외국인이 포진한 상대에게 초반 대량실점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실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서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

박경배 수석코치는 “그날의 패배는 확실한 약이었다. 이후 합숙에서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하나로 단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코칭스태프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이제는 선수들 몫이다. 잘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 우여곡절 출국 과정, 우리는 미국으로 간다 

출국 과정은 파란만장했다. 개인당 280만 원이 드는 비용을 줄여보기 위한 스폰서 유치사업은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엔트리에 승선한 선수들도 미국으로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제도 조선소에 근무하는 주전 와이드리시버 천병희는 업무로 합류를 포기해야만 했다.

대한미식축구협회(KAFA) 김동희 사무국장은 “지난달에는 월드컵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간다. 마침내 월드컵이다. 한 시름 덜었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 강요식 회장(왼쪽)이 주장 이동환을 격려하고 있다. 강 회장은 "더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선수들의 선전을 당부했다.

지난 1월 KAFA 수장으로 부임한 강요식 회장은 미국프로풋볼(NFL)의 필라델피아 이글스팀과 미팅을 갖고 오하이오주 현지 교민들을 찾아다녔다. 한국 풋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그는 “더 지원해주지 못해 선수들만 보면 그저 미안할 따름”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강 회장은 오는 13일 현지로 향한다.

한국은 호주, 프랑스, 브라질과 B조에 속했다. 첫 상대 호주를 상대로는 2007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 프랑스를 상대로도 2007년 월드컵 본선에서 3-0 승리를 거둔 적이 있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평이다. 호주를 잡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백성일 감독은 “긴장하면 지고, 설레면 이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설렌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아픈 선수들이 있지만 그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전투병의 심정으로 대회에 임하겠다. 진정으로 하나 되면 승전고를 울릴 수 있다고 본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 이동환은 "최선을 다한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표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오는 10일 오전 1시 호주와 1차전을 갖는다. 승패 여부에 따라 2차전 상대가 갈린다. 승리하게 되면 프랑스-브라질전 승자와, 패하면 프랑스-브라질전 패자와 만난다. 2연승을 거두면 상위그룹인 일본, 멕시코, 미국 중 한팀과 대결할 수 있다.

‘미식축구 바보들’의 도전기,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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