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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모두 MVP, 그 뒤엔 늘 노심초사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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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모두 MVP, 그 뒤엔 늘 노심초사 어머니가 있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14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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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종 정규리그·문태영 챔프전서 최우수선수…베스트 5 포워드 부문 동시 수상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는 태영이 형 문태종입니다."
 
한선교 KBL 총재의 MVP 수상자가 발표되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 여인이 눈물을 쏟았다. 바로 문태종(39·창원 LG)과 문태영(36·울산 모비스)의 모친인 문성애(58)씨였다.
 
문태종은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소속팀을 창단 17년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당당하게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전체 투표 98표 가운데 71표를 받았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또 문태종은 혼혈귀화선수로는 처음으로 MVP가 됐고 역대 KBL 사상 최고령 MVP가 되는 진기록도 낳았다.

▲ 형 문태종(오른쪽)과 동생 문태영이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나란히 포워드 부문 베스트 5에 선정된 뒤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BL 제공]

KBL 무대에서 뛰는 형제 선수는 이들 말고도 이승준(36·원주 동부)과 이동준(34·서울 삼성) 형제가 있다. 또 귀화혼혈선수는 아니지만 쌍둥이 형제 조상현, 조동현(38)이 KBL 코트를 누볐다. 현재 조상현은 고양 오리온스, 조동현은 모비스에서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형제 가운데 문태종과 문태영은 KBL 역대 최고의 형제라고 할만 하다.
 
가장 먼저 KBL 무대를 밟은 것은 동생 문태영이었다. 귀화혼혈 드래프트를 통해 LG의 지명을 받았다. 문태영은 2009~2010 시즌 54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34분 52초를 뛰며 21.9득점과 8.5개의 리바운드, 3.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당당히 베스트 5에 들었다.
 
KBL 무대에서 귀화혼혈선수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문태영은 "형이 더 잘한다. 나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바로 이듬해 형 문태종이 인천 전자랜드의 지명을 받았다.
 
문태영의 얘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문태종은 2010~2011 시즌 전자랜드에서 54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29분 51초를 뛰며 17.4득점과 5.1개의 리바운드, 3.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그는 4쿼터만 되면 터지는 3점슛 때문에 '4쿼터의 사나이'가 됐다. 전자랜드 팬은 그를 '태종대왕'이라고 불렀다. 문태종은 동생 문태영을 제치고 포워드 부문 베스트 5에 올랐다.

▲ 문태종(오른쪽)과 문태영(왼쪽) 형제가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어머니 문성애 씨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문태종은 이날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또 두 형제는 나란히 포워드 부문 베스트 5에 선정됐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두 형제의 대결에서 더 많이 웃은 쪽은 동생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늘 승자는 동생이었다. 2012~2013 시즌에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어 문태영의 소속팀인 모비스가 문태종의 당시 소속팀인 전자랜드를 제쳤다. 2013~2014 시즌 챔피언결정전 역시 모비스가 승리했다.
 
이 때문에 모친 문성애 씨는 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작은 아들이 소속팀을 챔피언으로 이끌고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어도 늘 큰 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기에 MVP에 큰 아들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작은 아들에 이어 큰 아들까지 '코리안 드림'을 이루자 문성애 씨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아들 최고"라는 말부터 꺼냈다.
 
문성애 씨는 "서로 대결이 많았고 특히 이번에는 챔피언걸졍전이었기 때문에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서로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큰 아들은 정규리그, 동생은 챔피언걸정전 MVP가 됐다. 너무 기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은 문태종은 "MVP 받은 것도 좋지만 LG의 팀동료들이 너무나 잘해준 덕분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동생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줘 전화가 아닌 카카오톡으로만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도 동생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어 문태종은 "전자랜드에서 첫 시즌을 마친 뒤 40까지 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컨디션이 괜찮았다"며 "내년에도 문제없이 뛸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후에도 뛸 수 있을지는 내년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현역 생활을 계속 할 것임을 내비쳤다.
 
또 형과 함께 포워드 부문 베스트 5에 동시에 선정된 문태영은 "가족이 즐거워하는 하루가 됐다. 어머니도 나도 형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이 순간만큼은 형에게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문태종과 문태영의 모친인 문성애 씨가 1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에 큰 아들 문태종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일단 어머니는 오늘 하루 웃었지만 내년에도 소금장수와 우비장수 아들을 동시에 둔 심정을 계속 느껴야 할 것 같다. 현재 문태종은 국내 선수 신분이 된데다 LG와 지난 시즌 1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어느 팀이라도 갈 수 있는 상태다. 동생이 있는 모비스로도 갈 수 있다.
 
그러나 포워드 부문에서 5위 안에 들어가 있는 선수를 보유한 팀은 같은 포지션의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 모비스에는 함지훈이 5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문태종과 문태영은 같은 포지션이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둘 팀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마음 졸이는 날은 계속 되겠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두 아들이 자랑스럽다. 큰 아들이 정규리그 MVP, 작은 아들이 챔피언결정전 MVP를 받은 2013~2014 시즌의 숨은 MVP는 '문 브라더스'의 어머니였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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