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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느 날 밤 '한공주'에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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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느 날 밤 '한공주'에게 생긴 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15 0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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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계 새 역사 쓰는 '한공주' 17일 개봉

[스포츠Q 용원중기자] ▲소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아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8관왕 행진을 벌이는 저예산 다양성 영화. “역대 영화사상 가장 파괴적인 작품”(SBS 필름),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시도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버라이어티), “미장센, 이미지, 사운드, 편집, 배우들의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마틴 스콜시지 감독)는 찬사를 얻고 있다. 17일 개봉.

 

▲ 스토리: 재혼한 어머니, 외지를 떠도는 아버지를 둔 열일곱 소녀 한공주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절친 화옥은 투신 자살한다. 사건의 파장으로 공주는 쫓기듯 고향을 떠난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 만난 은희와 노래는 공주에게 웃음을 되찾아준다. 하지만 이전 학교의 학부형들이 공주를 찾아 학교로 들이닥치면서 공주의 일상은 다시 파국으로 치닫는다.

▲ 리뷰: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촘촘하게 교차하며 퍼즐 맞추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상처 입은 소녀의 일상성에 시선을 고정하기에 큰 목소리 내는 법 없이 담담하다. 하지만 애매모호하던 사건이 실체를 드러냈을 때, 한공주가 다시금 일어섰을 때 그녀를 둘러싼 예의 없는 사회와 ‘우리들’로 인해 경악하게 된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그 끔찍한 사건이나 가해자를 목도하는 것보다 몇 곱절은 더 고통스럽다.

 

과거와 작별하고 삶의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는 한공주의 17세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녀들의 깔깔대는 웃음과 통기타 반주의 경쾌한 포크송, 실내 수영장의 첨벙대는 물소리가 이 지독한 내용을 어둡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영화 도입부에서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며 말끝을 흐리던 한공주는 마지막 순간 “아저씨 근데요, 제가 사과를 받는 건데 제가 왜 도망가야 해요?”라고 당당하게 반문한다. 이러한 변화를 내밀하게 연기한 여배우 천우희,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도망다녀야 했던 소녀를 품어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아픔을 깊숙하고도 예리하게 건져올린 이수진 감독은 올해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자산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그늘에서 숨죽여 지내는 공주들을 위해 경종을 울린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금쪽과 같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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