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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헌신·배려'로 뭉친 풍무고 세팍타크로팀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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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헌신·배려'로 뭉친 풍무고 세팍타크로팀의 도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1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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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팍타크로 팀탐방] 전국체전 고등부 제패, "2연패하고 싶다"

[300자 Tip!] 기예같은 세팍타크로 선수들의 훈련 과정이 궁금했다. 중학교에서 세팍타크로를 접하지 않은 선수들만으로 지난해 전국체전을 제패한 학교가 있다. 3학년생들의 졸업으로 많이 약해졌지만 “그것은 변명일 뿐”이라며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을 다짐한다. 교장선생님의 지원과 지도자의 애정 속에 서로를 아끼는 선수들의 배려심이 그 비결이었다. 열정까지 더해져 전국체전 2연패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포=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노민규 기자] 경기도 김포시에 소재한 풍무고 체육관에 들어섰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6명의 선수들이 능숙한 발놀림으로 공을 주고받는다. 도무지 공이 땅에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명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공을 천정까지 높이 차올렸다가 가볍게 트래핑한다. 나머지 3명은 약간 서툴러보인다.

▲ 3학년 윤인철(오른쪽)이 높이 날아올라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한국 세팍타크로는 어느덧 종주국 태국과 대등한 수준이 됐다.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아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노릴만큼 경쟁력이 올라왔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 2·은 2·동메달 4개를 따내며 전체 16개 메달 가운데 절반이나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팍타크로의 괄목할 성장 속에 국내 무대에서는 주목할 만한 팀이 있었다. 전국체전에서 돌풍을 일으킨 김포 풍무고다. 풍무고는 지난해 고등부 레구(3인조)에서 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패권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세팍타크로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 전국체전 우승의 기적, “2연패 해내겠다” 

풍무고는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세팍타크로 레구(3인조)에서 우승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줄줄이 물리치고 결승에서 세종하이텍고를 제압하고 우승했다.

▲ 풍무고 선수들이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좀처럼 공이 떨어지지 않는다.

풍무고의 우승은 큰 의미를 갖는다. 라이벌인 부산체고, 삽교고, 김천 중앙고 등 강호들과 달리 중학교에서 세팍타크로를 접한 선수가 없다. 그래서 더 기적적인 성과다.

좋은 성적을 일궈낸데는 홍기만(58) 교장의 세팍타크로 사랑이 큰몫을 했다. 홍 교장은 경기도 일산 저동고에 세팍타크로 팀을 만들었다. 저동고는 홍 교장이 다져놓은 기틀을 바탕으로 전국체전에서 3회 우승하며 세팍타크로 명문 학교로 거듭났다. 그는 8년간이나 감독을 맡으며 인스텝 서브를 개발하는 등 세팍타크로 발전에 힘써왔다.

세팍타크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풍무고에 교감으로 부임한 2007년 세팍타크로팀을 창단했다. 그의 추진력을 등에 업은 풍무고는 이제 전국체전 경기도 예선 때마다 저동고와 벼랑 끝 승부를 벌이는 숙명의 라이벌 관계가 됐다. 경기도 예선을 통과하면 체전 메달권은 따놓은 당상일 정도라니 두 학교의 라이벌 의식이 짐작된다.

홍 교장은 오랜 세월 세팍타크로를 지켜보면서 가장 기뻤을 때로 "지난해 전국체전 8강에서 김천 중앙고를 이겼을 때"를 꼽았다. 중앙고는 명실상부한 최강이다. 전국체전 2연패를 하는데 있어 올해 역시 중앙고를 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홍기만 풍무고 교장의 세팍타크로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일산 저동고에 이어 풍무고에도 세팍타크로 팀을 만들었다.

형들의 졸업으로 이제 3학년은 피더 윤인철만이 남았다. 전력 약화가 예상되지만 윤인철은 “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2학년들과 뛰지만 내 몫을 다한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킬러 이민수는 “2학년이 주축이 됐다고 진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면서 “훈련량을 끌어올려서 올해도 중앙고 형들을 이기고 말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 정연홍 코치 “3이라는 숫자, 희생·헌신·배려 중점“ 

풍무고 세팍타크로 팀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대표 출신 정연홍(36) 코치의 공이 컸다. 정 코치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팀 이벤트(12명) 동메달리스트다. 한림대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2010년 풍무고 코치로 부임했다.

▲ 정연홍 코치(왼쪽)이 선수들을 불러모아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정 코치는 “저동고에 매번 무너졌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바꾸게 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수들이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고 희생하고 헌신하게끔 유도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들었다”고 말하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 뿌듯함을 표현했다.

그는 ‘실력보다는 인성’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간의 경기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승리가 갈린다”면서 “코트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게끔 왜 패배했는지 왜 안됐는지를 알려주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한 정 코치는 ‘3’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코트 안에 있는 세 명의 선수 누구 하나가 소외되지 않도록 융합하는 법과 배려심을 길러주는데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의 지도철학에 선수들은 환상의 호흡으로 보답했다. 7명의 선수들 모두 “우린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한 목소리로 말하며 친분을 보여줬다. 특히나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운동을 접하는 선수들이기에 서로를 더욱 아끼는 것이 느껴졌다.

◆ 열악한 국내의 현실, "소년체전 들어가야"

“일단 소년체전 종목이 아닌게 크죠.”

김세열(41) 감독은 세팍타크로 종목의 한계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팍타크로는 전국체전 종목이긴 하지만 아직 소년체육대회 종목에 들지 못했다. 그는 “소년체전 입상이 진학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팍타크로가 소년체전 정식종목이 아닌 상태에서 세팍타크로 지도자들은 선수수급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는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워볼 것을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소년체전 정식종목이 아닌 세팍타크로에 눈길을 주겠느냐”고 현 사정을 설명했다.

김 감독과 정 코치는 중학교 3학년들을 찾아 축구를 곧잘 하는 학생들에게 세팍타크로 선수를 제안하고 있다. 스카우트에 성공하면 여름방학 때부터 기본기를 다지고 훈련시키는 과정을 밟고 있다. 둘은 이날 역시 인터뷰를 마친 후 스카우트 대상 선수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매년 3~4월마다 반복되는 고충이다. 그만큼 선수층이 얕다.

김 감독은 “정말 어려운 환경이다. 대학 진학, 실업팀 진출 등 여러 루트가 있어야 세팍타크로 홍보가 될텐데”라며 열악한 현실에 대해 걱정했다. 또 “팀 수가 적어 여자 고등부와 여자 일반부는 전국체전 종목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여자부에 대한 걱정도 곁들였다.

▲ 김세열 풍무고 감독은 세팍타크로가 소년체전 종목에 하루빨리 진입하길 바라고 있다.

정 코치는 세팍타크로 대학부 최강인 한림대 출신이다. 그는 “우승을 자주 하는 한림대마저 세팍타크로 팀을 없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세팍타크로는 적은 인원으로 전국체전 단체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말로 팀 창단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홍 교장 또한 “세팍타크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6개나 걸려 있는 효자종목”이라며 “이젠 메달 경쟁력도 있으니 세팍타크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말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 세팍타크로를 하는 이유, "예술의 경지, 화려함에 반했다"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세팍타크로에 대한 자부심들이 대단했다. 움직임 하나하나만 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홍 교장은 “실내 경기 중 이렇게 빠른 경기는 없다. 높은 체공력을 봐라. 박진감이 넘치지 않는가”라며 세팍타크로의 매력을 역설했다.

▲ 세팍타크로 선수들은 손을 짚고 높이 뛰어올라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린다. 정연홍 코치는 실업팀 선수들의 수준은 '예술의 경지'라고 설명한다.

3학년 피더 윤인철(18)은 “다른 사람이 못하는 것을 해낸다는 점이 제일 좋다”는 말로 세팍타크로의 매력을 밝혔다.

2학년 테콩 남규호(17)와 킬러 이민수(17)는 “화려한 기술에 매료됐다”는 표현으로 세팍타크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모두가 일반인들이 쉽사리 따라하기 힘든 운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자존감을 키우고 있었다.

세팍타크로 선수들은 고도의 집중력과 순간 판단력은 물론이고 머리회전이 빨라야 한다. 유연성과 볼 감각, 순발력, 점프력까지 신체적인 능력도 갖춰야한다. 정 코치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실업팀 경기의 경우 상상 그 이상”이라며 세팍타크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줬다.

■ 세팍타크로는 

세팍타크로(SEPAKTAKRAW)란 말레이시아어인 '세팍'(발로 차다)과 태국어인 '타크로'(볼)의 합성어다. 등나무 공을 사용하여 네트를 사이에 두고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과 머리로 하는 배구와 축구의 혼합형 스포츠다.

포지션은 서비스를 하는 ‘테콩’, 공격하는 ‘킬러’, 볼을 세팅하는 ‘피더’가 있다. 레구는 3인조 종목, 더블은 2인조 종목이다.

■ 풍무고 세팍타크로팀은 

▲ 전국체육대회 2연패를 노리는 풍무고 세팍타크로 선수단.

김세열 감독, 정연홍 코치가 이끄는 풍무고 세팍타크로팀은 윤인철(이하 배번 6) 이민수(2) 남규호(3) 조진혁(5) 김재원(4) 정의헌(7) 김윤중(1)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취재 후기] 예술 작품을 한편 보고 온 기분이었다. 허리를 꺾어 반대편 코트에 꽂아 넣는 동작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교장선생님부터 선수들까지 세팍타크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다. 풍무고-저동고의 라이벌 매치와 풍무고-중앙고 리턴매치를 꼭 챙겨보고 싶어졌다. 이와 함께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세팍타크로 종목에 큰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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