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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욕심 많은 '마녀'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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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욕심 많은 '마녀' 한혜진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1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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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1999년 제2회 서울국제패션컬렉션으로 데뷔해 패션의 본고장 뉴욕 패션위크를 비롯해 밀라노, 파리 무대를 누볐다. 15년째 현역 톱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한혜진(31)이 종편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솔드아웃 시즌 2'의 진행을 맡고 있다. 모델계와 방송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그는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과 아울러 지식에 대한 갈증을 느껴 남몰래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하락할 위험조차 없어 보이는 자타공인 톱이기에 구태여 다른 노력을 왜 기울이느냐고 묻자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라는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스포츠Q 글 이예림 사진 이상민기자] "결혼은 아직 생각 없어요. 더 배우고 싶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한혜진은 요즘 화보 촬영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 학업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쉬는 시간에는 운동을 한다는 그의 하루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과 '자기 관리'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이내 끄덕이게 된다. 한혜진에게는 바쁜 일정이 아닌 흥분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 패션쇼 무대에 이어 안방까지 점령하다

한혜진은 '마녀사냥'에서 솔직한 입담으로 2030 여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크한 표정과 달리 여자의 입장에서 깊이 공감하고 연인 관계에서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속시원하게 해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출연자인 가수 성시경과 한혜진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느껴진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많았다. 최근 케이블채널 tvN '택시'에 출연해 "성시경씨와 동료일 뿐"이라고 해명하는 등 한혜진이 하는 발언마다 화제를 낳고 있다.

"'마녀사냥'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이 아닌 모델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니까 시청자분들이 신선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방송일은 화보 촬영이나 무대 워킹과는 전혀 다른 일이더라고요. 방송보다는 아직 쇼가 편하네요. 하하."

▲ 한혜진 [사진=CJ E&M]

한혜진은 '솔드아웃'에서 톱모델 이현이와 공동 MC를 맡았다. 특히 한혜진은 지난 11일 방송된 1화에서 '데스매치'(한혜진과 이현이가 각 팀의 대표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런웨이 대결을 펼치는 코너)를 앞두고 긴장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전문 MC 못지 않은 진행이라는 평을 받았다. 동료 모델 이현이와의 합은 어떤지 물어봤다.

"현이는 모델로서 능력이 있는 친구예요. 밝은 성격에 에너지가 넘친다면 전 차분하고 냉철한 편이에요. '솔드아웃'에서 현이와 경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팽팽한 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 저는 참가한 디자이너들에게 혹독한 편이지만 현이는 여유롭게 대하더라고요. 저와 현이의 개성이 달라서 그게 또 프로그램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유

그는 현재 동덕여대 공연예술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모델계의 선배이자 동덕여대 모델과 박순희 교수는 한혜진에 대해 "대학원 입학 면접을 보면서도 혜진이가 그냥 석사 학위를 따려고 온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성실하게 다니고 있어요. 자신의 일정을 수업 시간에 맞춰 조정할 정도로요"라고 말했다. 이미 톱 모델임에도 굳이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사진=이상민기자]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한혜진(왼쪽)과 담당 이명천 교수(오른쪽)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학원 입학을 결정했죠. 교육자의 길은 글쎄요. 2030 여성분들, 모델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이를 위해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저는 이번 학기에 '모델미학'과 '모델영양학' 강의를 듣고 있어요. '모델 영양학'은 국내 최초로 개설된 강의예요. 교수님도 처음 수업하시는 거라 학생들과 같이 설계하고 있어요. 스포츠 영양학을 모델 분야에 접목시킨 학문인데 재밌어요. 영양학은 모델뿐만 아니라 모든 엔터테이너에게 필요한 학문이에요. 이명천 교수님이 '모델 영양학'에 대해 책을 집필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요."

▲ 한혜진 [사진=에스팀]

◆ 모델, MC, 연기자, 학생...최종 목표는 '2030 여자들의 멘토'

한혜진은 영양학에 관심이 많아 논문도 그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당장 필요가 없어 보일지라도 항상 미래를 위해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그가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는 톱모델, 방송인, 연기자, MC의 수식어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2030 여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한혜진이 되고 싶어서다.

"재능이 많을수록 좋아요. 모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무조건 영어를 배우라고 말해요.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왔는데 언어가 안돼서 포기한다면 너무 아깝잖아요. 제가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포털 사이트에서 레시피들을 검색하고 요리책도 많이 찾아 봐요. 예전에 요리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는데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다 와요. 준비가 돼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거죠."

"모델이 옷만 걸치고 걷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저도 방송일을 하고 있고 영화 '패션왕'에서 카메오로 나와요. 연기도 해야 되는거죠. 이 시대는 엔터테이너와 스토리 텔러 두 가지 역할을 요구하고 있어요. 아는 게 적으면 말도 쉽게 안나오고 또 금방 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깊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지식을 얻으려고 해요.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제 또래의 여자들이 소장하고 싶은 책을 내는 거예요."

▲ 한혜진 [사진=에스팀]

[취재후기]

큰 키, 고양이상, 황금 비율의 몸매까지 완벽한 DNA를 가진 타고난 모델이다.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정상의 자리를 오랫동안 누리고도 다른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는 한혜진은 욕심쟁이다. 그는 하나의 분야도 체득하기 힘든 인간의 하드웨어에 '멀티'를 요구하는 이 시대의 진짜 '마녀'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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