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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강국=스포츠 선진국'의 등식은 언제나 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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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강국=스포츠 선진국'의 등식은 언제나 참일까?
  • 류수근 편집국장
  • 승인 2014.02.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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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편집국장]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역대 최대 규모 선수단인 120명(선수 71명, 임원 49명)이 참가한다. 금메달 4개 이상으로 3대회 연속 ‘톱10’을 목표로 하고 있다.

◆ 40년간 노메달, 22년전 첫 메달…동계올림픽 강국 ‘금석지감’

한국은 1948년 제5회 생모리츠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1988년 캘거리대회까지 40년간 동계올림픽에서 단 한 차례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1992년 16회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윤만(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은메달)의 사상 첫 메달 획득과 쇼트트랙 2관왕 김기훈의 선전으로 종합 10위의 기염을 토한 이후 2010년 밴쿠버대회까지 6대회 연속 금메달 사냥을 이었다.

특히 밴쿠버대회에서는 쇼트트랙이외에도 스피드스케이팅(이상화 모태범 이승훈)과 피겨스케이팅(김연아)에서 시상대의 최고 높이에 오르며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번 소치올림픽은 우리나라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참가 종목의 다변화 성공이다. 그 중심 스토리에는 사상 첫 전 종목 올림픽 진출을 이뤄낸 봅슬레이 대표팀이 있다. 또 하나는 4년 뒤 안방에서 열리게 될 평창동계올림픽의 예행연습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다. 물론 은퇴 무대가 될 김연아 선수의 피겨 여자 싱글 무대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한국스포츠는 동계올림픽에 앞서 하계올림픽에서 일찍이 위용을 떨쳤다. 광복이후 우여곡절 끝에 처음 참가한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선수 50명, 임원 17명이 참가해 첫 메달(동메달 2개)의 감격을 누렸다. 그후 28년만인 1976년 제21회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마침내 양정모 선수가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에서 첫 금메달의 감동을 전했다.

안방에서 개최한 88서울올림픽에서는 종합순위 4위(금12, 은10, 동11)라는 기적같은 성적을 거뒀고, 2012년 제30회 런던 올림픽에서는 베이징대회에 이어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종합순위 5위(은8, 동7)로 스포츠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 88서울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위상은 물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심는데 커다란 이정표가 됐다. 당시 환호와 영광의 중심지였던 잠실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 정면에는 26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오대주를 상징하는 오륜기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바닥에는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의 대형 프린트가 선명하다.

◆ 아마와 프로 스포츠 동반 상향가 지속…또다른 ‘한강의 기적’

런던하계올림픽 금메달 순위에서 한국보다 위에 있는 국가는 미국(46개), 중국(38개), 영국(29개), 러시아(24개) 4개국뿐이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금메달수(11개)는 같지만 은메달수가 달라 각각 6,7번째에 자리했다. 이탈리아는 8위(8개)였고 일본은 호주와 동률이었지만 은메달수에서 뒤져 11위였다.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 순위에서도 대한민국(5위, 6개)보다 위에 자리한 국가는 1위 캐나다(14개)를 비롯해 독일(10개), 미국과 노르웨이(9개) 등 4개국뿐이었다. 6~10위는 스위스(6개), 중국과 스웨덴(5개),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4개) 순이었다. 러시아(3개)와 프랑스(2개)는 11, 12위에 그쳤고 일본은 금메달이 '제로'였다.

한국스포츠의 선전은 올림픽에서만이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의 신화’를 쏘았고, 여세를 몰아 박지성을 필두로 한 축구스타들이 줄줄이 유럽의 명문리그에 진출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박찬호의 대를 이어 추신수와 류현진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골프에서도 박세리, 최경주를 세계적인 스타로 배출한 데 이어 스타선수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국제대회 기록면에서 한국은 더할 나위 없는 스포츠 강국이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깊은 상처와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적으로 일군 ‘한강의 기적’에 못지 않은 또다른 기적이었다. 뛰어난 성적은 한국인의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집념, 땀방울이 엮어낸 더없이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런 수치만으로 우리나라를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듯하다. 

전세계 국가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올림픽에서 거둔 눈부신 성적은 분명 스포츠 선진국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강국 = 스포츠 선진국’의 등식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 메달수에 대한 두 가지 시각…‘금메달수’와 ‘메달 총계’ 순위 집계 방식

참가의 가치를 존종하는 올림픽 정신은 공식적으로는 국가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메달수로 순위를 평가하고 있지만 미국, 캐나다 등은 금,은,동을 모두 합친 메달 총계로 종합순위를 평가한다.

금메달 우선 순위 집계방식이든, 메달 총계 순위 집계 방식이든 결점은 있다. 금메달 우선 방식은 아무리 은메달이 많아도 금메달 하나를 넘을 수 없어 ‘금메달 지상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반면 메달 총계 방식은  ‘금메달 = 은메달 = 동메달’이라는 비논리적인 등식을 낳는다.

이런 면에서 두 가지 집계방식을 모두 참고하는 게 판단의 오차를 줄이는 방안이 아닐까 싶다.

메달 총계를 기준으로 보면 종합순위는 많이 달라진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의 경우 37개(금9, 은15, 동13)인 미국이 1위로 올라선다. 이어 독일(30개), 캐나다(26개), 노르웨이(22개), 오스트리아(16개), 러시아(15개)순이었다. 한국은 14개로 7번째다. 일본은 메달을 합계해도 5개에 그쳤다.

런던하계올림픽의 경우도 메달 총계 방식으로 보면, 미국(104개)은 선두자리에 변화가 없었으나, 그 뒤로 중국(88개), 러시아(82개), 영국(65개), 독일(44개), 일본(38개), 호주(35개), 프랑스(34개)순이었다. 한국은 28개로 이탈리아와 같은 9번째에 자리했다.

올림픽 참가선수단 규모를 살펴봐도 흥미롭다.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은 22개 종목에 248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금메달수가 우리보다 적었던 주요 국가 중 독일은 392명(23종목), 프랑스는 330명(24종목), 이탈리아는 284명(22종목), 일본은 315명(22종목)이었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선수단 규모도 비슷했다. 한국은 12개 종목에 46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금메달수가 우리보다 적은 국가 중에서 스위스는 146명(14종목), 러시아는 177명(15종목), 프랑스는 108명(13종목), 이탈리아는 114명(13종목)이었고 금메달이 전무했던 일본도 94명(14종목)이었다.

런던과 밴쿠버 올림픽의 메달 총계와 참가선수단 규모가 갖는 의미는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긍정적인 면만 따지면 한국은 효율면에서 대단히 ‘경제적인 스포츠’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 저변이 넓지 못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경쟁국가들에 비해 엘리트 중심의 스포츠 성향이 강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 세계는 지금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의 패러다임 전환중

올림픽 헌장의 참된 정신은 ‘참가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즐기면서 너나할 것 없이 1등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종목별로 1등은 한 명(또는 한 팀)밖에 없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메달과 거리가 멀다. 금메달수만으로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모든 사람에게 스포츠를’이라는 의미의 ‘스포트 포 올(Sport For All)’이라는 표어가 있다. 1975년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공동체(EC) 스포츠 관련 장관회의에서 ‘스포트 포 올 헌장’이 채택된 것이 계기가 되어 생겨난 슬로건이다. 헌장은 ‘스포츠 참가는 각 국민의 권리’라고 선언했고 '스포트 포 올' 정신은 사회체육과 생활체육을 의미하는 국제 공용어로 자리잡았다.

‘스포트 포 올’ 정신은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의 가치 전환을 의미한다. 엘리트 스포츠는 특정 선수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는 스포츠’가 중심이다. 그러나 ‘스포트 포 올’ 정신에 입각한 스포츠는 남녀노소, 비장애인과 장애인 구별 없이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다.

이를 위해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시되는 스포츠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고, 누구나 쉽게 스포츠에 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장기적인 플랜에 입각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사회복지’와도 맞물려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제1조에서 “국민체육을 진흥하여 국민의 체력을 증진하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여 명랑한 국민 생활을 영위하게 하며, 나아가 체육을 통하여 국위 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3조에서는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체육 진흥에 관한 시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자발적인 체육활동을 권장·보호 및 육성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자발적인 체육활동의 권장, 보호 및 육성’이다. ‘스포트 포 올’의 정신과 통해 있다.

우리는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차원 더 비상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목표를 향해 선수들이 일군 땀방울의 가치는 무시한 채 그들이 세운 기록과 우승, 메달 색깔에만 관심을 갖는 단선적인 관심에 지배당하지 않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승리가 주요한 목적이 되는 엘리트 스포츠의 특성상, 우리는 그동안 인기 종목이나 인기 스타, 인기 프로 종목에 지나치게 집중해왔다. 자연스레 결과만을 강조하는 의식이 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올림픽 때만 반짝 인기를 끄는 종목과 선수가 생겨났고, 올림픽에서 메달과 거리가 먼 종목은 비인기 종목으로 홀대 받기 일쑤였다. 비인기 종목이나 무명 선수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비인기 종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다양한 스포츠를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학업을 병행하며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건강한 학생스포츠, 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신나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스포츠,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실버 스포츠의 활성화 등 ‘즐기는 스포츠’와 ‘복지형 스포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스포츠언론의 새로운 시작(Cue)'이라는 모토 아래 2014년 2월 5일 정식 출범한 ’스포츠Q'가 앞으로 제기해 나갈 스포츠저널리즘에 대한 물음(Question)은 ‘스포츠 선진국을 향한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ryus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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