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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패기의 변주곡' 세대교체로 재도약 노리는 한국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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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패기의 변주곡' 세대교체로 재도약 노리는 한국유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17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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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선발전 앞두고 조용한 세대교체

[300자 Tip!]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지만 지난해 세계유도선수권에서는 '노골드'에 그쳐 충격에 빠졌다. 동메달 3개만을 따냈고 이 가운데 남자 메달은 고작 하나였다. 심기일전. 이제 한국 유도가 다시 뛴다. 조인철(38) 감독과 송대남(35), 최민호(34) 코치 등 30대 지도자로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부터 세대교체됐다. 그리고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적극 박탈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하고 있다. 그래도 경험은 무시할 수 없기에 김재범(29·한국마사회)과 왕기춘(26·양주시청) 등도 합류시켜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한편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한껏 젊어진 한국 유도의 인천 아시안게임 도전은 어떤 성과로 도약할 수 있을까?

▲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유도대표팀 선수들이 필승관 유도실에서 매트 위를 돌며 몸을 풀고 있다. 현재 유도 대표팀에는 대학생 등 20대 초반의 선수들과 각종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이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무한 경쟁 중이다. 이들은 오는 6월 아시안게임에 나갈 대표선수를 뽑는 최종 선발전에 나서게 된다.

[스포츠Q=글 박상현 · 사진 이상민 기자] 태릉선수촌 필승관에 오후 2시부터 듬직한 사나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난달 16일 선수촌에 입촌한 뒤 조인철 감독의 지휘 아래 훈련하고 있는 남자 유도대표선수들이었다.

가장 가벼운 체급인 60kg급의 최인혁(20), 김원진(22·이상 용인대), 신규민(19·동아대)부터 100kg 이상급의 김성민(27·경찰체육단)과 김수완(26·남양주시청)에 이르기까지 26명의 선수들이 벌써 한달째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모두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철원에서 열렸던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여명컵 전국대회까지 통과했거나 코칭스태프의 선택을 받아 별도로 발탁된 이들은 오는 6월 24~25일 경산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을 겸한 KBS전국체급별선수권을 통과해야만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다.

◆ 확 젊어진 선수들, 입촌 26명 가운데 14명이 대학 선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재 입촌한 26명 선수 가운데 14명이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20대 초반의 팔팔한 선수들이다. 패기가 넘치고 체격조건과 체력도 점점 전성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바라보는 선수 구성이라는 뜻이다.

최경량급인 60kg급의 김원진, 최인혁, 신규민이 모두 대학생들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이 체급에 출전했던 최광현(28·하이원)은 66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 최인혁이 유도 대표팀 훈련에서 조르기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경량급인 60kg급의 최인혁은 대표팀의 막내이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원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이 체급의 최강자는 김원진이다. 지난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그는 지난해 12월 코리아 그랑프리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리틀 최민호'라는 찬사를 얻었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세계 상위랭커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였기 때문에 단숨에 남자 유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김원진은 지난달 열린 2차 선발전에서도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선수촌에 입촌했다. 하지만 22세의 김원진조차도 후배들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원진이 형을 넘어서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용인대 2년 후배 최인혁이다.

덕원고 재학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던 최인혁은 1차 선발전 우승과 2차 선발전 3위를 기록하며 선수촌에 들어왔다. 태릉선수촌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는 그는 지난 10일 전국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기량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인혁은 "지난해 봄부터 선수촌에 처음 들어오면서 적응이 되지 않아 한동안 고생했다. 처음에는 400m 트랙 10바퀴를 뛰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진이 형은 국내외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많이 노련함에서는 따라갈 수가 없다. 잡기에서도 내가 밀린다"며 "이번 훈련에서 업어치기를 조금 더 연마해 원진이 형을 넘어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만약 최인혁이 김원진을 이긴다면 세대교체 속의 또 하나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 이재형이 유도 대표팀 훈련에서 흐트러진 도복을 고쳐 입고 있다. 이재형은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범과 최근 81kg급으로 체급을 올린 왕기춘의 투톱 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다.

◆ 김재범-왕기춘 '베테랑 투톱'에 도전하는 이재형

60kg급처럼 대학 선수끼리 경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체급에서는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대선배와 대학 선수가 경쟁을 벌인다. 실업팀 대선배라고 해도 아직 20대 중후반의 나이다. 올림픽과 각종 세계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데다 아직 체력이 충분해 경험이 부족한 대학 선수들이 넘어서기 힘들어 보일 수도 있다.

특히 81kg급은 최대 격전지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과 함께 최근 체급을 올린 왕기춘이 대결을 펼치는 체급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대학 선수가 있다. 바로 이재형(22·용인대)이다.

이재형이 81kg급에서 조심스럽게 대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바로 2차 선발전에서 김재범을 꺾어봤기 떄문이다. 이재형은 2차 선발전 준결승전에서 종료 1분 29초를 남기고 발뒤축걸기 한판으로 이겼고 결승전에서도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1차 선발전 16강 탈락에 이어 2차 선발전에서도 공동 3위에 그친 왕기춘과 김재범 모두 랭킹 포인트가 모자랐지만 강화위원회 결정에 따라 선수촌에 합류했다.

최종선발전에서 이들을 다시 한번 넘어서야 하는 이재형으로서는 더욱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다. 이재형은 2차 선발전에서 김재범을 꺾기는 했지만 1차 선발전에서는 졌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 김재범(오른쪽)이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진행된 유도대표팀 오후 훈련에서 김찬규를 상대로 업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김재범과 81kg급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왕기춘, 젊은 패기를 앞세운 이재형이 81kg급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재형은 "태릉선수촌에 6개월만에 다시 돌아왔다. 선수촌에 있으면 체계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도 받을 수 있어 기량이 더 올라갈 것 같다"며 "체급의 최대 강적은 역시 왕기춘 선배와 김재범 선배다. 경험이 많아 경기 운영면에서 노련하다. 또 재범 선배는 워나 빠르고 체력도 20대 초반 못지 않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종선발전은 물론이고 세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역시 업어치기가 필요하다"며 "국제대회에 나가면 모두 힘이 세기 때문에 허벅다리 같은 기술은 먹히지 않는다. 상대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업어치기 기술이 가장 좋다"고 말해 이번 훈련을 통해 업어치기 기술을 연마할 것임을 내비쳤다.

◆ 조인철 감독 "아시안게임 고비로 완전한 세대교체 목표"

취재 약속을 잡기 전에 조인철 감독에게 기대주로서 '추천 선수'를 부탁했다. 조 감독이 점찍은 선수가 바로 최인혁과 이재형이었다. 조인철 감독이 목표로 하고 있는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조인철 감독은 "최인혁은 김원진과 겨룰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약간 모자랄지 몰라도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둘 다 모두 좋은 선수여서 60kg급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형은 김재범을 두차례나 이긴데다 고등학생 때부터 성인에 못지 않은 실력으로 두각을 보였다. 김재범의 나이가 이제 적지 않기 때문에 이재형이 이 체급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유도 대표팀의 얼굴이 확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안게임은 과도기이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바라보는 중장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 한국 유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조인철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유도 대표팀의 얼굴이 새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유도 대표팀의 연령대를 낮추는 세대교체는 아시안게임을 넘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바라보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조 감독은 "우리나라 유도 대표 선수층이 예전만 못하다. 엘리트 체육이 점점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20대 중반 선수들이 최전성기인데 지금은 30대 선수들이 많이 뛴다. 요즘은 체력 관리를 잘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30대 나이에도 좋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지만 세대 교체 측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조 감독은 선발전에서 탈락하고도 선수촌에 입촌한 왕기춘이 세대교체의 연착륙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조 감독은 "왕기춘은 73kg급에서 두 차례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이라며 "감량에 한계가 있어 한 체급을 올렸는데도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음 고생을 하고는 있지만 점점 기량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김재범의 경우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30대에 접어들지만 왕기춘은 김재범보다 훨씬 젊고 기량도 좋다"며 "지금 당장 대표팀 선수가 되기보다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을 바라보는 쪽으로 왕기춘을 선발했다. 왕기춘과 이재형이 선의 경쟁을 벌인다면 이 체급에서도 순조로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재 후기] 갑자기 성적이 나빠지는 원인을 분석해보면 세대교체 실패가 그 이유인 경우가 많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이길 수 있는 기량으로 성장하고 꾸준히 발전해야만 원활한 세대교체가 될 수 있다.그렇기에 조인철 감독은 '젊은 대표팀'을 만들기 위해 어린 선수들과 기존 베테랑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모범 답안'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면서도 선후배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현재 유도 대표팀의 모습이다.

▲ 조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유도 대표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맹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동료이자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기 때문에 한순간도 게을리 할 수 없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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