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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스포츠, IT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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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스포츠, IT에 길을 묻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4.18 11: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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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스포츠IT융합학과 박사과정 박성건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장점인 스포츠IT”

[300자 Tip!] 최근 스포츠와 IT가 결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3라운드 경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부르고스 코치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벤치에 앉아 큰 화제가 됐다. 코치는 이 안경을 통해 볼 점유율과 슈팅 분포도, 선수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받고 감독과 상의하며 경기에 반영하는 모습이 TV에 비쳤다. 만화나 SF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요즘 스포츠의 발전방향에 대한 해법이 IT에서 찾는 분위기다. 이와 맞물려 스포츠IT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국내에 처음 생겼다. 바로 숭실대 일반대학원 스포츠IT융합학과다. 이곳에서 스포츠IT 접목에 대해 고민하는 박성건 씨(박사 과정)를 만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스포츠Q 신석주 기자] 올해 소치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종목은 단연 컬링이다. 이번 컬링 경기에서는 보이지 않은 첨단기술이 숨어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로 IT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컬링 경기를 볼 때 코치가 아이패드를 들고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기에는 지난 15년 동안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의 역대 승률, 상대전적, 특정 상황에서의 경기력 등을 분석한 각종 데이터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돼 있었다.

이를 통해 컬링 대표팀은 상대에 맞게 경기 전술을 세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방송사들도 이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승률, 샷 분포 등 시청자들이 컬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송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에 참여한 숭실대 스포츠IT융합학과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와 IT를 결합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컬링 대표팀을 통해 스포츠와 첨단 IT 기술력이 한 데 뭉쳐 무한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호기심이 많은 스포츠인, IT와의 운명적 만남

스포츠와 IT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하나로 섞는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목적으로 국내 최초 숭실대 일반대학원에 스포츠IT융합학과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 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성건 씨(33)는 호기심이 풍부했고 승부욕이 강했던 스포츠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배구선수로 활약하며 스포츠인을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 불안전한 미래를 고민하며 선수의 꿈을 접고 공부를 시작했다.

1년 동안 피나는 노력 끝에 상지대 체육학과에 입학한 그는 체육학을 공부하면서 선수들의 부상을 많이 당하는 원인에 대해 알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국민대 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등의 자격증을 땄고 강북구보건소 대사증후군센터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는 또다른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스포츠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지금의 담당 교수인 한헌수 스포츠IT융합학과 학장을 만나게 됐다. 평소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많던 그는 새로운 스타일의 학문에 마음에 끌렸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그는 스포츠IT 분야의 발전 가능성에 매료되어 연구를 열중하고 있다.

선수 생활, 운동생리학 전공, 스포츠 경기 기록과 체력측정 과정 이수 등…. 그는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연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입장을 보다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상황을 좀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포츠IT 융합은 각 분야의 장점을 하나로 묶는 것이 목적이다. 내가 하는 일은 그 중간 다리 역할이다. 스포츠만의 콘텐츠와 산업, IT와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중간에서 절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나이키는 지난 5일 동대문디지인플라자에 최첨단 IT가 결합된 ‘나이키 풋볼 페놈 하우스’를 설치했다. 사진은 나이키 풋볼 페놈 하우스의 실내 디지털 경기장 전경. [사진=나이키코리아 제공]

◆ ‘말도 안 되는 일’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과거에 물을 사 먹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온 것처럼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다. 스포츠와 IT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가 결합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박성건 씨는 “스포츠 IT를 말로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처음 스포츠IT융합학과가 생겼을 때의 어려움을 떠올렸다.

그는 “1년 동안 스포츠IT 영역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용어를 정리하고 연구범위를 선정하는 등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성건 씨는 문서적인 데이터를 접목한 스포츠IT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IT 기술은 패스 성공률, 슈팅 분포 등 수치를 분석하는 것에 집중돼 발전해왔다. 이는 스포츠 경기력을 발전시키고 선수들의 능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보다 입체적으로 경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이어 “하지만 앞으로는 경기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활용할 만한 IT기술력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SNS와 검색어 등을 분석하는 이른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빅데이터는 이미지, SNS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에서 승리, 기록 단축, 운동량 증진 등 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 요인들을 추출해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중요한 경기에 스포츠 캐스터를 배치할 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주요 캐스터의 이미지를 분석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경기에 배치하고 가장 적합한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도 활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박성건 씨는 “빅데이트가 활성화 되면 앞으로 주말에 등산을 가고 싶을 때 각종 산에 대한 정보와 평가 등을 제공받고 지금의 심리상태에 맞는 산을 추천받는 등의 일이 펼쳐질 수 있다. 또한 평생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운동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때도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스포츠IT융합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성건 씨는 스포츠와 IT의 장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도록 내가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스포츠IT 발전, 창의력이 답이다

최근 NBA 중계방송에서 TV 한쪽 구석에 실시간 채팅창을 띄워 시청자와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을 통해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점을 NBA선수가 직접 대답해 주기도 하며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것은 스포츠와 IT가 결합한 하나의 결과물이다.

박성건 씨는 정형화된 틀을 깰 수 있는 창의성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스포츠IT 분야의 장점은 바로 유연성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 야구장을 지을 때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생생한 경험까지 담을 수 있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다양한 기술력이 접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컬링 대표팀에는 IT 기술력을 더욱 접목하고 있다. 스톤에 센서를 달아 볼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밀 카메라를 통해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컬링에 관련된 정보를 누구나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컬링 대표팀은 경기력을 더욱 향상시키며 경기 환경을 더욱 발전시켜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성건 씨는 스포츠와 IT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스포츠 현장을 경험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예의범절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물론 예의를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율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제시하기 어렵고 경직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박 씨는 “최근 공대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들은 스포츠 쪽보다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전혀 엉뚱한 이야기라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 가운데 아이디어가 나오고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찾는 것을 종종 확인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스포츠IT는 소규모 팀으로 구성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이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개발하는 데 큰 제약이 없도록 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원하며 구체적으로 키워 나가야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이러한 소규모 팀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연결해주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협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 스포츠IT융합학과 박성건은 누구?

문일고에서 배구 선수로 활약했던 박성건 씨는 국민대 일반대학원 운동생리학을 전공해 체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 학술분과 위원이고 숭실대 일반대학원 컴퓨터학과 데이터사이언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국내 처음 스포츠IT융합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스포츠과학기술학회지, 학술대회 등에 논문을 기재하며 스포츠와 IT의 발전방향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취재후기] ‘스포츠경기장에 부는 스마트한 상상’이라고 숭실대 스포츠IT융합학과를 소개하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스포츠에도 스마트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더욱더 입체적인 분석과 다양한 콘텐츠로 사람들은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빅데이터를 통해 원하는 스포츠관련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기술력의 발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일일 것이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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