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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최동훈 감독인생 제2기 신호탄...무게감과 재기발랄함 공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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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최동훈 감독인생 제2기 신호탄...무게감과 재기발랄함 공존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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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최동훈 감독은 웰메이드 상업영화 연출에 있어 가히 국내 최고봉 소리를 듣는다. 데뷔작인 2004년 ‘범죄의 재구성’부터 시작해 ‘타짜’ ‘전우치’ 도둑들‘ 모두가 빼어난 만듦새와 더불어 흥행에도 대성공했다. 최동훈 감독이 처음으로 시대물 그것도 독립군을 소재로 한 작품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했다. 현대물에 어울리는 재기발랄함과 세련된 감각을 투영시켜온 그의 결과물에 대한 궁금증은 켜켜이 쌓여갔다.

 최동훈 감독의 시대극 '암살'은 193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에 투입된 암살단과 그 뒤를 좇는 살인청부업자, 일본군 스파이까지 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각기 다른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다. 여주인공인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 전지현을 비롯해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최덕문 김해숙 조승우 등이 출연한다

13일 전모를 드러낸 ‘암살’은 클래식 무비의 묵직함뿐만 아니라 최동훈 감독 특유의 세련되고 재기발랄한 감각이 안배된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9년에 걸쳐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시나리오는 탄탄한 역사의식에 기초해 촘촘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와 해방 이후 공간인 1949년 그리고 친일파 암살 거사가 이뤄진 1933년을 오가는 이야기는 흔들리거나 빈틈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견고하게 펼쳐진다.

임시정부·독립군·의열단의 근거지인 중국 상하이·항저우와 독립운동의 기운이 짙어지는 공간인 경성을 넘나드는 공간적 배경과 철저한 고증은 리얼리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제작진은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 디자인을 위해 순제작비 180억원을 투입해 중국 상하이 대규모 오픈세트와 경기도 고양시 오픈세트에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으며, 당대 복식을 세밀하게 제작했다. 보는 이는 조국을 잃은 식민지 구성원이 된 듯 이야기 속으로 절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비극의 시대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인간군상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선택과 집중 그리고 압축과 생략을 통한 빠른 진행을 추진하는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은 원숙의 경지에 오른 느낌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우들이다.

타이틀 롤인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은 전지현은 자칫 ‘자기복제’ 비판을 들을 수도 있었음에도 ‘별그대’ 천송이 캐릭터의 장점을 비운의 안옥윤에게 적절히 실어냄으로써 경쾌함과 무게감, 단호함과 여림이 공존하는 입체적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냉철한 임시정부대원 염석진 역 이정재는 이중적인 면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 역 하정우는 호방한 남성의 면모를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명품 연기자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최덕문 김해숙과 특별출연의 조승우까지 어느 누구 하나 튀는 법 없이 작품 속에 스르르 용해된다.

 

영화 속 반민특위 재판 장면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함으로써 질곡을 거듭하는 현실에 강렬한 느낌표를 찍는다. 좁은 골목길에서 빨래가 바람에 휘날리는 탁 트인 공터로 이어진 뒤 플래시백으로 마무리되는 라스트 신은 '대부'의 노스탤지어가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에도 작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쳐주고, 할리우드 영화와 견줘도 손색없는 현란한 총격액션·폭파장면을 배치함으로써 오락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최동훈의 감독인생 제2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만 같다. 러닝타임 2시간10분. 15세 이상 관람가. 7월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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