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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대회 피날레까지 '네버 기브 업', 손연재·정현·그리고 나주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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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대회 피날레까지 '네버 기브 업', 손연재·정현·그리고 나주의 투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14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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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을 젊음의 시간,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불굴의 의지로 U대회 장식

[광주·나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젊음의 특권이라는 말이 있다. 도전하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젊기 때문에 그 실패는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포기하지 않는 것은 청춘의 의무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몇 년의 시간이 포기의 연속으로만 이어진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얼마나 삭막해질 것인가.

14일 폐막만을 남겨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는 바로 젊은이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기 위해 후회없는 시간을 보넀고 앞으로도 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U대회 사상 처음으로 종합 1위를 달성한 한국 선수단에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값진 도전이 있었고 환희가 있었다. 또 단 몇 년에 그칠 청춘을 후회없이 불태운 선수들도 있었다.

▲ 손연재는 발목 부상에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개인 종합과 종목별 후프, 볼에서 금메달을 따내 3관왕이 됐다. 이제 손연재는 올림픽을 위한 후회없는 1년을 시작한다. [사진=스포츠Q DB]

◆ 꿈을 포기하지 않은 손연재, 자신의 후회없는 마지막을 위해

손연재(21·연세대)는 한국에서 비인기종목인 리듬체조 선수다. 예쁜 외모와 이전 선수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경쟁력 있는 경기력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는 손연재지만 훈련을 위해 한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 러시아로 간다.

손연재의 겉은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악플러들은 "손연재가 돈에 눈이 멀어 훈련을 하지 않고 광고만 찍으러 다닌다"고 말하지만 정작 손연재의 훈련비용은 바로 이런 광고 출연료에서 나온다. 그 누구도 그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외롭다.

손연재는 외로운 싸움을 하지만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라면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태극기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놔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손연재의 사명이자 꿈이다.

손연재는 지난 4월 리듬체조 월드컵 도중 발목을 접질려 대회를 포기해야만 했다. 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다시 발목 통증이 도졌다. 포기의 연속 속에서 손연재는 자연스럽게 움츠러들었다.

이 때 손연재는 마음을 잡았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고 매트에서 경기를 할 때면 재미가 없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슬럼프를 겪었지만 오직 U대회와 올림픽만을 바라보기로 했다. 발목 통증이 찾아왔지만 진통제를 맞아가며 훈련량을 계속 유지했고 결국 U대회 3관왕 위업을 차지했다.

이제 손연재의 다음 꿈,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이 남아있다.

손연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에 한 점 후회없이 경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한 노력을 남은 1년 동안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남은 1년을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그리고 결코 잊지 못할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손연재의 다짐이다.

▲ 테니스 에이스 정현은 윔블던 테니스 출전과 하루에 2경기씩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자신과 싸움을 이겨내고 남자 단식과 단체전 우승으로 2관왕이 됐다.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 "누가 이기나 해보자"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19세 정현

정현(19·상지대, 삼성증권 후원, ATP랭킹 79위)은 지난 11일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첫 세트를 이기고도 내리 두 세트를 져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뒤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라켓을 내동댕이쳤다. 그만큼 자신에게 화가 나있었다.

사실 화를 낼 일은 아니었다. 정현은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본선 1회전을 타이 브레이크 접전을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났다. 영국 런던에서 부랴부랴 광주로 날아와 남자단식과 복식에 모두 참가했다.

하루에 2경기씩 이뤄지는 단식과 복식 일정에 아직 약관이 되지 않은 정현은 피로에 지쳐갔다.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역전패한 것도 바로 피로를 이겨내지 못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피로조차 이겨내지 못한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남자복식 결승전이 끝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아슬란 카라체프(러시아)와 단식 결승전을 치러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피로에는 장사가 없었다. 첫 세트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인 1게임을 브레이크당하는 등 무려 세 게임이나 브레이크 당했다. 첫 세트를 1-6으로 힘없이 내줬다.

다시 정현의 오기가 발동했다. 피로에 져서는 안된다는 정신력이었고 투지였다. 2세트 들어 둔했던 발이 살아나면서 카라체프를 몰아붙였다. 카라체프의 서브 게임인 2세트 첫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기세가 살아났다.

정현은 카라체프가 발목을 다치는 행운(?)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기세가 올랐다. 2세트와 3세트에 펼쳐진 14게임 가운데 무려 12게임을 따내는 위력을 발휘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남자 단식과 함께 단체전까지 2관왕에 오른 정현은 "누가 이기나, 내 한계의 끝이 어디인지 해보고 싶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승부욕의 화신인 정현은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

▲ 한국 남자축구는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전반 6분 만에 선수가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불굴의 투혼을 발휘해 0-3 완패에도 큰 박수를 받았다.

◆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남자축구와 여자핸드볼의 나주 찬가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남자축구와 여자핸드볼은 대로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결승전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투혼을 보여줬다.

김재소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는 나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박동진이 전반 6분 만에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끝까지 투지를 불태웠다. 수적인 열세에 직면하면서 세 골을 내주고 무너졌지만 관중들은 어린 대학선수들의 투혼에 감명을 받았다.

경기를 지켜본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력이나 경험 부족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끝까지 하려는 투지가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자핸드볼은 나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러시아와 결승전에서 후반 한때 12골차 열세를 2골차까지 따라붙는 뒷심을 보여줬다. 아쉽게 시간이 모자라 36-38로 패했지만 '우생순'으로 대표되는 여자핸드볼의 투지는 나주를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나주에서 기대했던 2개의 금메달은 나오지 않았지만 나주 찬가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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