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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청소년', 영화계가 응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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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청소년', 영화계가 응답하다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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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예림기자]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 문제를 품은 국내 영화들이 잇따라 상영되고 있다. ‘우아한 거짓말’ ‘방황하는 칼날’ ‘한공주’ ‘신의 선물’ ‘미조’ '셔틀콕' '도희야' 등 청소년 왕따, 집단 성폭행, 학대, 살인, 미혼모, 소년가장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화제를 일으키거나 흥행에도 호조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은 17일까지 관객수 160만을 넘겼다. 지난 10일부터 상영한 ‘방황하는 칼날’은 8일째 61만명을 돌파했다. 영화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고 살인범을 은신시키는 장소와 이름이 같은 입시학원이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를 제치고 며칠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 영화 '우아한 거짓말' '방황하는 칼날' '신의 선물' '한공주' 포스터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청소년 문제 다룬 작품 쇄도...심각한 현실 반영

‘우아한 거짓말’은 단란하게 지내던 한 가족의 비극과 슬픔을 다룬다. 항상 엄마와 언니에게 살갑던 천지(김향기)가 갑자기 자살을 한다. 언니 만지(고아성)는 천지가 남긴 메시지들을 발견하면서 동생이 왕따 때문에 자살했다는 걸 알게 된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상현(정재영)은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딸 수진(이수빈)을 발견한다. 어느 날 상현은 범인의 정보가 담긴 문자를 받고 찾아간 곳에서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있는 철용(김지혁)을 발견한다. 상현은 순간 이성을 잃고 철용을 살해한다. 상현은 이 사건에 공범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고 무작정 찾아 나선다.

‘한공주’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돼 BIFF 시민평론가상과 CGV무비꼴라쥬상을 받은 이후 마라케시국제영화제 금별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관객상·국제비평가상,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 대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7일 개봉과 동시에 다양성 영화 사상 개봉 첫 날 1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2004년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모티프로 한 ‘한공주’는 피해자의 처참해진 삶을 그렸다.

‘신의 선물’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해 영화팬의 주목을 받았다. 여주인공 소영은 남자친구 사이에서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한 미혼모다. ‘미조’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은 데 이어 다음달 개봉을 확정했다. 태어나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려져 양부모의 방치와 성폭행 속에 살아온 소녀의 극단적 복수를 담은 영화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셔틀콕’은 재혼한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 후 전재산 1억원을 들고 사라진 누나 은주(공예지)를 찾아나서는 열일곱 고교생 민재(이주승)와 초등학생 은호(김태용)의 여정을 그린다. 다음달 개봉하는 '도희야'는 의붓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폭력과 학대에 노출된 14세 소녀 도희(김새론)의 위험한 선택을 둘러싼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들 작품의 잇따른 개봉은 한국 사회의 청소년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반영한다.

▲ 영화 '신의 선물'(위) '미조'의 한 장면

◆ ‘대화단절’ ‘폭력음란 영상물 만연’ ‘입시 스트레스’ 청소년 범죄 부추켜

지난해 10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교육부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소년원 송치학생 현황 결과에 따르면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 수는 2010년 2602명, 2011년 2760명, 2012년 316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의 이현숙 상임대표는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맞벌이 부부가 많아져 자식과 부모 사이의 대화가 단절된 데다 고등학교까지 사교육과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사회 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도피처로 게임과 인터넷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에 탐닉하면서 바람직한 성장이 힘들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10대들은 입시 스트레스를 겪지만 이를 건전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음란물, 폭력물을 접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미디어를 통해 학습한 대로 학교에서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푼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 문제 담은 영화들 '성찰 기회 제공' '담론의 장 마련'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어둡고 잔인한 영화임에도 많은 관객이 몰리는 이유를 “실체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의 경우 ‘성폭행이 일어났다’ ‘범인이 잡혔다’ 등 사실만 전달하지만 영화는 사건 외에도 과정, 사람들의 심리와 반응 등 복잡한 맥락을 다룬다. 그래서 영화는 ‘한 시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야 옳은 것일까’라고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과연 이런 영화가 사회에 유익한지 반문하는 모습도 존재한다. 청소년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대학생 장영진양은 “영화를 보면 열만 받는다. 그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다 아는데 흥행하면 뭐하나. 분노는 냄비처럼 금방 식고 범죄는 계속 발생한다. 영화가 흥행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일시적일 뿐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피해자 가족에게 더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건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한 학부형은 “피해자의 부모라면 절대 그런 영화를 보러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악몽을 누가 다시 겪고 싶겠나”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영화가 작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지겠지만 청소년 문제를 다뤘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사람들이 청소년 문제를 기사로 읽는 것보다 영화로 접하면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면서 공감하게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 '셔틀콕'의 한 장면

◆ 사회적 안전망 가장 약한 지점에 청소년 존재

영화 ‘도가니’는 2000~2004년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집필한 작가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영화로 인해 광주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광주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서고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2011년 9월에 개봉해 그해 10월 아동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일명 ‘도가니 법’이 시행됐다. 한 편의 영화가 부조리한 사건을 국민에게 고발, 담론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무기력한 공권력에 자극을 준 경우다.

인생의 황금기이자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 현실의 청소년은 사회적 안전망의 가장 약한 지점에서 부조리와 고통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존재한다. 책임을 느껴야 할 기성세대 그리고 한국영화가 이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조심스레 해결책 모색에 나선 점은 가치 있는 행동임에 분명하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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