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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사남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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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사남일녀’
  • 이건희 객원기자
  • 승인 2014.02.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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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예능 초보 5인 모여...가족의 힘 여실히 보여줘

[스포츠Q 이건희 객원기자] 2014년의 시작과 함께 MBC는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요일 밤 10시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의 ‘사남일녀’다.

▲ '사남일녀' [사진=MBC 제공]

야외 예능의 초보들로만 구성된 이 다섯이 남매가 되어 시골에 계신 ‘엄마’ ‘아빠’를 찾아가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아, 익숙한 구성이다. 유느님 유재석은 ‘패밀리’가 되어 국민 남매로서 ‘라면스프’국을 소개했고, 예쁜 걸그룹의 멤버들은 ‘청춘은 지지 않는다’며 기꺼이 농촌의 딸이 되었었다. 그런데, 뻔한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무심코 채널을 넘기기엔 이 다섯 명의 남매, 퍽 웃기다.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이하늬다. 명문대를 나온 수재에 미스코리아를 거쳐 연기와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매력을 뽐내고 있는 이하늬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뜬금 없다는 편견을 깨고 특유의 털털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져도 대장부처럼 하하 웃어 넘기면서도, 멀고 음침한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려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등의 모습들은 화려한 스타로만 인식되어 대중과 조금은 멀리 있던 이하늬를 어느새 내 딸, 내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느끼게끔 한다.

언제부터인가 방송가에선 ‘男-男’ 커플의 ‘케미’가 주된 내러티브 외의 인기요소로 자리 잡았다. ‘사남일녀’에도 남남 케미의 요소들이 발견되는데, 둘째 김민종과 넷째 김재원이 그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 년도로 14년 차이가 나는 이 둘은 ‘형제’라는 구조 안에서 단순히 형과 아우의 상태로 바뀐다.

또한 그 안에서 간단한 계란찜 하나 만들지 못하고, 시장에서 장을 보며 돈을 물 쓰듯 하며, 제작진이 준비한 소양강에 사는 ‘강(江) 문어’를 한 치의 의심 없이 신나게 낚는 김민종과 늘 뒤에서 씨-익 웃으며 그런 김민종을 구박하고 잔소리하는 동생 김재원의 모습은 둘의 캐릭터를 더욱 확실하게끔 한다. 과거 ‘패밀리가 떴다’에서 김수로와 이천희가 보여준 ‘계모-신데렐라’ 구조의 답습이면서도 위계의 ‘전복’이라는 코드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할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

또한 ‘사남일녀’는 그 취지에 맞게 ‘가족 만들기’에 충실하다. 앞서 말했던 과거의 프로그램들은 무대만 시골이나 고향집으로 바뀌었을 뿐, 연예인들의 단체 예능의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남일녀’는 실제 그 곳에 거주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 행동강령으로 정해져 할 수 밖에 없는 ‘엄마’ ‘아빠’ 소리는 출연자나 시청자 모두에게 ‘풉’ 하는 어색함을 주지만 그것도 잠시, 그 친밀감의 변화 속도는 기타 어느 프로그램보다 빠르고 진실되어 보인다.

▲ '사남일녀' [사진=MBC 제공]

힘든 산간 생활로 인해 서먹해진 부모님의 사이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둘의 변신을 도와주는 아들과 딸들, 그 흔한 ‘제로 게임’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조카를 위해 기꺼이 엄지 손가락을 세워주고, 벌칙으로 손목을 대주는 ‘삼촌’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경험해 보았거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익숙한 모습 중 하나이다. 이러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본인들의 가족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소소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재의 측면에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엄마!’ 혹은 ‘아빠!’ 라고 불러본 적이 있는가? 힘든 하루 일과에 지쳐, 아니면 어느새 나보다 작아진 부모님이 안타까운 마음에 애정 없이, 습관적으로 불렀던 것은 아닐까. 호칭의 힘이 ‘가족’이라고 느껴짐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프로그램 ‘사남일녀’. 이번주 금요일 밤엔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모여서, 한 번 보며 함께 웃어보는 건 어떨까.

lghee08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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