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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 형부에서 국민 배우로 '김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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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민 형부에서 국민 배우로 '김강우'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1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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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김강우(36)는 어느덧 한 분야에서 10년을 넘긴 배우가 됐다. 요즘 그는 KBS2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의 열혈 검사 강도윤의 한(恨)을 어떻게 풀어내야할 지 고민이 많다. 김강우는 '세상이 도와주지 않아서 짠하다'는 강도윤을 보면 근성과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점에서 자신과 닮았다고 말한다. 어쩌다보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에 많이 출연해온 그가 자식에게 말해주고 싶은 인생관은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다.

▲ 김강우 [사진=나무엑터스]

[스포츠Q 이예림기자] “액션 장면이 많고 잠이 부족해 몸이 힘들지만 대본이 새로 나올 때마다 힘이 나요. 사실 연기를 오랫동안 하면서 흥미를 느낀 게 처음이에요.”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에서 대선배 배우 윤여정과 호흡을 맞추고 칸 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았지만 유독 수상, 흥행과는 연이 닿질 못하는 비운의 배우다. 그러나 그는 연기는 ‘들인 시간만큼 결과로 나타난다’고 믿으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요즘 최대 고민 ‘강도윤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골든크로스’에서 억울하게 죽은 동생을 위해 복수에 나서는 검사 강도윤을 연기하는 김강우는 “대본을 읽었을 때 이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악역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다 사연이 있고 연민이 느껴졌어요.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들이고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스토리였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열혈 검사 강도윤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

“몸이 힘들어요. 정보석 선배님이나 엄기준씨 같은 경우는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역인데 저는 뛰고 쫓고 잡아야 돼요. 매일 땅바닥에 앉아서 울고 맞고. 제 팔자인가봐요. 도윤이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다니까 더 부담되는 거 있죠.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매니저가 불안해해요. 몸으로 하다보니까요. 그런데 제가 액션 영화들을 많이 찍어서 그런지 저에 대해 기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부담으로 다가오죠.”

▲ '골든크로스'의 검사 강도윤 역 김강우 [사진=나무엑터스]

“부당한 일을 당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은 많아요. 저는 이 작품을 마침표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가족이 절대 권력의 노리갯감으로 있다가 죽임을 당했는데 사람들은 사고로 알아요. 그 사실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고민이 많았어요. 절절한 슬픔, 분노로는 다 표현이 안될 것 같아서요. 도윤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매일 고민하고 생각해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경쟁작들로 수목극 1위를 지키고 있는 SBS ‘쓰리데이즈’와 이민정의 복귀작 MBC ‘앙큼한 돌싱녀’가 있다. 양강 체제에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김강우가 생각하는 ‘골든크로스’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이시영씨가 저에게 이 작품의 승부수는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는데 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짠함’이라고 말했어요. 시청자분도 짠함에 넘어갈 것 같아요. 도윤이가 정말 불쌍한 인물이에요 세상이 도윤이를 너무 안 도와줘요.”

◆ "연기는 스포츠와 같아...오랜 시간 투자한 만큼 결과로 나타나"

배우 한혜진이 처제고 축구선수 기성용이 동서다. 7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한 아내는 한혜진 못지않은 우월한 미모의 소유자다. 지난해 2월에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흥행까지 하는 연기파 배우’가 꿈이라고 말하는 그는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을지라도 정작 본인은 항상 끙끙 앓고 있는 연기자다. 그는 10년 동안 노력해서 검사가 되고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근성의 소유자 강도윤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저는 약자 편에 서게 돼요.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골든크로스’의 강도윤을 택했네요. 제가 근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 하나씩 성취하는 사람이 좋지 완벽하게 다 갖춘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아요.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운동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오랜 시간 투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연기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로 나타난다고요.”

그는 ‘골든크로스’를 통해서 자신의 연기력, 존재감을 인정받기보다는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지난해 방송된 ‘힐링캠프’에서 흥행, 수상과 연이 없다고 토로한 김강우와는 사뭇 다르다.

▲ '골든크로스'의 한 장면 [사진=나무엑터스]

“드라마를 통해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냐고요? 주인공이 멋있게 그려지고 주목을 받는 것보다 작품이 길게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촬영 분위기, 흡입력 있는 대본을 보면 ‘골든크로스’가 그 작품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몸은 힘든데 재밌어요. 저는 그동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항상 왜 이렇게 힘들지’ ‘잠을 더 자고 싶다’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힘들면서도 대본 나오면 절로 일어나서 대본을 읽어요. 제가 맡은 역 외에도 다른 인물들의 대사들도 읽게 돼요.”

◆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

영화 ‘카트’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나오고 ‘찌라시’에서는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나서는 매니저 역을 맡았다. 또한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돈의 맛’에 출연했다. ‘골든크로스’도 상류층의 권력에 희생당하는 검사 강도윤으로 나온다. 작품을 선정할 때 특정한 기준이 있는지 물었다.

“누군가 농담으로 저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너 입당할거니?’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정치적인 색깔은 없어요. 1부터 10이 있다면 저는 항상 5인 사람이죠.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건 의도하지 않는데 그렇게 됐네요.”

▲ 김강우 [사진=나무엑터스]

그는 자신이 어떤 편향된 생각 없이 작품을 택했다고는 하지만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는 성향과 정의감이 그의 심장에 묻어있을 터. 자식에게는 어떤 가치관과 철학으로 교육시키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민하는 찰나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서로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피해는 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걸 자식에게도 가르치고 싶어요.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이 뭔지도 모르면 꼭 피해가 생겨요. 많은 사람들이 몰라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취재후기] 한혜진이 ‘힐링캠프’에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때를 회상하면서 ‘어떻게 이런 사람(김강우)이 우리 집에 들어왔지’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타고 난 후에 김강우는 ‘국민 형부’가 됐다. 흥행, 수상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이제 연기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그에게 ‘국민 배우’ 타이틀이 찾아올 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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