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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7) 선린 원투펀치 이영하-김대현, 유쾌한 잠실 맞대결 상상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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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7) 선린 원투펀치 이영하-김대현, 유쾌한 잠실 맞대결 상상플러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2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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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LG 1차 지명, 35년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콤비...오늘은 동지, 내일은 적

[200자 Tip!] ‘좌완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야구계 속설이 있다. 그만큼 좌완투수는 어딜 가든 대접받을 수 있다. 우투좌타 야수들이 양산되고 있는 아마추어 야구에서 좌완투수는 큰 매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 때문에 최근 아마에서든 프로에서든 우완 정통파 투수들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하지만 우완투수들이 소외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석들은 나온다. 35년 만에 선린인터넷고의 황금사자기대회 우승을 안긴 듀오 이영하(18), 김대현(18)은 나란히 서울 연고 프로야구팀에 지명돼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용산=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선린인터넷고는 과거 선린상고 시절부터 야구명문으로 통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등장한 김우열을 필두로 이해창, 김광수 등이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와 MBC 청룡의 주전으로 활약했고 1980년대 들어서는 유지홍, 박노준, 김건우, 김상호, 이병훈, 송구홍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즐비했다.

▲ 2016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각각 두산, LG의 부름을 받은 이영하(왼쪽)와 김대현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선린인터넷고에서 각자 투구폼을 취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에도 서용빈(현 LG 트윈스 타격코치), 권오준(삼성 라이온즈), 손시헌, 이종욱(이상 NC 다이노스) 등이 각종 대회를 휩쓸며 모교의 이름을 높였다.

하지만 명가 선린인터넷고가 오랫동안 제패하지 못한 대회가 있었으니, 바로 황금사자기였다. 선린인터넷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은 당시 2학년이었던 박노준과 김건우가 맹활약한 1980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나서야 우승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팀 내 원투펀치로 뛴 이영하와 김대현이 있기에 가능했다. 둘은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로 황금사자기 때도 모든 경기를 책임지며 팀에 우승컵을 안겼다. 3승 평균자책점 1.16을 기록한 김대현이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결승에서 뒤를 든든히 받친 이영하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우승의 감흥이 채 식기도 전에 낭보가 들어왔다. 이영하와 김대현이 2016년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에 나란히 뽑힌 것. 선린인터넷고에서 수도권에 1차 지명 2명을 배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고지 내 학교에 재학 중인 선수를 뽑는 1차 지명에서 이영하는 두산의 부름을, 김대현은 LG의 선택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서울 라이벌팀 유니폼을 입게 된 이들은 잠실벌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 "빠른 템포로 던지겠다" vs "오재원-김현수는 꼭 잡을 것"

조금 짓궂은 상상을 해봤다. 어쩌면 극적인 설정일지도 모르겠다. 프로팀에 입단하고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뒤 1군에 올라왔는데, 데뷔전 선발 맞대결 상대가 고교시절 동료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이들은 곰곰이 생각한 뒤 마운드에 섰을 때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나갈지에 대해 설명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오로지 포수만 보일 것 같아요.”

선발 맞대결을 펼칠 때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으냐는 질문에 돌아온 이영하의 대답이다. 이영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마운드에 섰을 때 포수만 보이고 그 주변은 캄캄했다.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며 프로 데뷔무대에서도 비슷한 감정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현은 “TV에서만 보던 곳에 실제로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되고 설렌다”며 웃었다.

▲ 최고 시속 150km의 속구를 던지는 이영하는 "유희관 선배에게 느린공으로도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둘 모두 비슷했다. 피해가지 않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속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7㎞에 달하는 김대현은 “얻어맞더라도 초구 스트라이크는 꼭 잡고 들어가겠다. 경험 상 밀리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쳐볼 테면 쳐봐라’는 식의 피칭이 주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현이 꼭 잡고 싶은 두산 타자는 오재원과 김현수다. 좌타자로서 타격 기술이 뛰어나고 주력도 좋다. FA(자유계약선수) 원년이라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이 충만할 터. 김대현은 “프로에서 꾸준하게 잘 치는 선배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잡아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속 150㎞의 속구를 뿌리는 이영하도 “아무래도 빠른 승부를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LG에는 좌타자들이 많고 주자로 나갔을 때 잘 뛰어다니기 때문에 빠른 템포로 투구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벌 과정에서 타자와 신경전을 벌일 새도 없이 투구하겠다는 이영하다.

이영하가 특별히 막아보고 싶은 상대는 박용택. 꾸준히 잘 치는 타자라 잡아보고 싶단다. “상대가 좌타자라 불리한 입장이지만 홈런을 맞더라도 상대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두 투수를 지도하는 윤석환(54) 선린인터넷고 감독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영하와 대현이가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면 대단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학교로서도 영광이고 선린 동문들도 야구장을 찾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영하는 여유로운 성격을 가진 게 장점이다”며 변화구의 각이 좋다는 칭찬을 했다. 김대현에 대해선 “마운드에서 승부욕이 강하고 속구의 구위가 좋다”고 엄지를 세웠다.

▲ 윤석환 선린인터넷고 감독은 "영하와 대현이가 잠실에서 맞붙는다면 학교 입장에서도 큰 영광일 것"이라고 웃었다.

당장 프로에 가면 적으로 만나야 하지만 이영하와 김대현은 팀 내 주축으로 활약한 2년 동안은 서로 의지하며 공을 던졌다. ‘내 뒤에 친구가 던져도 잘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단다. 이영하는 “내가 선발로 나올 땐 대현이가 뒤에 있어서 편하다. 뒷문이 튼튼하니 미련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현도 “위기 상황이든 교체가 필요해서 내려가야 할 상황이든 영하가 잘 던져 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라이벌 의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서로를 견제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김대현은 “라이벌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정도까지 올라온 거지, 영하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실력 발휘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하도 “대현이보다 페이스가 떨어지면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건 대현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서로에게 선의의 라이벌이다. 좋다”고 웃었다.

◆ 유희관-류제국에게 '투구 노하우' 전수받는다

이렇게 프로 타자들과 맞대결을 펼치기 위해서는 두둑한 배짱 외에도 이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같은 팀 선배의 조언을 듣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이제 6개월이 지나면 프로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이영하와 김대현. 이들은 아직 본인이 프로 선수의 실력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움에 대한 욕심이 크다. 어느 선배든 붙들고 개인 레슨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이영하는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다승 선두에 빛나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에게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타자를 잘 ‘갖고 노는’ 선배다. 공이 빠르지 않음에도 어떻게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표정이 잘 드러나는 편인데, 평정심을 잃지 않고 투구하는 노하우도 알고 싶단다.

김대현은 같은 우완 정통파인 류제국에게 이것저것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우완투수로서 어떻게 하면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듣고 싶은 김대현이다. 그는 “인간적으로도 든든한 선배일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 김대현은 "35년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모교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고와 연습경기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김대현.

◆ '선린인'으로서 갖고 있는 자부심, 프로까지 이어간다

이영하와 김대현이 프로 무대에 노크를 할 수 있는 건 수십 년 간 야구명문으로 자리한 선린인터넷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영하, 김대현 못지않게 자주 언급된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박노준, 김건우다. 35년 전 이들이 모교의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

이영하와 김대현 역시 학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점에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영하는 “지금 우리가 박노준, 김건우 선배를 떠올리는 것처럼 먼 훗날 후배들도 대현이와 내 이름을 기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현 역시 “우리가 모교 야구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뿌듯하다”고 싱긋 웃었다.

이제 한 학기만 지나면 프로에서 새 꿈을 펼쳐나갈 이영하와 김대현. 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고교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프로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서로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야. 다치지 않고 무사히 1군 마운드에 섰으면 좋겠어.” (이영하가 김대현에게)

“굳이 1군 선발 맞대결이 아니더라도 잠실 더그아웃에서 만나고 싶어. 그때는 지금과 느낌이 조금 다르겠지? 그래도 엄청 반가울 것 같아.(웃음)” (김대현이 이영하에게)

[취재후기] 올해 유독 KBO리그에 좌완투수들이 득세하는 것에 대해 이영하와 김대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년 잘 던지는 투수들이 다르다”, “좌완투수가 상대적으로 희귀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육성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언젠가 우완 정통파 투수의 전성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프로에서 자신의 공을 씩씩하게 던질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이영하, 김대현이 잠실 라이벌팀 선발진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재목으로 크길 기대해 본다.

▲ 김대현(왼쪽)과 이영하는 건강한 모습으로 잠실에서 만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8월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각자 입단 예정인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고 조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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