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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기 '도마의 신'은 담대했고, 첫 '양학선2'는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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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기 '도마의 신'은 담대했고, 첫 '양학선2'는 위대했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4.19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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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1·2' 모두 6.4 고난도, '전 대회 2연패 약속 지킨다'

[인천=스포츠Q 강두원 기자] '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이 그동안 봉인했던 신기술 '양학선2'를 마침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다섯달 뒤 아시안게임이 펼쳐질 인천에서 당당히 성공해 금빛 예감을 확인했다.

이제 6.4의 고난도 기술 2개를 장착하고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도 한껏 끌어올렸다.

양학선은 19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코리아컵 인천국제체조대회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서 1·2차 시기 평균 15.412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은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고르 라디빌로프(우크라이나·15.037점)를 또 다시 여유 있게 2위로 제쳤다.

이날 경기의 최대 관심거리는 과연 새로 개발한 '양학선2'를 선보일지에 대한 것이었다. 6.4의 고난도 기술인 '양학선1'을 갖고 있었던 양학선이 또 하나의 6.4 고난도 기술을 장착한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1년 1회 코리아컵 때 '여 2(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반을 비트는 기술)에서 반 바퀴를 더 도는 신기술 '양학선'을 처음으로 펼쳤던 터라 2년 만에 다시 코리아컵에서 진화된 '양학선2'를 처음 시도해 성공까지 연결시킬지가 핫이슈였던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과 비교하자면 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화려한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아사다 마오(24·일본)의 트리플 악셀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격이다.

◆ 지난해 개발한 '양학선2' 봉인하고도 세계선수권 2연패

양학선이 2012년 런던올림픽 도마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개발한 '양학선1' 기술은 공중에서 세바퀴를 비틀어 돈 후 정면으로 착지하는 기술이다. 여홍철의 '여2'보다 반 바퀴를 더 도는 기술로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기술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10월 전까지는 7.4의 최고 난도 신기술로 등재됐지만 4년마다 바뀌는 채점 규칙에서 1점이 낮아져 6.4가 됐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양학선이 19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코리아컵 인천국제체조대회 기계체조 남자 도마 2차 시기에서 자신의 신기술인 '양학선2'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양학선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고 쓰카하라 트리플(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바퀴를 비트는 기술)에서 반 바퀴를 더 도는 '양학선2'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양학선은 지난해 세계체조선수권에서 이 기술을 '봉인'했고 그럼에도 당당하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 두번째 시기 '도마의 신'은 담대했다. '실수가 없었다면 위대한 신기술도 없었다'

양학선이 지난해 개발한 '양학선2'를 숨겼던 것은 아직 덜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양학선은 이날 신기술을 성공시킨 뒤 "태릉에서 훈련할 때도 단 한 번 성공한 적이 없다. 착지 때 제대로 서지도 못했고 앞으로 엎어지곤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숨길 때는 아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대회가 열리는 2014년이 밝았다. 그리고 마침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남동체육관에서 코리아컵 체조대회가 열렸다.

코리아컵 대회 경기를 앞두고 양학선은 코치에게 '1등을 할까요, 신기술을 쓸까요'라고 물었고 흔쾌히 신기술을 사용해보라고 허락을 받았다. 1등도 중요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제 선보일 때가 됐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오히려 1차 시기에서 실수를 저지르면서 양학선은 자신의 신기술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2차 시기 직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뒤를 한차례 돌아봤다. 경기 때면 항상 하는 버릇이자 징크스였다. 그리고 '양학선2'를 선보인 그는 왼쪽 다리가 한발 나가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착지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처음으로 쓴 기술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멋진 성공이었다.

양학선은 담대했다. 1차 시기에서 실수한 뒤 2차 시기에서 모험을 감행했다. 또 실수하면 자존심은 물론 자신감까지 무너질 수도 있었던 위기의 순간. 그는 신기술을 선택했다.

그는 "1차 시기 때 엎어져서 마음을 다 잡았고 2차 시기 때 신기술을 시도하고자 했다"며 "1차 시기가 잘 됐다면 2차 시기에서 신기술을 썼을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 아시안게임 5개월 앞두고 '양학선2' 멋지게 성공, "모든 대회 2연패 약속 지킨다"

이제 양학선은 월드 클래스의 격을 한 단계 더 높였다.

난도 6.4인 '양학선'에 이어 '양학선2' 또한 난도 6.4로 인정받아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난도 6.4짜리 도마 기술을 두 개나 보유한 세계 유일의 선수로 도약한 것이다.

양학선이 6.4의 고난도 기술을 2개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은 높은 점수를 보장하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일단 착지 자세에서 한발이 앞으로 나가 0.3점이 감점이 되더라도 난도 점수에서만 6.1을 갖고 들어간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양학선이 19일 코리아컵 인천국제체조대회 기계체조 남자 도마 2차 시기에서 자신의 신기술인 '양학선2'에 성공한 뒤 착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고난도 기술이 있기 때문에 1차 시기에서 실수가 있어 점수가 다소 깎이더라도 2차 시기에서 역전을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양학선은 이날 경기에서도 1차 시기에서 왼손을 짚는 실수 때문에 14.900점에 그쳤지만 2차 시기에서 '양학선2'를 성공시킴으로써 15.925점을 받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미 2011년과 2013년 연속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던 양학선은 이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넘본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던 4년 전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린다.

그래도 양학선은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양학선은 "언제 괴물같은 선수들이 나와서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선보일지 모른다"며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모든 대회 2연패가 목표라고 밝힌 만큼 더 노력해서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당장은 아시안게임 2연패이지만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다. 끝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그가 또 언제 '양학선3' 또는 '양학선4'까지 개발할지 모르기에 당분간 세계 기계체조 도마의 최강 자리를 계속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도마의 신' 양학선(왼쪽에서 두번째)이 19일 코리아컵 인천국제체조대회 기계체조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시상대에서 입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디빌로프 이고르(우크라이나), 양학선(한국), 제이크 달튼(미국), 박민수(한국), 마렉 리츠카르츠(폴란드).

◆ 양학선 "신기술이 나를 살렸다. 훈련 때도 성공 못했던 신기술 성공, 기쁨 두 배"

다음은 '양학선2'를 성공시켜 금메달을 차지한 양학선과의 일문일답.

- 신기술을 시도하고 성공했다. 대회 전 몸상태는 어땠는지.
"신기술이 나를 살렸다. 컨디션은 좋았다. 워밍업 할 때 느낌이 좋아서 시도하게 됐다. 시합장에서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언제 신기술을 시도하려고 마음을 먹었나.
"경기 전 몸을 풀면서 코치님께 ‘일등을 할까요? 신기술을 쓸까요?’ 라고 여쭤봤더니 흔쾌히 신기술을 쓰라고 말씀해주셔서 생각하고 있었다. 1차 시기 때 엎어져서 마음을 다 잡았고 2차 시기 때 신기술을 시도하고자 했다. 착지에서 한 발 더 나갔지만 만족한다. 하지만 1차 시기가 잘 됐다면 2차 시기에 신기술을 썼을지는 잘 모르겠다."

- 1차 시기 때 어떤 면이 부족했는지.
"1차 시기 때 손을 짚을 때까지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중에서 연기보다 착지를 먼저 생각하면서 회전력이 부족했다."

- 2차 시기를 앞두고 뒤를 돌아서 생각을 깊게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하나의 징크스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항상 뒤로 돌아서는 버릇이 있다. 1차 시기때 실수가 오랜만이어서 뒤로 돌아서서 무조건 착지해야겠다고 3번 다짐했다."

- 신기술 역시 도마를 등지고 착지하는 기술인데 어렵지는 않은지.
"도마를 보고 착지를 하면 완벽하게 착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지만 등지고 하는 착지는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 1차 시기가 조금 안 좋아서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1차 시기가 안 좋았지만 저만의 비장의 무기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2차 시기로 만회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 기분좋다."

- 지난 코리아컵에서도 '양학선1'을 성공했었는데 이번에도 신기술을 성공했다.
"코리아컵은 큰 대회를 앞두고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대회다. 또한 코리아컵을 뛰고 나면 다음 대회에서도 행운이 따르는 것 같다."

- 신기술을 성공한 것이 처음인지.
"이번이 처음이다. 태릉에서 훈련할 때도 단 한 번 성공한 적이 없다. 착지 때 제대로 서지도 못했고 앞으로 엎어지곤 했다. 이번에 성공해서 기쁨이 두 배다."

- 김희훈이나 박민수가 도움이 많이 되는지. 라이벌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예전에 외국인선수들이 라이벌이라고 얘기할 때는 그 선수들이 옆에 없기 때문에 도움이 안됐는데 김희훈이나 박민수 선수가 옆에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이들은 아시안게임에서 저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같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

- 진도 해상 세월호 참사에도 대회가 열렸는데 경기에 임하면서 어땠는지.
"텔레비전만 틀면 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와 마음이 아프다. 실종된 분들이 많던데 하루 빨리 찾아야 되지 않나 싶다. 시합을 잘 뛰었고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참 안 좋았다."

- 신기술을 성공하면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다.
"그렇긴 하지만 안주할 생각은 없다. 언제 괴물같은 선수들이 나와서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선보일지 모른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모든 대회 2연패가 목표라고 밝힌 만큼 더 노력해서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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