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23:24 (화)
[뷰포인트] 공연ㆍ영화ㆍ가요계 신진창작자 '실험정신' '창의력' 파급효과↑
상태바
[뷰포인트] 공연ㆍ영화ㆍ가요계 신진창작자 '실험정신' '창의력' 파급효과↑
  • 용원중 이희승 김현식 기자
  • 승인 2014.02.04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기획] 젊은 아웃사이더, 대중문화계를 뒤흔들다 ①

[300자 Tip!] 기성의 권위와 제도권 질서에 도전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 ‘순치’되기보다 ‘저항’함으로써 새로운 물결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는 젊은 아웃사이더들의 반란이 거세다. 공연, 영화, 가요계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신진 아티스트들만의 팔딱이는 실험성과 도전정신이 대중문화 전반에 강력한 자극을 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뉴 웨이브’를 도도히 형성하는 중이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무대디자이너 겸 연출가는 여신동(37)이다. 무대미학과 시각적 즐거움을 고루 전달, “무대를 예술로 만든다”는 극찬을 얻는다.
대학로 장수 뮤지컬 ‘빨래’의 정감 가는 산동네를 비롯해 연극 ‘목란언니’에서의 김정일 전 북한국방위원장 초상을 활용한 강렬한 무대,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에서의 정물화 프레임 같은 간결한 무대, 연극 ‘필로우맨’의 섬뜩하고 차가운 무대 등이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됐다. 지난해 11월 ‘사보이 사우나’를 통해 연출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양손프로젝트는 1명의 연출자(박지혜)와 3명의 배우(손상규·양종욱·양조아)로 이뤄진 연극 창작 집단이다. 보통의 극단처럼 연출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자와 배우가 같은 위치에서 기획부터 작품 선정, 방향성 제시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창작 작업에 몰두한다.

▲ 무대미술가 여신동,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죽음과 소녀', 소리꾼 이자람, 피아니스트 김다솔(시계방향)

연극 ‘현진건 단편선- 새빨간 얼굴’ ‘죽음과 소녀’ ‘오셀로’ 등 발표작마다 화제를 뿌렸다. 지난 여름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 3편을 각색한 연극 ‘개는 맹수다’로 일본 돗토리 버드 시어터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들은 무대 위 별다른 세트나 소품 없이 빈 공간을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으로 채워낸다. 평단과 관객은 양손프로젝트의 연극에 대해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흥분과 충격을 안겨준다”고 환호한다.

젊은 소리꾼 이자람(35)은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희곡을 판소리로 탈바꿈시킨 ‘사천가’와 ‘억척가’로 매회 전석 매진과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며 국악계의 ‘현상’으로 부상했다. 대본, 작창, 연기까지 모두 해내는 그를 빼놓고 더 이상 국악계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브레히트 이후 주요섭의 단편 소설 ‘추물’(1936)과 ‘살인’(1925)을 판소리로 풀어낸 ‘판소리 단편선 주요섭’을 들고 오는 20~22일 두산 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김다솔(23)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16세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학연이나 쟁쟁한 교수 등 고국에서 그를 이끌어줄 기반이 전무했기에 뛰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국내 청중을 만날 기회가 별반 없었고, 인지도 역시 약했다. 하지만 점차 공연을 통해 실력을 알려나갔고, 지난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오는 6일 세계 최정상의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스포츠Q 이희승기자] 서로를 ‘잉여’라 칭했던 영화전공 대학생 4명의 배낭여행기를 다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단기간 내 2만 관객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 1분 만에 전석 매진된 후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흥행 대박’을 냈다.

네 사람은 단돈 80만원과 캠코더 한 대만을 든 채 프랑스, 터키, 이탈리아, 영국을 1년에 걸쳐 여행하는 과정을 찍은 뒤 편집과정을 거쳐 다큐멘터리 영화로 탄생시켰다. 스물아홉 살의 이호재 감독은 “대학시절 4명 모두 할 줄 아는 게 조명, 편집, 애니메이션, 연출 한가지씩 밖에 없어서 과내에서도 왕따였다. 그랬던 우리들이 무작정 떠나 그 결과물을 극장에 건 셈이다. 걱정하기에 앞서 일단 저질러 보면 거기서 얻고, 성장하는 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위), 영화 '소녀'를 촬영중인 최진성 감독(아래)

유명 웹툰작가 출신 정연식 감독의 ‘더 파이브’는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 후 충무로를 노크했지만 영화화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웹툰으로 먼저 공개됐다가 지난해 11월 마침내 극장에 간판을 올리게 됐다. 만화작가로 출발한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 역시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이야기를 다룬 웹툰 ‘스틸레인’으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가 첫 연출작으로 1000만 감독 대열에 합류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갖게 됐다.

지난해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30대 젊은 감독 군단’의 선두를 맡은 최진성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기대를 모은 ‘소녀’를 연출한 최 감독은 단편영화와 장편 다큐멘터리로 다채로운 이력과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첫 장편 극영화 ‘소녀’는 뛰어난 미장센과 섬세하고 감성적인 스토리로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외 국동석 감독은 명품 감성 스릴러 ‘공범’, 신연식 감독은 독특한 연출력의 ‘배우는 배우다’, 노영석 감독은 기발한 유머와 개성 넘치는 연출력의 ‘조난자들’로 주목받았다.

[스포츠Q 김현식기자] 그들만의 문화, 비주류로 인식되던 홍대 음악은 가요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주류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에서 듣지 못했던 멜로디와 귀에 쏙쏙 박히는 생활밀착형 가사는 대중의 귀를 자극하며 주목받았다.

십센치(10cm), 데이브레이크, 장기하와 얼굴들, 장미여관을 음원 차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홍대 여신’으로 통하는 요조, 타루, 한희정은 익숙한 이름이 된지 오래다. 어쿠스틱 통기타와 아프리카 전통악기 젬베는 유행처럼 번져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에 빈번히 등장한다.

2009년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해 ‘아메리카노’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등을 히트시킨 그룹 십센치는 지난달 31일 국내를 넘어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LA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 버스커버스커, 십센치, 톱밥(시계방향)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는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버스커버스커는 정식 앨범 발매 후 음원차트에서 줄 세우기를 하며 대이변을 일으켰다. 데뷔 전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던 젊은이들, 대학 캠퍼스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곡들이 대중가요계의 흐름을 뒤바꾼 것이다.

기획사의 상업 논리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레이블을 설립하는 젊은 아웃사이더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힙합 1세대 듀오 TBNY 출신 래퍼 톱밥은 최근 강박 레코즈라는 개인 레이블을 설립해 프로듀싱을 맡아 싱글을 발표했다. 그는 “성공한 레이블을 만들어 좋은 후배들을 양성해보고 싶어 1인기업을 차렸다”며 “내가 하고싶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음원차트에서 대형기획사 소속 가수보다 높은 순위에 오를 땐 기분이 묘하다”고 활짝 웃었다.

◆ 공연ㆍ영화계 '기업지원 잇따라'… 가요계 '지원전무 빨간불'

공연계와 영화계의 경우 젊은 창작자들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이 활발한 편이다. 여신동, 양손프로젝트, 이자람은 모두 두산연강재단 산하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육성프로그램 지원 아티스트 출신들이다. 두산연강재단 강소라 매니저는 “만 40세 이하 창작자들이 자신의 예술능력을 마음껏 실험해보도록 지원하는 것이 취지였다. 자금과 무대 세트에 대한 고민 없이 순수 창작열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고 했다.

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2010년부터 신인 뮤지컬 창작자들의 작품을 리딩 공연 형식으로 꾸준히 선보여 지난해까지 총 23편을 지원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금호영재-영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에게 데뷔 무대를 제공하며 라이징스타 시리즈, 해외 연주기회, 고가의 악기대여를 지속적으로 주선해 준다. 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 빛나는 성취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연주자를 물밑 지원하고 있다.

CJ E&M이 올해부터 독립된 공모전 형식으로 시작한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는 역량 있는 신인 감독을 발굴, 실질적인 데뷔 기회와 창작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순제작비 3억원 내외로 제작·투자·배급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최진성 감독의 ‘소녀’는 ‘CINDI 버터플라이’ 수혜를 받고 개봉됐었다. 이호재 감독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역시 CGV 무비꼴라쥬의 지원으로 개봉에 이르게 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대규모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숨은 진주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반면 전세계에 K-Pop 붐을 일으키며 한류를 선도해온 가요계는 정부나 기업지원이 전무한 형편이다. 드림콘서트나 한류콘서트와 같이 대외적 위상에 초점을 맞추는 행사는 많이 있어도 개별 창작자 및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발견하기조차 힘들다. 가요 칼럼니스트 강태규씨는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문화예술 장르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자생적으로 커온 이들에게 힘들면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일 따름”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