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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김응용이 꼽은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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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김응용이 꼽은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19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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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지도자 생활 마무리한 김응용 감독, "해태-삼성 첫 우승이 가장 기뻐"

[수원=스포츠Q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가 좋더라. 해태에서 첫 우승, 삼성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가 제일 좋았다.”

‘코끼리’ 김응용(74) 전 감독이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꼽았다. 역시 팀을 이끌고 우승을 했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1년간 떠나있던 그라운드에 돌아온 감흥은 새로웠다. 지난밤 잠을 한 숨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긴장됐다. 김 전 감독은 후배들이 마련한 감사패를 받은 뒤 지도자 생활을 은퇴하는 소회를 밝혔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간 감독으로서 짊어진 마음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었다.

▲ 김응용 전 감독(가운데)이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 올스타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뒤 감독생활을 은퇴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응용 전 감독은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나눔 올스타팀의 1이닝 감독으로 초청됐다. 아울러 시구자로 임명돼 마운드에 섰다. 시포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 감독과 투수로 인연을 맺은 선동열 전 감독이 맡았다.

김 전 감독은 명실상부 KBO리그의 산 증인이자 역사다. 프로 감독으로서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했다. 1983년 해태 사령탑에 오르며 KBO리그서 첫 지휘봉을 잡은 그는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KBO 정규시즌 통산 2935경기에 출장, 1567승 1300패 68무를 기록했다.

아울러 한국시리즈 최다인 10회 우승을 달성하는 위업을 이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공헌했다.

1회말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김응용 전 감독은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현역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다그치기만 했다. 후배 감독들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구할 때는 쑥스러웠던 것보다도 공이 거기까지 갈까 싶어 긴장을 많이 했다. 야구선수 출신이 땅볼이라도 던지면 어떡하나 싶었다”고 웃어보였다.

▲ 김응용 전 감독이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 올스타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시포는 선동열 전 감독이 맡았다.

1회엔 상대 최형우의 내야안타 판정에 항의를 하러 나오기도 했다. 껄껄 웃으며 “그것도 당했어. 감독들한테 당했지. 올스타전은 비디오 판독도 없다고 했는데”라며 웃은 김 전 감독은 “감독들이 항의해야한다고 등 떠밀었다. 그래서 나갔더니 심판이 핀잔을 주더라. 그것도 모르고 나왔냐고”라며 민망해했다.

20년 넘게 프로팀 감독을 맡으며 인상적이었던 선수들을 꼽기도 했다. 예상이 가능한 답변이었다. 투수로는 선동열, 야수로는 이종범을 꼽았다. 김 전 감독은 “투수 중에선 선동열이 가장 기억에 남고 이종범이 삼박자를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해태에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뒤 삼성에선 사장과 감독으로 또 한 번 운명을 함께했다. 이종범과는 해태에서 사제지간으로, 한화에선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해태와 삼성을 이끌고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를 꼽았다. 김응용 전 감독이 지휘한 해태는 1983년, 삼성은 2002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에서 처음으로 우승했을 땐 선수와 임직원 할 것 없이 울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며 감회에 젖었다.

▲ 김응룡 전 감독(오른쪽)이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 올스타전에서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요구하다 멋쩍게 돌아서고 있다.

KBO리그가 더 발전하기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예전에는 내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며 “팬을 위해 좋은 경기를 해야 하는데, 요즘엔 정신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라고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끝으로 김응용 전 감독은 “김성근 감독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다. 건강해야 한다’는 말을 하더라”며 “건강을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구상하고 있다. 지금 발표할 단계는 아니고 조만간 이야기보따리를 풀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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