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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평창 프로젝트' 성과, 고양에서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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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평창 프로젝트' 성과, 고양에서 재확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2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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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선수 라던스키·유망주 신상훈·상무 이돈구, 헝가리전서 득점포

[고양=스포츠Q 박상현 기자] '33위에서 23위까지'

한국 아이스하키가 2010년부터 올해까지 걸어온 길이다. 통상적으로 해마다 잘해야 두세 계단 오르는 아이스하키 랭킹에서 4년 사이에 10위까지 올랐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성과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급격하게 순위 상승을 하고 있는 것은 2012년부터 본격 추진한 '평창 프로젝트'의 영향이 크다.

동계 올림픽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는 그동안 한국이 단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한 종목. 설상가상으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끝으로 개최국에게 주어졌던 자동 출전권 제도가 없어지면서 한국이 첫번째 희생양이 될 위기에 빠졌다. 밴쿠버 올림픽과 소치 올림픽을 주최한 캐나다와 러시아는 아이스하키 강국이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동분서주했다. 만약 아이스하키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자칫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의 잔치'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으로부터 얻어낸 답은 "세계 랭킹 18위에 들면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정몽원 회장을 새로운 협회장에 선출하면서 올림픽 출전티켓 획득 작전인 '평창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협회가 시행한 '평창 프로젝트'는 외국인 선수의 특별귀화와 유망주 발굴 육성, 상무 창단을 통한 대표팀 전력 유지였다. 그리고 '평창 프로젝트'가 탄생시킨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면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 [고양=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전력이 급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브락 라더스키 등 외국인 선수의 귀화를 적극 추진한 영향이 컸다. 사진은 20일 헝가리전에서 골을 넣고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는 라던스키(가운데).

◆ 라던스키·영·스위프트 삼총사, 대표팀 전력 강화

가장 먼저 귀화한 선수는 바로 브록 라던스키(31). 2002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드래프트에서 전체 79위로 에드먼턴 오일러스의 지명을 받은 경력이 있는 선수다.

한국과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양 한라와 1년 계약을 맺은 그는 아시아리그에서 득점과 공격 포인트, 최고 공격수 부문을 포함해 최우수선수(MVP)까지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기량을 잘아했다. 2010년에는 한라를 챔피언으로 이끌며 플레이오프 MVP에 오르기도 했다.

당연히 라던스키는 귀화 프로젝트의 첫번째 목표가 됐다. 캐나다는 이중국적이 허용되기 때문에 라던스키 역시 지난해 3월 한국 국적을 취득함에 있어 걸림돌이 없었다.

라던스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을 디비전1 그룹A에 잔류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김기성(29·대명 상무)과 함께 대표팀의 공격력을 이끌었다. 당시 라던스키는 일본전에서 2-4로 뒤지던 2피리어드의 추격의 발판을 놓는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라던스키는 20일 헝가리와 세계선수권 1차전에서도 대표팀이 '투혼의 추격'을 벌이게 되는 두 골을 넣으며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공격 자원임을 재확인시켰다.

라던스키가 성공을 거둔 것에 고무된 협회는 2명의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귀화시켰다. 그들이 바로 마이클 스위프트(27)와 브라이언 영(28·이상 하이원)이다. 사촌지간인 두 선수 역시 캐나다 출신으로 하이원 공수의 핵이다. 스위프트의 가세로 라던스키의 공격력 강화를 더욱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영은 탄탄한 수비를 이끌게 된다.

▲ [고양=스포츠Q 최대성 기자] 대표팀 막내 신상훈은 현재 핀란드 리그 키에코 완타에서 뛰면서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상훈 외에도 아이스하키 유망주들이 키에코 완타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은 20일 헝가리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는 신상훈(왼쪽).

◆ 유망주들의 핀란드 리그 진출, 세계 경쟁력을 키우다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킨 것은 어떻게 보면 단기처방이다.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고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저변 확대다. 이를 위해서는 유망주를 적극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몽원 회장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핀란드 2부리그 팀인 키에코 완타의 지분 53%를 확보해 운영권을 인수한 것. 핀란드 리그 팀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전초기지'이자 유망주들의 '인큐베이터'가 된 것이다. 축구로 따지면 우리나라 기업이 잉글랜드나 독일의 클럽을 인수해 한국 축구 유망주들을 대거 유럽에 진출시킨 것과 다름없는 초특급 프로젝트다.

특히 핀란드는 소치 동계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미국에 5-0으로 이기고 동메달을 딴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올해 2월에 발표된 세계랭킹에서도 스웨덴에 이어 2위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망주는 바로 신상훈(21)이다. 시상훈은 170cm로 그리 큰 체격은 아니지만 74kg의 탄탄한 몸을 바탕으로 유럽 선수들과 맞서고 있다.

신상훈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헝가리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연장에서 승리하는 기적을 낳은 주인공이다. 또 20일 헝가리전에서도 2-6으로 크게 뒤지던 3피리어드에 골을 넣었다. 2년 연속 헝가리를 상대로 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신상훈밖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키에코에는 안정현(21), 김원준(23), 김지민(22), 안진휘(23) 등이 뛰고 있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해준다면 2018년에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축이 될 수 있다.

▲ [고양=스포츠Q 최대성 기자]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대표팀의 조직력 강화를 통한 경기력 유지를 위해 대명 상무를 창단했다. 현재 대표팀에는 상무 선수 11명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은 20일 헝가리전을 마친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는 대표팀.

◆ 상무 창단, 대표팀 조직력 끌어올리다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 수준이 미치지 못하다면 조직력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K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대표팀 중심으로 조직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협회는 대명그룹을 중심으로 상무팀을 창단하는 것으로 조직력 극대화에 나섰다. 이번 대표팀서 상무 소속 선수들은 11명이나 된다. 대표팀 선수가 23명이고 이 가운데 귀화선수 3명을 제외하면 절반이 넘는 셈이다. 상무 팀에 실업팀 선수와 핀란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신상훈, 귀화선수를 접목시킨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상무 소속의 이돈구가 헝가리전에서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라던스키, 신상훈에 이어 이돈구가 헝가리를 상대로 3연속 골의 '방점'을 찍었다.

이돈구 외에도 라던스키 못지 않은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는 192cm 장신 박우상(29)과 김기성(29), 골리 박성제(26) 등도 대표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다.

비록 헝가리와 첫 결전은 아쉬운 패배로 귀결됐지만 '평창 프로젝트'의 방향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아직 대표팀 앞에는 4경기가 남아 있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지만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라는 홈 이점까지 등에 업는다면 지난해 5위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만약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한국 아이스하키의 세계 랭킹은 다시 한번 뛰어오를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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