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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싸움하는 쇼트트랙에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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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싸움하는 쇼트트랙에 격려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0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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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쇼트트랙 황제' 김동성...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한 시선과 세가지 목표

[300자 Tip!] '황제' 또는 '레전드'.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서 그를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단어는 없다. 경기고에 재학하던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단숨에 한국 쇼트트랙의 기린아로 떠오른 그다. 그러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편파 판정에 휘말리며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김동성(34)을 만나본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계속 들려오는 얘기는 한국 쇼트트랙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쇼트트랙은 한국에는 양궁과 비슷한 종목이다.

양궁이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밭이듯 쇼트트랙은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때부터 전략 종목이었다. 대표팀 유니폼이 노란색이었던 시절에는 “한국의 노란색 유니폼만 봐도 외국 선수들이 겁에 질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  [사진=스포츠Q 노민규 기자]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해설을 위해 러시아 소치로 떠난 김동성은 현재 대표팀의 전력이 크게 약해진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져 상향 평준화가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재 쇼트트랙의 위상은 이전만 못하다. 김연아가 있는 피겨스케이팅이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 있는 스피드스케이팅이 급성장한 이유도 있겠지만 외국선수들의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치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력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지해설을 위해 소치로 떠나기 전인 서울 도곡동에서 만난 김동성 KBS 해설위원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 역대 최약체? 전력 상향 평준화로 인한 착시일 뿐

"그건 보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죠. 우리 실력은 그대로인데 다른 경쟁국들이 많이 따라와 실력이 비슷해진 것뿐이죠. 다른 나라 선수들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따라잡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물론 당황스럽긴 하죠. 하지만 우리가 부진하다거나 약체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겁니다. 우리에게 만약 경쟁자가 없다면 안주하게 되고 발전하지 않겠죠. 그러다가 한순간에 추락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이 오히려 낫죠."

▲  [사진=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동성은 오픈 레이스여서 1등이 집중 견제를 받는 등 변수가 많은 쇼트트랙의 특성 때문에 올림픽에서 확고한 1등을 자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양궁과 비견될 정도로 세계를 주름잡던 쇼트트랙 아니었던가.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쇼트트랙이 지금은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는 종목이 됐다. 물론 금메달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은가.

"올림픽에서 확고한 1등이란 건 없어요.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때만 하더라도 제가 확실하게 금메달 딴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잖아요. 오히려 금메달을 예상하지 못했던 여자 선수들이 땄죠. 쇼트트랙이 아무래도 오픈 레이스다보니 함께 뛰는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올림픽은 1등이 더 부담이 많고 공격받게 되는 거죠.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피겨스케이팅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기록 싸움이지만 쇼트트랙은 남이 나를 견제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습니다."

◆ 뜨거운 응원 보내주면 갖고 있는 기량 이상 발휘할 수 있어

김동성 위원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래도 한국선수단에서 쇼트트랙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남자부는 암 투병 중인 노진규의 제외와 안현수(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의 출전으로 기가 많이 죽은 상태다.

"남자 선수들이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노)진규가 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깝죠. 또 (안)현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국민적인 분위기도 한몫하죠. 물론 현수를 응원할 수는 있지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우리 대표선수들도 함께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후배들이 첫 올림픽이라 긴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럴 때 국민들이 응원을 보내주면 자신의 기량 이상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빙상연맹이 많은 미움을 받다보니까 우리 선수들까지 함께 미움을 받아 많이 힘들어해요. 특히 인터넷 기사가 선수들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거든요. 지금은 우리 선수와 현수를 함께 응원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동성은 노진규의 부상으로 인한 대회 불참과 안현수의 참가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지만 안현수 못지 않게 대표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역시 안현수다. 특히 안현수는 김동성과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도 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안현수가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홈인 러시아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현수에게 유리하기는 할 겁니다. 익숙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할 것이고 러시아 사람들의 응원도 크겠죠. 저번에 보니 몸 상태도 좋더라구요. 기술을 갖추고 있는데다 세번째 올림픽 출전으로 노련미까지 갖췄기 때문에 분명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이러다 보니 노련미와 기술을 갖춘 안현수에 대한 '경계령'이 한국대표팀 내에 내려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코칭스태프에서 “안현수가 아닌, 그저 경쟁해야 하는 외국선수인 빅토르 안일 뿐”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제가 감독이었어도 선수들에게 그렇게 얘기했을 거예요.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이 상황에서 감독이 '현수는 역시 좋은 선수'라고 말하면 지금 훈련하는 대표선수들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어요. 물론 현수가 우리와 함께 해 올림픽에 처음 나서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우리에도 이호석과 이정수 선수가 있기 때문에 잘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진=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동성은 쇼트트랙에 대한 재미가 붙었던 2002년에 무릎 부상으로 더이상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려운데다 인공관절 수술 뒤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과감하게 은퇴를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안현수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30세. 이에 비해 김동성 위원은 만 22세의 나이로 은퇴의 길을 택했다. 그토록 일찍 은퇴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 수술 뒤 정상 되찾을 수 있을지 확신 없어 어린 나이 은퇴

"많은 분들이 왜 은퇴했냐고, 방송에 나오려고 그랬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신문에 '가수로 데뷔한다'는 기사가 나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은퇴식이나 기자회견이 있어 은퇴하는 이유를 밝히고 멋지게 은퇴할 수 있지만 우리 때는 그런 것이 없었어요. 사실 2002년에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다음에 쇼트트랙에 대한 열정이 더 생겼어요. 이제 뭔가 더 알 것 같고 재미도 붙었던 시기였죠. 하지만 무릎 때문에 더이상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하고 인공관절 수술 상담까지 받았아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인공관절이 자리잡는데 1,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다음에 운동을 했을 때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후배들의 자리를 뺏기보다는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실업팀에서만 뛰었죠."

김동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분노의 질주'라는 것이 나온다. 마침 그 때가 2002년 세계선수권이었다.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박탈당하고 은퇴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치른 대회였던지라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당시에 저 말고 우리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는데 당초 제 역할이 그 선수를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이었어요. 빠르게 치고 나갔다가 잠깐 쉬고 다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을 반복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지치게 하면 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전략이었죠. 그런데 제가 먼저 치고 나갔는데 상대 선수들이 전혀 쫓아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더 힘을 내다가 한 바퀴를 따라 잡았죠. 쇼트트랙에서 두 바퀴를 따라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을 모두 실격시킬 수 있는데 그것까지는 안되더라구요. 아무래도 13바퀴 반을 혼자 돈다는 것은 힘드니까요. 우리 동료까지 실격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만약 당시에 우리 선수가 실격해서 제게 아쉬운 소리를 했다면 이렇게 대답했겠죠. '네가 더 빨리 갔어야지'. (웃음)"

▲ [사진=스포츠Q 노민규 기자]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 클럽을 만드는 것. 스포츠 마케팅 공부를 해 후배들의 가치를 키우는데 돕는 것. 국제 심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는 것. 세가지가 김동성의 목표다. 

◆ 내 이름 딴 스포츠 클럽, 스포츠 마케팅 공부, 국제 심판 되기 …세 목표 모두 이루겠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나서 그가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런데 체벌 문제 때문에 홍역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김동성은 배운 것이 더 많았던 미국 생활이라고 회상한다.

"미국은 동아리, 클럽처럼 즐기면서 해요. 우리나라는 선수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수준만 놓고 본다면 미국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변은 미국이 훨씬 넓죠. 우리나라는 1등을 못하거나 재능이 없으면 포기하는데 미국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 스포츠를 즐깁니다."

그는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한 것을 바탕으로 스포츠 클럽 운영을 꿈꾸고 있다. 미국처럼 '즐기는 스포츠'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제 이름을 건 클럽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6개월 정도 해보고 선수가 안되면 그만 두는 분위기죠. 하지만 스포츠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해요. 미국에서 학부모들에게 왜 계속 운동을 시키는지 물어봤는데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면 정신도 맑아진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클럽은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려고 해요. 코치가 열심히 시키지 않아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면 알아서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소질이 있으면 선수가 되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즐기면서 타면 되는 거죠."

그의 목표는 클럽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스포츠 마케팅 공부와 국제 심판이다.

"스포츠 마케팅을 제대로 배워서 아마추어 선수로 뛰는 후배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고 싶어요.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매니지먼트 회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구요. 선수들이 메달을 딴 이후에도 계속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지금은 스포츠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스포츠 스타가 연예인 대우를 받는 것도 예사이구요. 제가 운동하고 은퇴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풍토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그러기 위해서는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해야만 합니다. 국제 심판 준비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준비했던 것인데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요. 여러 스케줄 때문에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네요. 매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거든요. 올해 다시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스포츠 마케팅 공부에 클럽, 심판 공부까지 앞으로 계속 바쁠 것 같습니다."

[취재 후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간혹 그의 입에서는 '실패'라는 말이 나왔다. 쇼트트랙 황제였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많은 우여곡절과 사연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가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것이 바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단련됐기 때문은 아닐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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