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22 (수)
'암살' 전지현 "세 번은 해야 뮤~즈 아니겠어?" [인터뷰]①
상태바
'암살' 전지현 "세 번은 해야 뮤~즈 아니겠어?" [인터뷰]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21 0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한류여신’이자 ‘CF 퀸’인 전지현(34)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신념의 독립군을? 뻔뻔한 여도둑 예니콜(도둑들)과 천방지축 톱스타 천송이(별에서 온 그대) 자체였던 그녀가!

전지현은 최동훈 감독의 블록버스터 시대극 ‘암살’(7월22일 개봉)에서 일본군의 총칼에 어머니를 여의고, 독립군 특급 저격수로 지내다 친일파 암살작전 대장을 맡게 되는 안옥윤을 ‘전지현 식’대로 씹어냈다. 대중이 사랑했던 예니콜과 천송이의 가벼움, 비극의 시대를 살았던 안옥윤의 무거움이 이물감 없이 공존한다. 감정의 게이지를 낮춘 영민한 시도다. ‘털털+화끈+긍정+유머’의 여배우가 20일 삼청동 카페를 환하게 밝혔다.

 

“연기하지 말아야지, 하며 안옥윤과 마주했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멋있는 캐릭터다. 쉽지 않은 연기라 오히려 하고 싶었다. 출연 결정 이후에도 안옥윤을 생각할수록 답이 안 나오더라. 감독님께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상황, 사건, 인물들을 상세히 말씀해주셨다. 고교시절 역사과목 과외선생님이었다면 100점을 받을 정도로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하하. 이해하면서 캐릭터를 점점 좁혀갔다. 그 시대를 알아야 공감하고 표현하지 않나. ‘도둑들’ 때는 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반대였다. ‘도둑들’은 캐릭터가 강했고 어필해야할 부분이 많았으니까.”

비운의 가족사, 살인청부업자와의 로맨스, 독립에 대한 열망과 같은 감정연기를 실어 날라야 하고 총격액션을 펼쳐야 했다. 연기가 과하게 나오기 쉬운데 전지현은 감정은 깊으면서도 힘을 뺐다.

“연기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연기하지 말아야지’였다. 보여줄 게 너무 많아서 하는 나도, 보는 관객도 숨 막히겠다 싶었다. 결국 매신 달리지 않더라고 극장을 떠날 때 관객의 뇌리에 이미지가 남아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욕심을 버렸다.”

‘암살’에서 전지현은 생애 첫 1인2역을 시도했다. 극중 쌍둥이 동생과 마주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외모는 같으나 의상과 말투, 제스처에서 미세한 차이가 드러난다.

“반전의 계기가 되는 장치라 책임감이 컸다. 잘 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두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보니, 너무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진 않았나 싶어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싶다. 같은 사람이 2명의 연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의식됐던 것 같다.”

 

“낮은 목소리...톤 잡기가 관건이었다”

전지현은 하이톤의 여배우들과 달리 목소리가 중저음이다. 그런 낮은 목소리로 인해 통통 튀는 캐릭터를 연기해도 마냥 가볍게만 다가오진 않는다. 슬픔, 애잔함이 먼지처럼 툭툭 털어져 나온다. ‘암살’에서도 특유의 목소리는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첫 번째로 고민했던 게 목소리 톤을 어떻게 잡을까였다. 촬영 첫 날, 단 2줄의 대사를 치는 데 너무 어려웠다. 여러 사연이 레이어드된 인물이라 목소리를 심각하게 할까, 밝게 할까 고민했다. 이 인물의 심리를 적절히 반영하는 데 어떤 게 나을지 종잡을 수 없었다. 다만 끝까지 어둡게 가져갈 자신은 없었다.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은 내가 아무리 심각한 인물이어도 심각하게 하지 말자였다. 고통 속에 살아가더라도 기분이 좋을 때도 있을 테고, 연애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겠나. 표현하자! 가볍게! 그게 영화 전체에 도움이 된 듯하다.”

“액션본능, 몸으로 표현하는 게 재밌다”

‘블러드’ ‘도둑들’에서 만만치 않은 액션감각을 보여줬던 전지현은 이번에 강도를 높였다. 장총으로 저격하고, 기관총을 난사하고, 지붕 위를 질주하며 전매특허인 시원시원한 와이어 액션을 시도한다.

“사진촬영 시 풀샷을 찍으면 손가락이나 발 처리를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 오히려 풀 사이즈로 앵글이 맞춰질 때 편안함을 느낀다. 매일 꾸준하게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하니까 몸에 대해 잘 알고, 예민한 편이다. 총을 쏠 때 발끝 모양까지 신경 썼다. 나만의 몸의 느낌을 잘 살리는 편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촬영 전 액션스쿨에서 충분한 훈련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배우라면 신체의 좋은 느낌을 끌어내는 감각이 필수이지 싶다.”

현란한 총격 장면이 많은 ‘암살’에서 전지현에게 주어진 총은 길이 1m27cm, 무게 5kg의 장총 모신나강이다. 중간에는 8kg의 기관단총 톰슨도 사용해야 했다.

 

“들고 뛰면서 쏠 때 모신나강이 너무 무거워서 더미(모형)를 만들어주는데 폼이 나지 않는다고 들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톰슨 사용 때는 그걸 든 채 와이어 액션을 했다. 무게를 견뎌내는 게 쉽진 않았으나 몸으로 표현하는 건 자신이 있다.”

“최동훈 감독의 ‘숨도 쉬지 말라’는 주문 덕에 연기 업그레이드”

배우 전지현과 감독 최동훈은 환상의 콤비다. 배우 연출에 있어 탁월한 최 감독은 ‘도둑들’(2012)을 통해 대중이 미처 몰랐던 전지현의 다이아몬드 급 매력을 스크린 위로 끌어냈다.

“예니콜을 촬영하던 초반 무렵이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감독님이 갑자기 달려오더니 ‘지현씨, 숨도 쉬지 말고 연기하세요!’라고 주문했다. ‘뭐지?’ 싶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늘 뭘 하겠다는 패턴이 있었다. 일종의 연기 습관이었을 거다. 감독님의 디렉션 대로 하니 연기 군더더기가 사라졌다. 연기를 잘 하는 느낌이 들면서 감정 표현도 상쾌해졌다. 그는 내게 연기의 새로운 길을 알려준 분이다.”

그런 믿음으로 인해 ‘암살’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고 하기로 결정했다. 연기를 또 다시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서였다.

“감독님은 캐릭터가 강한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신다. 나 역시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잘 풀어낼 수 있어서 잘 맞는다고 여긴다. ‘도둑들’이 이를 검증한 좋은 기회였다. 척하지 않는 것, 강요하지 않는 것 그리고 유쾌함이 나와 코드가 맞는다. 세 작품 이상 해야 뮤즈 소리 들으니까 감독님의 차기작에도 출연하고 싶다. 너무 고맙다. 배우 이상으로 아껴주시니까. 현장에서 감독님께 나를 믿고 맡겨버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