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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세 아웃사이더' 스물 다섯 배우 이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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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세 아웃사이더' 스물 다섯 배우 이주승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23 12: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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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열일곱 아웃사이더 고교생 2인이 있다. 지난 10일 개봉한 범죄스릴러 ‘방황하는 칼날’의 조두식, 24일 관객과 만나는 성장 로드무비 ‘셔틀콕’의 백민재. 두 캐릭터의 민낯은 스물다섯 배우 이주승이다. 군 제대 후 첫 작품 ‘셔틀콕’에서 극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원 톱’ 배우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상업영화 데뷔작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조연에 불과하지만 악마성을 지닌 소년의 눈빛을 흔들림 없이 쏘아댔다. 곧 드라마 ‘골든 크로스’에서 안방 시청자들과 조우한다. 독립영화계의 ‘아기 사자’에서 위풍당당 라이온으로 훌쩍 성장한 그가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 사진 이상민기자] 독립영화계의 빛나는 스타이자 아름다운 야누스 이주승을 만났다. 22일 ‘셔틀콕’의 간판이 내걸릴 홍대 KT&G 상상마당 카페에 나타난 배우의 눈빛은 말 그대로 '살아 있네'였다.

히스토리

유년기에 만화와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혼자 연기하기를 즐기던 소년은 태권도를 배웠다. 4단까지 획득하며 선수생활을 했다. 운동의 억압에 답답해할 무렵 연기에 시선이 꽂혔다. 고교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찍으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10대의 끝무렵인 2007년 독립영화 ‘청계천의 개’로 데뷔했다. 이후 ‘장례식의 멤버’ ‘원나잇 스탠드’ ‘평범한 날들’ ‘UFO’ ‘누나’에 연이어 출연했다.

소설 한 편을 남기고 자살하는 소년, UFO를 본 뒤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소년, 연상의 여인을 지켜보는 관음증 소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소년, 첫사랑의 열병을 혹독하게 앓는 소년... 평범한 소년은 아니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소년이었다.

성유리와 공연한 ‘누나’ 촬영을 마치고 군입대했다. 숙제를 해치우려는 기분에서였다. 육군 포병으로 복무했다. 힘들었지만 인내와 집중력을 쌓았던 시간이었다. 군복무 중임에도 구애의 손길이 뻗쳤다. ‘셔틀콕’ 출연과 ‘방황하는 칼날’ 캐스팅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제대 후 곧장 ‘셔틀콕’을 촬영했고, 종료 후 한달의 준비기간을 가진 뒤 ‘방황하는 칼날’ 촬영장에 서 있었다.

얼굴

처음엔 “억울하게 생겨서 그런 역을 많이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외모에 강렬한 눈빛, 소년과 남자의 미묘한 경계를 오가는 분위기, 선악이 공존하는 특이한 마스크다. 한때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인 야기라 유야(‘아무도 모른다’로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를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요즘은 “내 얼굴을 좋아하게 됐다. 거울을 봐도 매번 달라서 재밌고 흥미롭다”고 고백한다.

 

조두식 in ‘방황하는 칼날’

사적구제에 나서는 아버지의 가슴시린 범죄스릴러 ‘방황하는 칼날’은 군 복무 중 휴가를 신청, 오디션을 봤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여중생을 성폭행 후 죽음으로 몰고가는 3명의 고등학생, 이들의 우두머리 조두식을 연기했다. 스키장 셔틀버스에서 복수를 위해 자신을 찾아나선 상현(정재영)과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일순 내보이던 묘한 표정은 섬뜩함을 불러 일으켰다. 대선배인 연기파 정재영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이제까지 한 역할 중)조두식이 제일 힘들었어요. 신이 끝나면 스태프들이 절 기피하곤 했어요. 조두식은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소시오패스예요. 캐릭터를 확고히 가져가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아예 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만들자,로 시작한 거죠. 감독님께서 매 장면 너다섯 가지의 연기를 주문하면 그대로 소화하면서 ‘이상한 놈’을 만들어갔죠. 제가 안 보이고 저 ‘죽일 놈’이 보이게끔 만드는 방법을 시도한 거죠.”

 

촬영장은 배움의 전당이었다. 정재영 이성민과 같은 쟁쟁한 선배들을 지켜보며 신선한 충격을 연이어 경험했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해오셨을 텐데 저처럼 젊은 배우보다 인물 분석을 더 많이 하시고, 현장에서 감정을 더 절절하게 잡고 계시는 거예요. ‘마인드의 차이구나!’라고 느꼈죠. 나이가 들면 해봤던 연기, 느껴봤던 감정이 많으니까 여유롭게 임할 수 있잖아요. 안 그러세요. 현장에 나오시자마자 이미 아픔을 느끼고 계세요. 아우라와 에너지가 대단해 몇 십미터 밖에 떨어져 있어야만 했죠.”

백민재 in ‘셔틀콕’

군복무 중 싸이월드를 통해 이유빈 감독으로부터 면회 요청 쪽지를 받았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졌다. 부대 안에 옴짝달싹 못한 채 갇혀 지내던 시절이라 로드무비에 흥미를 느꼈다. 시나리오상의 이야기가 어떻게 촬영돼 스크린에 옮겨질 지 궁금했다.

영화는 재혼한 부모의 죽음 이후 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들고 사라진 누나 은주를 찾아 서산, 당진, 전주, 남해로 이어지는 반항적인 민재와 남동생 은호의 여정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누나는 소유욕에 사로잡힌 첫사랑이자 상실의 슬픔이다. 민재에게 매달리는 초등학생 은호는 버거운 짐이자 책임감이다.

 

“민재의 상황이 불쌍했어요. 부모의 죽음 이후 두려움과 찝찝함이 그를 괴롭히고 있고, 어린애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민재를 부정적인 애로 바꾸지 않을까 안타까웠어요. 제대하자마자 ‘셔틀콕’을 찍었어요. 과거엔 학생 역만 했는데 이미지가 달라진 지금 누가 날 다시 찾아줄까, 전역 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던 당시의 제 심경과 민재의 기분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영화는 여러 가지 키워드를 껴안는다. ‘첫사랑’ ‘가족’ ‘성장’. 이주승은 성큼 ‘성장’을 뽑아들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소유한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는, 현실을 깨달아가는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 마지막에 은주에게 떨궈버린 은호를 다시 데리고 간 행동은 은주의 짐을 덜어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가도 왜 피붙이도 아닌 은호를 데리고 갔을까 의문이 사그라들질 않았어요. 이후 다시 버리고 왔을 수도 있겠죠. 복합적인 감정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보통은 촬영 전에 감정선을 그려놓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촬영장에 가는데 ‘셔틀콕’의 경우 상황마다, 현장에서 느낌이 달라져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해나갔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었으나 결과물에 만족한다. 분장팀, 의상팀조차 없이 15명의 스태프가 소형차 3대로 나눠타고 이동하는 그야말로 ‘소규모’ ‘저예산’ 영화였지만 긍정의 힘과 한 마음이 이룬 성과라고 여긴다.

 

독립영화

데뷔 이후 저예산 다양성 영화,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다수의 장단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드라마 ‘끈질긴 아픔’과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로 안방극장 나들이를 했다.

“상업영화에 출연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어요. 제가 바닥이었으니까. 제 수준에 맞게 올라가보자, 한 거죠. 전혀 아쉬움 따윈 없어요. 작품 있으면 몰입하고, 계획 없이 재미 있게 살아왔죠.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배우에게 힘을 줄 수밖에 없어요. 배우는 자기가 표현만 하면 되니까 별달리 돈이 들지 않잖아요. 연기에 집중할 환경, 새롭고 실험적인 캐릭터에 도전하는 기회가 생기니 좋고요.”

사회부조리를 현실적으로 다룬 KBS2 TV 수목드라마 ‘골든 크로스’에 3회부터 출연한다. 컴퓨터를 전공한 20대 오창희 역이다. 과거에 줄곧 해오던 센 캐릭터가 아니라 순수하고 착한 인물이다. 고위층에 의해 죄를 뒤집어 쓴 채 수감되는 억울한 청년이다.

“이제는 20대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전에는 제가 다 자라질 않아서 10대를 표현하기 쉬웠는데 이제는 점점 힘들더라고요. 하하. 연기에도 묻어나고요. 앞으로 밝고 혈기왕성하고 미래지향적인 인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액션영화를 해보고도 싶고요. 아직까진 해본 연기가 다양하지 않으니까 마인드만 잘 유지한다면 배우로 쭈욱 성장하지 않을까요?”

이주승에게 ‘마인드’란 캐릭터를 궁금해하고 흥미롭게 분석하며 창조하는 과정을 말한다. 촬영이 끝나는 순간,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쾌락을 선사한다. 변태스러울 법하지만 그래서 “늙어 죽을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귀띔했다.

 

[취재후기] 시나리오를 쓰면 숨겨진 능력을 발휘하겠다 싶어 말을 건넸더니, 습작이 꽤 여러 편 된다고 했다. 요즘은 바빠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 휴먼 스릴러 장르에 공을 들인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몇 년 후 한국영화계는 각본, 연출 능력을 겸비한 걸출한 배우를 목도할 수도 있으리라는 행복한 기대에 빠져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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