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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8) '골프 개그우먼' 정은숙의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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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8) '골프 개그우먼' 정은숙의 아름다운 도전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7.2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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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SBS 공채 1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개그우먼 정은숙은 1992년 데뷔해 여전히 얼굴이 유명한 연예인이다.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과 함께 SBS '솔로몬의 선택'에 6년 동안 장기 출연하며 팬들로부터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수년간 TV를 떠나있던 정은숙은 최근 방송을 재개했다.

정은숙은 현재 법률방송 '기막힌 가정법원'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후아유-학교2015' '달려라 장미' 등 드라마도 출연했다.

◆ 신동엽과 '레인맨'으로 사랑받은 데뷔초, 프로그램 없어지며 떠난 코미디판

정은숙은 신동엽, 정선희, 김경민, 윤정수 등과 SBS 공채 1기 개그맨 동기다. 동기 및 임하룡 홍록기 등 선후배들과 함께 '레인맨' '신세대 쉰세대' '대동강편지' 등 인기 코너들을 책임졌다. 1997년도엔 개그맨 신인상을 받기도 하는 등 주목받았다. 정은숙은 인터뷰 중 과거 선보였던 코너들을 재연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그 당시에는 코미디 코너가 굉장히 많았어요. 한 주에 프로그램을 네 개씩 했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1990년대 말에 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유행이 옮겨가며 정통 코미디가 설 자리가 줄어들었죠. 코미디 프로그램들의 폐지로 당시 개그맨들은 본의 아니게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행사 MC, 연기 등 다양한 길을 택한 동료들 중 정은숙은 1년간 개그맨 생활에 휴식기를 가졌다. "연예 생활을 그만둬야 할까 생각도 했다"는 정은숙은 리포터, 라디오 방송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러다 우연히 경인방송 라디오 '신나는 라디오'의 진행을 맡게 되며 DJ로 활약하게 됐다. 지난해 라디오를 그만둘 때까지, 개그맨 최병서, 조원석, 가수 이박사 등 독특한 개성의 파트너가 바뀌는 동안 정은숙은 8년간 안방마님의 자리를 지켰다. 라디오는 스튜디오 진행 외에도 공개방송이 많아 진행자로의 노하우도 확실히 쌓는 계기가 됐다.

"라디오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기본적인 재치, 진행력, 귀로 다가서는 매체이기 때문에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능력 등등.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에요. 똑같이 '반갑습니다' 인사해도 진심이 아닐 때는 청취자에게 티가 다 나더라고요."

 

◆ "골프 방송 출연으로 열정 불씨 되살려"

정은숙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골프'다. 취미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서울특별시골프협회에서 김은우, 선우은숙 등과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등 커리어도 쌓고 있다. 협회는 각 도 청소년 골프선수의 꿈을 지원하기도 하고, 장애인 선수를 돕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예전에는 골프를 즐거운 운동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공 치는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게 가장 좋아요."

골프는 취미를 넘어 정은숙이 잠시 잊었던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도 마련해줬다.

"방송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덜컥 겁이 났어요. 이쪽 일이란 게 그렇지만,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있지 않으면 쉬었다가 복귀하기가 정말 어렵잖아요. 관련 종사자 분들과 시스템은 바뀌고, 옛날 방식에 익숙했던 내겐 쉬운 일이 없었죠. 어느 날은 하루종일 멍하니 집에 가만히 앉아있기도 했죠. 도전이 두려웠어요."

그런 정은숙에게 도움이 돼 준 지인의 말은 "네가 좋아하고 잘 하는 걸 하면 된다"는 한 마디였다. 요즘 정은숙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은 골프였고, '아주 자신있다'고는 못해도 방송을 20년 했으니 가장 잘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답은 '골프방송'이었다.

정은숙은 SBS골프 '오픈 골프쇼 체인지2'에 출연을 직접 신청했다. '체인지'는 잘못된 습관으로 망가진 아마추어의 스윙을 2주동안 변화시켜주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다. 정은숙은 연습하느라 손바닥이 다 까져 정작 녹화당일에는 제대로 골프채를 쥐지도 못했다고 했다. 출연분은 지난 16일 방송했다.

"그동안엔 캐스팅 회사에서 온 전화에 응했던 거라면, 이번엔 제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서 신청한 경우였어요. 2주 연습해서 공의 거리를 더 내는 과제를 받게 됐죠. 결국 도전에는 실패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열심히 가르쳐준 프로님께 미안했고, 데뷔 초 때 기억도 났어요. 일주일 중 1시간 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4~5일씩 몇년간을 밤을 샜었거든요. 내가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해 본 게 그때 이후로 참 오랜만이지 않나 싶었어요. 덕분에 20년 전 열정을 다시 찾는 기분좋은 경험이 됐죠."

▲ 개그우먼 정은숙과 아버지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한번 인연 맺으면 진한 의리 이어가, 골프든 방송이든 습관이 중요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점 중 하나는 정은숙은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며 진한 의리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이는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함께 과거 리포터 경험이 도움이 됐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며 어쩔 수 없이 택한 일이었지만, 정은숙은 씁쓸해하기보다 이같은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돌이켰다.

"리포터 활동이 쉬울거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웃음) 정확하게 정보를 줘야 할지, 여흥을 줘야 할 타이밍인지를 보는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방송인이 시청자 분에게 드려야 하는 기분 좋은 활기, 유쾌함은 어디서든 같더라고요. 메인 MC가 아닌 리포터로서, 어떻게 보자면 변방에서 활동했지만 기본 자질은 똑같다는 걸 배웠어요. 이런 경험들 덕분에 지금 진행력도 많이 키웠고요."

이처럼 긍정적인 가치관과 함께 골프를 배우면서는 습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노력 중에 있다.

"습관을 이기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나를 좋게도, 나쁘게도 만드는 게 습관이죠. 자기 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매일 5분이라도 스윙 연습을 하는 습관을 만들었어요. 어떤 일이든 감을 익히고 늘상 생각을 하면 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방송 또한 골프와 같죠. 감을 익혀나가면서 다시 재밌게 해 봐야죠."

 

[취재후기] 이날 정은숙과의 인터뷰에는 그의 아버지가 동행하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을 앞둔 아버지를 위해 정은숙이 병원을 찾은 길이었다. 부녀는 똑 닮은 미소로 카메라를 마주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대하는 성품만큼 아버지에 대한 효심도 지극한 정은숙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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