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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선수단에 방송으로 욕을 퍼부은 구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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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선수단에 방송으로 욕을 퍼부은 구단주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4.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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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현재 프로야구는 초반이지만 졸전을 거듭하는 팀도 있으며 연승가도를 달리는 팀도 있다. 무기력하게 연일 패배하는 팀의 구단주, 사장은 분통이 터질 것이다. 오래전 미국에서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구단주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

자기 팀이 연일 졸전으로 울화통이 치민 나머지 참지 못한 구단주가 장내 방송을 통해 선수들에게 욕설한 사건이 있었다면 독자들은 믿을 수 있는가. 이 황당한 사건이 미국 야구장에서 실제 일어난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박찬호가 뛰기도 했다)의 구단주였던 레이 크록스(Ray Kroc's)는 1974년 4월9일 경기 중 장내 방송을 통하여 자기 팀 선수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상대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샌디에이고가 8회 2-9로 끌려가자 갑자기 장내 방송에서 욕설이 나왔다. 크록스는 어떤 선수를 지칭하며 '저런 선수는 감옥에 쳐넣어야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신사숙녀 여러분, 저도 여러분하고 마찬가지로 괴롭습니다"라고 말했다.

3만9083명의 만원관중들은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했다. 아무도 항의를 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크록스는 '저런 졸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이며 욕설방송을 끝냈다. 이 사건 이후 안 그래도 하위권이던 파드리스는 더욱 성적이 곤두박질 쳐 60승 102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이는 <The Base Ball Hall Of Shame>(야구 불명예 전당)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필자가 프로 지도자 14년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보건대 구단주 크록스가 독설을 한 것은 단지 패배로 인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1년 162경기를 치르는데 한 경기 잘못 한다고 그렇게 독설을 퍼부었으리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선수들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 무기력한 경기를 했을 것이다. 예컨대 타격에서 힘없는 스윙을 해서 삼진을 당하거나 찬스 때 평범하게 내야플라이 볼을 때려서 득점과 연결하지 못한다거나 한다면 화가 나는 법이다. 준비 없이 수비하다가 실수를 범하고 정신적인 실수(Mental Errors)를 하든지, 본 헤드(Bone Head) 플레이를 할 때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화가 나게 되는 법이다. 이 구단주도 이런 플레이를 보다 못해 화가 치밀어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프로야구는 팀당 최소 17경기를 치르고 있다. 하위권의 몇 팀은 정말로 무기력한 경기를 하고 있다. 이런 경기를 보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크록스같이 욕을 하고픈 다혈질 구단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몇 해 전 모 구단에서 2군 감독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2군 코치와 선수들과 함께 1군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단장이 나를 찾았다. 단장은 사장과 함께 관전하고 있었는데 3루수 L모 선수를 트레이드하라며 화를 냈다.

이유를 들어봤다. 이 선수가 3루수를 보는데 몇 차례 1루 악송구를 뿌려 경기를 망쳤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이 선수를 트레이드해서 눈에 안보이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트레이드를 맘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1군 감독과 구단 사장, 단장, 코칭 스태프, 스카우트팀과 다각도로 연구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는지 방송만 하지 않았을 뿐 크록스와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2군 감독인 나는 결정권이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도 막무가내로 이야기했다. 뭐라 말도 못하고 물러나왔지만 그 이후에 다행히 트레이드 이야기는 없었고 사장도 야구단을 그만두었다. 이 선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에 대성했다. 억대 연봉 선수가 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뽑혀 국가대표로도 대활약했다.

한국프로야구 33년 야구사에 크록스처럼 방송으로 독설을 한 예는 없다. 하지만 팬들은 알지 못하는 그와 유사한 독설이 사장이나 단장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의 실수를 용납 못하여 트레이드하여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트레이드를 잘못해 하위에 머물고 있는 팀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모른다. 하위팀의 팬들은 수년에 걸쳐 짜증나는 경기를 보며 분통을 터트려야 한다. 사장은 가면 그만이다. 단장도 가고 감독도 간다. 하지만 선수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할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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