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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해서 더 끌린다' 라크로스 매력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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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해서 더 끌린다' 라크로스 매력 탐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2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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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스포츠 탐방] 1997년 창단, 최강 자부하는 경희대 라크로스팀

[300자 Tip!] ‘라크로스’라는 키워드를 국내 포털에 치면 승용차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만큼 국내에는 아직 많이 낯선 스포츠. 하지만 라크로스는 미국의 명문대생과 상류층이 활발히 즐기고 있는 스포츠다. 우리나라에서도 라크로스 리그가 열리고 있다. 하키와 축구가 혼재된 격렬한 스포츠 라크로스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15년째 전통을 잇고 있는 라크로스 명문 경희대학교를 찾았다.

[수원=스포츠Q 글 민기홍 · 사진 이상민 기자] 경희대 수원 캠퍼스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널찍한 인조잔디 구장이 보인다. 여자중학교 필드하키팀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경희대 라크로스팀 주장 전영엽(23)이 경기장 사용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러 갔다.

▲ 라크로스는 격렬한 몸싸움이 허용되는 운동이다. 아이스하키처럼 허리부터 어깨까지 보디체크가 허용된다.

그가 "사용을 승낙받았다"며 돌아왔다. 부주장인 류은규(22)와 분주히 골대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고리를 연결하고 그물을 펼치더니 폭과 높이 183cm의 정사각형 골대가 완성됐다. 라크로스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직접 스틱을 집어들고 공을 주고 받아봤다. 그 사이 하나둘 선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생소한 스포츠, ‘특이해서 좋다’

“새롭잖아요. 특이하잖아요. 신선하잖아요.”

단어만 조금씩 다를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생소함에서 오는 새로움을 이야기한다. 포털 사이트에 ‘라크로스’를 치면 고급 세단 승용차가 먼저 튀어나온다. 그 정도로 라크로스는 대중화되지 않았다.

▲ 라크로스 스틱은 91~180cm 길이다. 머리에 그물이 달려 있어 공을 주고받을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들어보기도 힘든 종목에 이들은 어떻게 입문하게 됐을까. 새로움, 신선함에 목마른 이들이 자연스레 팀을 먼저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장 전영엽은 “학교에서 운동하는 것을 보고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역시 캠퍼스를 오고가며 ‘요상한 스포츠’를 하는 선배들을 보고 라크로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매년 3월 개강마다 입단을 희망하는 인원 대다수도 이 루트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

신입생 선지수(20)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색다른 동아리에 들고 싶었다”며 “평소에 접하기 힘든 종목이라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색다른 것을 원했던 그에게 라크로스는 최적이었다.

라크로스는 미국 상류층에서 보편화된 운동이다. 김태원(21)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라크로스를 접했다. 그는 “영화에서 라크로스 장면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여자들이 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운동이라 더 끌린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 공혜성(왼쪽)과 류은규(오른쪽)가 페이스오프에서 공을 선점하기 위해 맞서고 있다.

라크로스는 아이스하키처럼 상대 선수의 허리부터 어깨까지 보디체크가 허용될 정도의 격렬함이 매력이다. 지난해까지 주장을 맡았던 안용식(25)은 “라크로스는 체력, 순발력, 지구력 등 여러 능력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격렬함 속에서 골을 넣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있다”고 남성 스포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 "라크로스 하면 경희대죠"

경희대 라크로스 팀은 국내 최초로 1997년 창단됐다. 한국라크로스협회도 경희대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한국체대와 숭실대도 라크로스팀이 있었지만 제대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경희대가 유일하다. 한국외대가 팀을 창단해 리그에 나서고 있다. 전통을 이어온 경희대는 2008년부터 여자부도 체계를 갖추며 대회에 나서고 있다. 여자부 라크로스팀은 경희대를 비롯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가 있다.

▲ 경희대 라크로스팀원들은 라크로스를 통해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 그들에게 서로는 단순한 동료 이상이다.

남자 팀은 리그 경기에서 늘 정상권에 있다. 그런데 클럽팀도 함께 출전하는 큰 대회인 여름리그나 한국라크로스리그(KNLL)에서는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경희대 출신 선배들이 주축이 된 클럽팀, '엉클스(UNCLES)'의 실력이 쟁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희대에서는 졸업 후에도 라크로스를 놓지 않는 선배가 많다. 안용식은 주장 임기를 마쳤음에도 꾸준히 경기장에 나와 신입생들을 상세히 지도하고 있다. 그는 “우리 팀은 정말로 의지하고 교감하고 소통한다.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팀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현했다.

졸업한 선배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선지수는 “전통이 있다는게 느껴진다. 선배들이 자주 재학생들을 찾아와준다. 국가대표를 하신 분들도 많아 기술적으로도 배울게 많다”고 말했다.

전영엽은 라크로스 1등이라는 자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단순히 운동만 같이 하는 사이가 아니라 단체운동을 통해 협동심과 일체감을 길러 팀원들이 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 신상민(왼쪽)과 안용식(오른쪽)은 절친한 오빠동생이다. 둘은 짓궂은 장난을 치며 친분을 과시했다.

류은규는 “넓은 운동장을 함께 뛰며 서로를 챙기다보면 사람들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팀원간의 우애를 자랑했다. 옆에 있던 신상민(21) 또한 “우리는 정말로 눈빛만으로 마음을 알고 있을 정도”라며 깊은 신뢰감을 보였다.
   
류미림(23)은 "우리는 팀으로 함께 희노애락을 나눈다"고 동의하며 "라크로스 불모지에서 많은 선배들이 일구어낸 역사와 전통성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라크로스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들

라크로스는 진입장벽이 낮고 선수층이 얕은 스포츠다보니 대학 동아리 팀도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할 수 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 류은규는 빼어난 기량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은 그에게 큰 영광이다.

류은규는 이미 태극마크를 달고 여러 차례 국제대회에 나갔다.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며 지난해 라크로스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유럽팀들을 상대하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입생 선지수도 국가대표를 꿈꾸고 있다. 선지수는 다리를 다쳐 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구경만 하고 있는게 싫다”면서 “다리가 나으면 열심히 운동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은 매년 ‘경희컵’과 캠프를 개최하면서 기획력과 행정력도 기르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 그들은 용인외고, 대원외고, 한영외고, 경기외고, 천안북일고, 영종하늘고 등 전국의 명문고 학생들을 불러모아 라크로스를 가르치고 함께 운동하고 있다.

신상민은 “우리가 직접 대회를 기획하고 모든 프로그램을 짜본다. 소중한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또 “함께 운동한 고등학생들이 가끔 연락이 오기도 한다”며 부수적인 어린 친구들과의 교류 또한 소중한 자산임을 인정했다.

▲ 라크로스는 체력, 순발력, 지구력 등 여러 능력이 요구되는 거친 운동이다.

김태원도 라크로스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그는 “방학 기간에 유학생들이 들어와 라크로스 할 사람을 찾더라”며 “그 덕에 자연스럽게 아이비리그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경험도 들려줬다.

◆ "매주 옮겨 다녀요", 공간 확보의 어려움

라크로스에 대한 질문에 너도나도 유쾌하게 답변하던 그들이었지만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졌다. 대운동장을 쓰는 이날 운동은 취재를 위해 신경쓴 날이라며 ‘흔치 않은 날’이라고 고백했다. 그들은 지금도 운동을 하는 공간 확보가 어려워 매번 자리를 옮겨다니고 있다.

김윤정(22)은 “매주 어디서 운동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축구장이든 하키장이든 매주 옮겨다니며 장소를 섭외해야하는 처지”라며 “매번 라인도 새로 그려야 하고 골대도 새로 설치해야한다”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 김연지(왼쪽부터), 류은솔, 류은규, 전영엽, 공혜성, 신상민이 스틱을 하늘을 향해 던지고 있다.

김태원 역시 속상함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하찮은 동아리로 취급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잔디 구장도 아니고 흙 운동장도 쉽게 쓰지 못한다”고 거들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안용식 역시 “운동장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며 후배들에게 “돈 많이 벌어서 운동장 하나 만들게”라는 농담을 건넸다. 공간이 문제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류미림은 경기력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훈련받을 기회만 있다면 우리나라 라크로스 경쟁력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여자 리그의 경우 대학리그, 여름리그, 인도어리그가 있긴 하지만 남자 리그처럼 연중 내내 열리는 장기리그가 없다"며 기량 유지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 라크로스는

미국의 원주민들이 즐기던 하키와 축구의 혼합형 스포츠다. ‘크로스’ 또는 ‘스틱’이라고 불리는 라켓으로 즐기는 단체운동이다. 라크로스 스틱(91~180㎝) 머리에는 그물이 달려 있어 공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남자 경기는 10명이, 여자 경기는 12명이 한다. 라크로스 경기장 규격은 가로 49~55m, 세로 101m이다. 여자 경기의 경우 세로 길이를 81m까지 줄일 수 있다. 고무공(둘레 19.2~20.3㎝, 무게 142~145g)을 패스하며 골대에 골을 넣는 경기다.

■ 경희대 라크로스팀은

▲ '우리는 가족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하는 경희대 라크로스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장 전영엽을 비롯해 이충언 강성헌 안용식 이웅빈 하태양 김준영 류미림 류은규 김태원 김윤정 문명옥 문석현 신상민 강민지 최영진 곽다혜 김태경 김연지 안민경 최준혁 공혜성 나영웅 이정현 김경록 류은솔 박정희 윤지영 김동하 김서정 김용범 김소희 유민우 선지수 유영아 유원석 이용준 김형선 등 모두 38명으로 구성돼 있다.

[취재 후기] 경희대 라크로스팀에게서 신체활동의 순기능 효과를 느끼고 왔다. 그들은 매주 격렬한 단체 운동을 통해 몸을 부대끼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다. 라크로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이 속한 팀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고 다양한 경험까지 곁들이며 점차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많이 뛰는 운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라크로스를 적극 추천한다.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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