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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 임지섭·하영민, 아직 높기만 한 프로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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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 임지섭·하영민, 아직 높기만 한 프로의 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2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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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서 나란히 깜짝 선발승…이후 난타당하며 프로의 무서움 절감

[목동=스포츠Q 민기홍 기자]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언제나 반갑다. 영건들의 등장, 그것도 이제 갓 학생 딱지를 뗀 고졸신인의 활약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루키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숱한 고난과 역경이 따른다. 한 번은 잘할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잘하기는 힘들다. 학창시절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이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야구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신인 또는 무명 투수들의 공은 생소하다. 한 시즌을 놓고 보면 깜짝 선발이 상대팀 에이스를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공은 프로 주전들에게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원은 새로운 선수가 나타났다하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단점을 찾고 물고 늘어진다.

▲ 임지섭은 지난달 30일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006년 류현진에 이어 역대 4번째 고졸신인 투수 데뷔전 선발승 기록이었다. [사진=스포츠Q DB]

LG 임지섭(19)과 넥센 하영민(19)이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서 닮은 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시즌 데뷔한 두 투수는 놀랍도록 비슷한 투구내용으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LG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제주고 출신의 임지섭은 지난달 30일 두산과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개막전 김선우 선발에 이은 LG의 파격 카드였다. 좌완 신인은 2만6000명 만원관중이 가득찬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로 190cm, 94kg의 거구답게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는 프로 데뷔전임에도 5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팀의 14-4 대승을 이끌었다. 임지섭은 직구를 과감하게 꽂아대며 지난해 팀타율 1위를 기록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2006년 류현진 이후 역대 4번째 고졸신인 투수 데뷔전 선발승 기록이었다.

정확히 2주 뒤 넥센 하영민이 똑같은 행보를 보였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하영민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선발 기회를 가졌다.

임지섭과 달리 180cm, 68kg으로 왜소한 체구인 하영민은 최고 147km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섞어가며 야무지게 공을 던졌다. 처음 본 투수의 당찬 투구에 당황한 한화 타선은 하영민에게 5이닝 동안 한 점만을 내는데 그쳤다.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세 번에 불과하던 희귀한 기록, ‘고졸신인 투수 데뷔전 선발승’이 2주를 사이에 두고 연달아 나왔다. 2007년 임태훈 이후 사라진 순수 신인이 사라진 상황에서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류현진,·윤석민의 해외진출, 김광현, 양현종의 동반 부진 속에 토종 선발 스타를 잃었던 한국 야구계에도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마땅한 붙박이 5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둘은 이후에도 등판 찬스를 얻게 됐다.

두 번째 등판에서 임지섭은 무너졌다. 지난 11일 잠실 NC전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서 1.2이닝 2실점으로 불안함을 보였다. 다섯 타자를 처리하는데 볼넷을 4개나 내줬다. 김선우의 조기강판 이후 임지섭이 긴 이닝을 버텨주길 바랐던 LG는 이날 7명의 투수를 동원했지만 난타전 끝에 11-12로 패배했다. 불펜을 소모하며 치명적인 패배를 당한 LG는 깊은 연패 수렁에 빠져 있다.

▲ 넥센 하영민은 데뷔 첫 선발승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24일 목동 롯데전에서 3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되고 말았다. [사진=스포츠Q DB]

임지섭은 지난 17일 넥센전에서 두번째 선발 기회를 맞았다.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2이닝동안 무려 볼넷 5개를 내줬다. 그러나 다행히 경기 도중 내린 비로 인해 노게임이 됐다.

이어 임지섭은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맞았다. 공식적으로는 두번째, 실질적으로는 세번째 선발 기회였다. 그러나 5.1이닝 5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제구가 문제였다. 5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무너졌다. 총 1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13개다. 삼성은 구위는 좋지만 볼이 많은 임지섭의 공에 쉽게 배트를 내지 않았다.

하영민은 24일 목동 롯데전에서 데뷔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얻었다. 롯데는 신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내며 집요하게 하영민을 괴롭혔다. 집중타가 부족해 대량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롯데는 결국 4회초에 하영민을 끌어내렸다.

하영민의 성적은 3이닝 7피안타 5볼넷 3실점. 첫 등판과는 달리 겁을 먹고 달아나기 바빴다. 대다수 타자들에게 불리한 카운트로 승부를 시작했다. 할 수 없이 넣은 공은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에 정타로 맞아나갔다. 투구수는 하염없이 늘어났다. 4회를 던지는데 이미 투구수가 80개를 넘어섰다. 88개 중 39개가 볼이었다.

타선의 형들은 고졸루키의 첫 홈경기 선발 등판을 축하하듯 초반부터 화끈한 타격으로 기를 살려줬다. 3점차의 리드에도 불구하고 하영민은 안정감을 보이지 못한 채 조기강판되고 말았다.

투수는 맞아야 큰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것이 낫다. 임지섭과 하영민. 첫 등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이후 등판서 혼쭐이 난 행보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1995년생 고졸 입단 동기는 프로의 매운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약관의 청년들은 다음 등판에서 프로의 높은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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