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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함께 땀흘려온 동갑내기 이창우·이수민의 'AG 골드 샷'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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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함께 땀흘려온 동갑내기 이창우·이수민의 'AG 골드 샷' 꿈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4.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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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시안게임을 정조준한 부동의 국가대표 “4년을 기다렸다, AG 금메달 내 껏!”

[300자 Tip!]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금맥을 캐온 한국 남자골프 국가대표팀의 목표는 오로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나설 대표선수 8명을 미리 선발했고 이 중 4명의 출전선수 선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4년 동안 부동의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 중인 스물둘 동갑내기 이수민과 이창우다. 아시안게임 3연패 도전의 선봉장에 나설 이들을 만나기 위해 한창 훈련 중인 인천 스카이72 골프드림레인지를 찾았다.

[인천=스포츠Q 글 신석주 · 사진 최대성 기자] 골프는 아시안게임에서 확실한 금맥으로 통한다. 오는 9월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골프는 대회 3연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은 골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어 아시아 최강임을 증명해왔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지난 23일 골프 국가대표팀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 드림골프레인지에서 훈련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더욱 날카로운 스윙을 하는 두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4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키고 있는 붙박이 국가대표 이수민(22 중앙대)과 이창우(22 한국체대)다.

‘프로 잡는 아마’로 불리며 지금 당장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두 선수는 아직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다. 단 하나의 목표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루기 위해서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오로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지금껏 버텨온 이들 듀오가 그 결실을 보기 위해 마지막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 이창우는 “마스터스와 KPGA투어 개막전을 통해 내 샷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 스윙을 믿고 플레이한다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이창우 “마스터스 경험, 아시안게임에서 큰 도움이 될 것”

이창우는 지난해 KPGA투어 우승과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기량을 인정받은 명실상부한 대표팀 에이스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아마추어랭킹 6위에 오르며 역대 한국선수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 출전하며 국내 유명 프로선수들보다 더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기대를 하고 출전했던 마스터스에서 이창우는 9오버파의 부진한 스코어를 적어내며 컷 탈락했다.

그는 “마스터스 대회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샷이 엄청나게 좋았다.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모든 것이 다 잘돼 ‘이번 마스터스에서 일 좀 내겠다’라고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수 만 명의 갤러리 앞에서 스윙하려니 긴장됐고 아이언의 거리도 생각한 것보다 짧아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창우는 “마스터스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마스터스의 갤러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장관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스윙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창우는 마스터스와 KPGA투어 개막전까지 치르며 한 달 동안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강행군을 이어지고 있다.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곧바로 이어질 평가전 때문에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몸은 너무 피곤하지만 내 생애 가장 중요한 경기가 눈앞에 있어 쉴 수 없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죽으라 연습할 것이다.”

▲ 이수민은 “대표팀 탈락 위기는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나태해진 내게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좋은 자극제가 됐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이수민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초심으로 아시안게임에 임하겠다”

2012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 등 아마추어 통산 20승 이상 기록할 만큼 절대강자로 통하는 이수민은 국가대표 주장까지 역임했고 지난해는 KPGA투어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한국골프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그가 국가대표에서 탈락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자부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마지막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수민은 마지막 평가전을 앞두고 5위로 떨어지며 4위까지 주어지는 국가대표에서 탈락할 뻔했다. 마지막 대회에서 심기일전한 이수민은 간신히 4위로 태극마크를 달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수민은 “국가대표 탈락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렵게 태극마크를 획득하면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가 떠올랐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력 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조금은 나태해지지 않았나, 스스로를 반성한 이수민에게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됐다. 또한 절친인 이창우가 마스터스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부러움도 생겼다.

부동의 에이스 이수민에게 이러한 자극들은 마음을 다잡게 했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목표가 더욱 뚜렷해진 그의 스윙이 더욱 날카로워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 평생 친구이자 라이벌 “네가 있어 나도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같은 목표로 훈련 중인 두 선수는 4년 동안 국가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은 막역한 사이다. 이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지난해 KPGA투어에서 사이좋게 우승하는 등 차세대 기대주라는 점도 비슷하다.

막상막하 실력과 스타성을 보유했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들을 ‘라이벌’로 묘사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우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부터 훈련할 때마다 함께 숙소생활을 했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다”고 말했다.

▲ 4년 동안 국가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은 막역한 사이인 동갑내기 두 선수는 이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수민도 “라이벌은 잘 모르겠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녀석이다. 서로 배울 점이 많고 스윙이 잘 안될 때 문제점을 지적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다. 지금은 둘도 없는 단짝이다. 그래도 프로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 선수의 스타일은 너무 다르다.

이수민은 280야드가 넘는 강력한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반면 이창우는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과 퍼팅이 일품이다. 이 때문에 이창우는 “수민이의 티샷과 아이언샷, 내 쇼트게임이 어우러지면 최고일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두 선수는 너무나 다른 성격 탓에 배울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민은 “창우는 정말 편안하게 플레이하는 것 같고 항상 긍정적이다.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하게 플레이할 때가 많은 데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창우는 “수민이는 잘하다가도 실수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멘탈 훈련을 하고 있으니 스윙은 워낙 좋으니까 멘탈만 강화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고 격려했다.

◆ 4년을 기다린 ‘아시안게임 금’ 대표 선발이 우선

2012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시절 이창우와 이수민은 국가대표 상비군이었고 선배들의 금메달 소식에 기뻐했다. 그때 이들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마음속에 새기고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꿨고 이듬해 당당히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단 한 번의 탈락도 없이 4년 동안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바라보고 힘차게 스윙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그토록 기다리던 아시안게임이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린다. 하지만 이 두 선수가 무조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 아니다. 8명의 국가대표 중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는 4차례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는 것은 바늘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렵다. 대한골프협회는 2014 아시안게임 대표를 총 4번의 선발전을 통해 4명을 선발한다. 그중 상반기에 2명의 선수를 우선 선발한다.

언제나 부동의 1, 2위를 다퉈 적수가 없어 보였던 이창우와 이수민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1차전에서 나란히 부진해 8명 중 각각 5, 6위에 그쳤다. 두번째 평가전은 다음달 2~4일 천안 우정힐스에서 펼쳐지고 3번째 평가전은 한국남자골프(KPGA)투어 첫번째 메이저 대회인 매경오픈 성적으로 가려진다.

이들은 1차전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수민은 “1차전에서는 샷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 있어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동안 체력적인 부분과 쇼트게임을 보강하면서 샷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만큼 이번에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창우 역시 “마스터스와 KPGA투어 개막전을 통해 내 샷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 스윙을 믿고 플레이한다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에도 많은 어려움 속에서 국가대표 자리를 지켜왔다. 부담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 아시안게임 넘어 더 큰 무대로 도약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나면 이들은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할 날이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은 국가대표 생활이 골프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창우는 “국가대표가 돼서 많은 대회에도 출전하고 프로무대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 출전한 것도 국가대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출신들이 프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선배들의 행보를 따라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9월이면 골프 인생에서 한 번의 전환점을 맡는다. 바로 아마추어 신분을 벗고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KPGA투어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년 동안 시드권을 보장받아 프로로 활약하는 데 제약이 없다. 이창우는 지난해 KPGA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수민은 군산CC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곧바로 프로무대에 데뷔해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수민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한국오픈, 신한동해오픈 등 메이저대회들이 남아 있어 곧바로 프로 무대에 데뷔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큰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쌓은 것이 프로로서 성장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우 역시 “국가대표 시절 한국오픈, 매경오픈 등 프로무대에서 많이 뛰어서 어색함은 없다. 오히려 프로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더 즐겁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더 많다”며 프로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두 선수 모두 해외진출보다 K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생각이다.

이창우는 “프로에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내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 무대도 노려보겠다. 난 드라이버보다 쇼트게임에 더 자신이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 일본 투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민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해외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특히 최경주 프로처럼 골프뿐만 아니라 골프외적인 부분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배성만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은 “두 선수는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면서“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목표의식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 국가대표 배성만 감독이 말하는 이창우와 이수민

치열한 국가대표를 4년 동안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배성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두 선수는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완전 다르다”고 덧붙였다.

“우선 창우는 플레이가 자유롭게 감각적인 부분이 뛰어나 어떠한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수민이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여 코스에 대한 계산이 탁월하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배 감독은 두 선수 모두 자신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우는 감각적인 면이 강하다 보니 코스 매니지먼트에서 조금 부족해 코스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수민이는 반대로 자신의 감각을 보다 믿고 스윙해야 한층 향상된 실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배 감독은 “4년 동안 아시안게임만을 바라보고 훈련했다. 이 때문에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했다. 비록 1차 선발전에서 부진했지만 다음 대회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감독은 또 “현재 국가대표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을 미리 언급하고 싶다.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선배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안방에서 대회가 치르지 다 보니 금메달을 당연하게 여겨 선수들이게 부담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를 펼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취재후기] 두 선수를 처음 만났던 것은 2년 전 국가대표 훈련장에서다. 그때만 해도 막 대학생이 된 풋풋했던 새내기였는데 이제는 어느덧 여유 있는 모습의 베테랑 국가대표로 성장해 있었다. “드디어 아시안게임이네요”라고 말하는 이들의 표정에서 지난 4년간의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4년간의 결실을 보기 위해 또다시 태극마크를 단 이들의 성과가 금메달로 보답 받기를 바란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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