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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돌풍 주역 최동훈 감독 "관객에게 양가적 느낌 주고 싶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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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돌풍 주역 최동훈 감독 "관객에게 양가적 느낌 주고 싶었다"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2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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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암살’이 개봉 3일 만에 147만 관객을 모으며 관객 저격에 성공했다. 금요일인 24일 하루에만 54만명을 모았으니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여름 극장가 블록버스터 대전의 시작점에서 울린 총성의 주인공이 한국영화란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2004년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 ‘전우치’ ‘도둑들’을 연거푸 흥행에 성공시킨 최동훈(44)은 국내 관객들이 애정하는 감독이다. 촘촘한 구성과 감칠맛 나는 대사, 선명한 캐릭터들의 향연 그리고 이를 세련되게 연금술하는 그의 작품은 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9년의 장고 끝에 결과물을 툭 던져놓은 유쾌하면서도 지능적인 이야기꾼을 만났다.

 

- '암살’을 내놓은 최동훈 감독에 대해 평론가 집단이나 관객은 ‘변화’를 주로 언급한다. “어? 최동훈 표는 맞는데 예전이랑 뭔가 다르네” 식이다.

▲ 정서감은 ‘타짜’(2006)와 비슷하다. 재미있는 장르영화를 찍고 싶은 게 늘 꿈이었다. ‘암살’ 역시 애초 의도가 장르영화임에 틀림없다. 낭만적 비장미를 이야기에 녹여내고 싶었다. 또 영화 전반의 극적 긴장감에 대한 건데, 서스펜스를 더 많이 살리고 싶었다. 예전 같으면 대사가 끝나면 바로 ‘컷!’ 했는데 이런 이유로 이번엔 그러질 않았다. 인물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 웰메이드 오락영화의 귀재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투쟁이라는 묵직한 이야기, 그것도 시대물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결과를 두고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 여러 가지가 두렵다. 당시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와 같으니까. ‘일제 강점기’는 다루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러면 무조건 ‘독립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깔끔하게 역사가 정리돼 있는 것도 아니고, 트라우마를 남긴 시대이므로 영화의 서사는 ‘이것을 좀 더 완벽한 세상으로 만들어서 삶의 위로가 되게 만들어야겠다’였다. 그런데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많지 않았다. 압록강 너머에서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 소재의 작품들이 드물었다. 힘들긴 했으나 그래서 고증에 신경을 더욱 많이 썼다. 상하이와 경성의 길거리뿐만 아니라 임시정부 모습에 공을 들였다.

- '암살’이 관객에게 어떤 영화가 됐으면 하고 바라나?

▲ 즐겁기도, 고통스럽기도 했던 그 당시를 잘 보여준 선물 같은 영화가 됐으면 한다.

- 영화의 엔딩이 흥미롭더라. ‘대부’의 노스탤지어가 물씬 느껴지기도 했다.

▲ ‘암살’은 승리의 이야기일 수도, 회한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2시간15분쯤 되면 ‘2명의 타깃과 제거’라는 서사는 다 끝났다. 그런데 또 타깃이 생기고...관객에게 통쾌함과 씁쓸함이라는 양가적 느낌을 주고 싶었다. 관객은 매우 똑똑하다. 그들의 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 지금 말한 대로 ‘암살’의 엔딩은 예상과 다르더라. 시나리오 작가이자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에 마침표를 찍는 엔딩은 늘 가장 벅찬 숙제이지 싶다.

▲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엔딩이 가장 어렵다. 지금도 ‘타짜’의 엔딩이 과연 좋은 것인지 자문한다. 마음 가는대로 나오고 쓰게 된다. 관객의 반응을 궁금해 하면서. ‘도둑들’ 엔딩은 명쾌했다. 반면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암살’은 아무래도 어렵다. 어떤 사람이 주인공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 최근 들어 많은 감독들이 일제강점기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리 차원에서 그 시기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독특한 감성의 시공간에 대한 영화적 매력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당신은 왜 그 시대를 선택했나?

▲ 뻥 뚫린 구멍과 같은 시기라, 감독들이라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할 거다. 그런데 최소 제작비가 100억원이니...이 시기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나의 경우 독립군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해 시나리오 개발 및 제작에 9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그 기간 내내 ‘이 사람들, 매우 고독할 거 같다’란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고행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역시 행복해지고 싶었을 테고, 낭만도 있었을 테다. 그들의 불안, 고독, 고난을 장르영화 안에 넣고 싶었다.

- 최 감독 영화는 대사의 쫄깃함이 특징이다. ‘타짜’의 대사는 줄줄이 외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대사들은 어디에서 착상을 주로 하나.

▲ 고향이 전북 전주라 은유와 비유, 언어의 골갱이들이 많다.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재미난 표현이 등장하면 메모해 놨다가 시나리오에 사용하기도 한다.

- ‘범죄의 재구성’부터 ‘암살’에 이르기까지 멀티 캐스팅을 해오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화가 산으로 가버리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여러 배우들을 솜씨 좋게 안배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 ‘범죄의 재구성’ 땐 5명이 주인공이었고, ‘타짜’ 때는 더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다. 그때 집중적으로 멀티 캐스팅에 대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인상 깊은 등퇴장이 되게 만들까. 예를 들어 정마담(김혜수)의 분량이 적은 것 같으면 회상 장면으로 몸집을 키우고 식이었다. 그 무렵, 할리우드 영화 ‘LA 컨피덴셜’을 본 뒤 소설도 탐독했다. 소설에는 2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영화가 이를 절묘하게 압축했다. 대단한 할리우드 작가들로부터 자극과 영감을 얻었다. 10명이 주인공인 ‘도둑들’을 끝내고 나서 너무 많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 ‘암살’에선 안옥윤(전지현)-염석진(이정재)-하와이 피스톨(하정우)가 그 시대의 인물을 상징하는 캐릭터라 이들이 주가 되는 이야기를 썼는데 영감(오달수)-속사포(조진웅)-황덕삼(최덕문)을 추가로 만들고 키워나가게 됐다. “이래야 사람들이 최동훈인줄 알지!”란 생각도 슬쩍 했다.

 

- 배우들은 ‘멀티 캐스팅’을 선호하는 편인가?

▲ 10명이 주인공이면 각자 10분의1씩만 하면 되니까 너무 편해 하더라.(웃음) 나 역시 대놓고 말한다. “분량 많지 않으니까 편하게 해라!”라고. 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배우들이 편해하니까 그럴 땐 긍정적이다. 영화는 (출연)분량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냥 가만히 있을 줄 아는 게 중요하다.

- 배우의 잠재된 역량을 끄집어내는 데 있어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 같다. ‘타짜’의 김혜수도 그렇거니와 ‘도둑들’의 전지현은 대표적인 사례다.

▲ 감독은 오만가지 편견과 취향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다. 이를 기반으로 배우에 대한 상상력이 꽂히게 된다. 혜수씨나 지현씨나 본인의 능력이 뛰어난 거다. 감독이 배우의 연기를 과연 얼마나 연출할 수 있겠나? 그리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난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좋다. 그런 배우가 감독을 구원해준다. ‘암살’에서 백범 김구 역은 허허 하는 웃음과 단호함이 공존해야 하는데 이를 짧은 순간에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오롯이 김홍파 배우의 연기술이다. 캐스팅할 때 최대한 집중해서 배우들을 살펴본다.

- 시나리오 작업까지 하다 보니 평균 3년에 한 편 꼴로 영화를 내놓고 있다. 길다고 볼 수 없는 기간이다. 하지만 최동훈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 입장에선 더 많은 작품을 만나보기를 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 통념적으로 3번째 영화까지 ‘신인감독’으로 분류한다. 5편째이므로 ‘신인’ 꼬리표는 뗐다.(웃음) 할수록 영화가 어렵다. 보통 개봉 후 두 달간 파도를 타고나면 멍해지면서 허탈감에 빠진다. 이후 3개월 동안 다음 영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시나리오 작업이 재미나긴 한데 나도 이제 남이 주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출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 연출에 전념할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좋은 시나리오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한국의 감독은 ‘인문학자가 되라’는 요구를 받고 사는 거 같다.

 

- '암살'은 순제작비 180억원을 투입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700만 관객이 들어야 한다. 천만영화가 한 해에도 몇 편씩 나오는 시대라고는 하나 ‘700만’은 엄청난 수치다. 압박감이 상당하지 싶다.

▲ 돈을 벌려면 이렇게 벌여 놓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고 영화는 꿈이다. 잘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었다. 능력의 한계치가 있어서 그렇지 노력은 정말 많이 한다. 하하. ‘암살’ 때 총격액션도 더 좁은 실내에서 해도 되는데 “그래도 길에서 해야지!”라며 자꾸 발동이 걸린다. 실제 관객이 현장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고 싶어서다. 촬영할 땐 돈에 대한 욕망보다 “어떻게 하면 잘 찍지”에 집중하니까 부담은 없는 편이다. 개봉 때가 되면 부담이 엄습한다.

- 영화를 만들 때 스스로에게 어떤 걸 많이 묻나?

▲ 시나리오 작가 최동훈에게는 “내가 재밌나?” “사람들이 단숨에 읽게 될까?” “이 스토리가 말이 되나, 값어치가 있나?”를 묻는다. 촬영이 시작되면 캐릭터만 찍어간다. 어떻게 하면 영화적 리듬을 만들고,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큰 틀로써 구축될까에 집중한다. 결국은 늘 동반하는 관계인 ‘스토리의 힘’과 ‘영화언어’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 같다.

- 차기작 구상은 해나가고 있는지.

▲ 좀 더 다른 걸 해보고 싶다. 발끝에서부터 떨림이 오는 작품을. “이번엔 잘 써야지”란 생각을 한다. 밑천도 떨어져가서 책, 공연, 음악을 많이 보고 들으면서 세상을 공부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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