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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흥행 예술성 스타'의 산실...독립영화 신르네상스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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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흥행 예술성 스타'의 산실...독립영화 신르네상스 활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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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작지만 강한' 독립영화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난 2011년 한국 독립영화 르네상스를 개척한 '파수꾼' '혜화, 동' '무산일기'는 윤성현, 민용근, 박정범이라는 새로운 감독의 출현을 예고하는 동시에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이초희, 유다인, 유연석 등 차세대 배우들의 등장을 알리며 침체된 독립영화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숨을 고르던 독립영화가 올해 들어 '만신'을 시작으로 '고스톱 살인' ‘들개’ ‘보호자’ ‘이쁜 것들이 되어라’ ‘마이보이’ ‘한공주’ ‘셔틀콕’ ‘10분’ ‘아버지의 이메일’ 등을 극장에 간판을 내걸며 화제몰이뿐만 아니라 흥행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도 ‘도희야’ ‘신의 선물' ’시선' ‘미조’ 등이 연이어 개봉될 예정이다. 가히 ‘신 르네상스’라 언급할 만하다.

▲ 영화 '들개' '한공주' '아버지의 이메일' '10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한공주’ 개봉 9일만에 10만 독립영화 사상 최단 신기록

‘한공주’는 지난 17일 개봉해 9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독립영화 사상 최단 신기록이다. 흥행 돌풍은 대중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과거 소수 영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독립영화의 틀을 벗어나 보다 폭넓은 대중과의 소통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한공주’는 우리 사회의 잔인한 폭력성과 벼랑 끝에 몰린 여고생의 숭고하리만치 단단한 삶의 의지를 담아낸 성장영화다.

▲ 해외 영화제 수상 돌풍과 함께 국내 관객 10만 돌파의 새 역사를 쓴 '한공주'

24일에는 첫사랑과 성장을 로드무비로 녹여낸 ‘셔틀콕’, 출근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직장생활백서로 10분 안에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10분’, 아버지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와 개인의 가족사를 성찰한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이메일’이 동시에 개봉했다.

올해 독립영화의 약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한공주’는 CGV 무비꼴라쥬상·시민평론가상, ‘셔틀콕’은 시민평론가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10분’은 국제영화평론과협회상·KNN관객상을 수상했고 이후 해외 영화제 수상 퍼레이드를 벌여나갔다. ‘마이보이’ ‘아버지의 이메일’ 역시 상영 이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해 부산영화제 역할 절대적...돌풍 요인은 ‘콘텐츠의 힘’

CGV 무비꼴라쥬 마케팅팀 박혜정 과장은 “이들 영화는 부산영화제를 통해 평단과 시네필(영화애호가)의 검증을 받은 뒤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공주’를 봤던 관객이 만족해 ‘셔틀콕’을 찾아보는 등 서로 윈윈하며 흥행세를 만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부산영화제가 계기를 만들었다면 돌풍의 핵심은 역시나 콘텐츠의 힘이다. ‘독립영화는 너무 강하고 칙칙해서 불편하다’는 편견을 부숴버릴 만큼 공감할 만한 내용과 신선한 형식, 좋은 만듦새가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팀 임유청씨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관객밀착형 정서와 감성, 자유로운 표현방식, 특이한 소재 선정에서 오는 재미가 관객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고 해석했다. ‘셔틀콕’의 경우 첫사랑 멜로와 미스터리, 성장 로드무비를 혼합해 부담 없이 관객을 파고들었고, ‘들개’는 사제폭탄을 소재 삼아 상업영화 못지않은 스펙터클한 영상과 긴박감을 선사했다.

▲ 참신한 시선의 청춘영화 '셔틀콕'과 '잉투기' 포스터

이외 독립영화 및 다양성영화 전용관의 확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전히 스크린수는 부족하지만 CGV 무비꼴라쥬, 롯데 아르떼, 인디스페이스, 씨네코드 선재, 스폰지하우스, 시네큐브, 아트하우스 모모, KT&G 상상마당, 부산 영화의전당,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등이 속속 생겨남으로써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 한국영화계 이끌어갈 실력파 감독·배우 다수 배출

햔국영화 평균제작비(35억원)의 10분의1에 불과한 제작비를 들인 이들 영화는 향후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주목할 만한 감독과 배우의 탄생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다큐멘터리 '만신'의 박찬경 감독은 인간에 대한 성찰과 진지함으로 감동을 안겼고, '고스톱 살인'의 김준권 감독은 영화 명문 칼아츠를 졸업한 수재로 독창적인 신개념 스릴러를 선보였다. ‘들개’의 김정훈 감독은 날카로운 메시지와 짜임새 있는 연출, ‘보호자’의 유원상 감독은 독특한 설정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 박찬경 김준권 이수진 감독(왼쪽부터)

또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놀랍도록 꼼꼼하고 섬세하면서도 가공할 힘이 느껴지는 연출력을 보였다면 '셔틀콕'의 이유빈 감독은 현실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과 인물을 대하는 따스한 시선을 스크린에 명징하게 교차시킨다. '10분'의 이용승 감독은 생활밀착형 유머감각과 촌철살인의 대사로 재치 넘치는 연출력을 뽐낸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배우들이 쏟아졌다. 한공주 역 천우희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여고생 한공주의 빛과 그림자를 한올한올 탁월하게 엮어내 '올해 한국영화계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10분’의 백종환은 강한 인상과 달리 여리고 예민한 느낌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6개월 인턴사원 강호찬의 심리를 풀어낸다.

▲ 변요한(왼쪽)과 이주승

‘셔틀콕’에서 첫사랑의 지독한 통증을 겪으며 성장하는 소년의 감정선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간 이주승은 “저예산영화이다보니 배우의 역량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고 새로운 캐릭터 도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연기에 집중하는 환경이 마련된다”며 독립영화 출연의 장점을 소개했다.

지난 3일 개봉한 ‘들개’에서 주연을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 변요한과 박정민은 이제훈(‘파수꾼’)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신선한 매력을 발산했다. 변요한은 “문화적으로 질적 향상이 이뤄지고 인식의 폭이 넓어져 관객들이 독립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다수의 수작, 관객수준 향상...대기업 마케팅 결실 측면 존재

이렇듯 눈부신 활약상을 보이는 올해 독립영화에 대해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수작들이 많았고, 관객 수준이 높아졌다”고 전제한 뒤 “‘독립영화의 신르네상스'라 불릴 수 있는 건 어쩌면 무비꼴라쥬라는 대기업(CJ)의 극장지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영화들이 전체적으로 잘 되고 있는 건 영화산업 측면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공주’의 예에서 드러나듯 200여 개에 육박하는 상영관 수는 진일보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상영회차는 고작 하루 1~2회의 열악한 상황”이라며 현실적 뒷받침을 거론했다.

▲ 한 소녀의 슬픈 복수를 그린 '미조'(5월 22일 개봉)의 한 장면

예술성을 지향하는 독립영화와 대중성을 추구하는 상업영화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관객과 호흡하는 웰메이드 작품들은 열악한 독립영화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다 넓게는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한국영화 발전에 노둣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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