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인터뷰] ‘아픈 청춘의 첫사랑’ 공예지
상태바
[인터뷰] ‘아픈 청춘의 첫사랑’ 공예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28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립영화 '셔틀콕'서 남동생 마음 훔친 누나 열연

[300자 Tip!] 수지가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의 타이틀을 움켜잡았다면, 독립영화 ‘셔틀콕’의 공예지는 아픈 청춘의 첫사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그는 다수의 단편영화와 연극으로 연기력을 벼린 뒤 장편영화에 상륙했다. 기초부터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가는 중이다. ‘셔틀콕’에서는 벼랑 끝에 내몰린 못된 누나 역을 하느라 가슴앓이를 했다. 다음엔 사랑스럽고 유쾌한 작품에 몸을 싣고 싶다. 여배우 공예지는 상황에 녹아나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기를 소망한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 사진 이상민기자] 첫사랑의 통증을 담아낸 로드무비 ‘셔틀콕’(감독 이유빈)에서 열 일곱 민재의 마음을 포획한 대상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누나 은주다. 민재는 아빠, 은주는 엄마를 하며 소꿉놀이를 할 때부터. 민재에게 싱그러운 웃음을 폴폴 날리다가도 묘하게 긴장감 넘치던 관계를 유지하던 은주는 부모의 사망보험금 1억원을 가지고 종적을 감춘다. 24일 개봉을 앞두고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원석과 같은 여배우 공예지(27)를 만났다.

◆ 예쁘지만 까칠한 은주, 상황마다 다른 인물로 표현

장편영화로는 ‘경’(2009년)과 ‘셔틀콕’ 단 두 편이지만 필모그래피는 방대하다. 신인 아닌 신인이다. 2006년 단편영화 ‘깊이 잠든 샘’으로 시작해 ‘게잡이가 옆으로 걷는다’ ‘씽얼롱’ ‘날아가다’ ‘방랑의 카우보이’ ‘남자들’ 등에 출연했고, 연극 ‘방’ ‘한여름 밤의 꿈’ ‘노란달’로 무대를 누볐다.

은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예쁘게 생겼는데 까칠한”이다. 카모마일 향이 퍼져나가기도 전에 공예지는 “나약하니까 도망치는 거고, 자기를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니까 표출을 세게 하는 아이에요. 누구나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고 가는 민재와 달리 은주는 영화 도입부에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난 뒤 여정의 끝에서 민재와 임산부가 돼 남해의 마트에서 일하는 은주가 맞닥뜨린 장면을 제외하곤 민재의 회상을 통해서만 등장한다.

“중간중간 시공간이 다르게 등장하는 데다 포인트가 많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어요. 일단은 민재가 하는 말, 민재의 시선 속에서 은주의 캐릭터를 잡아나가려 했죠. 일관성 있게 캐릭터를 표현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웃음)”

영화에는 “했냐고?” “그랬다고~!”라든가 자연스럽게 내뱉는 비속어와 욕설처럼 10대 후반, 20대 초반 또래들이 사용하는 말투가 디테일하게 녹아든다. 민재 역 이주승과 공예지는 평소의 언어습관인양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제가 좀 꽉 막힌 스타일이라 욕하는 걸 싫어해요. 예전에 독립영화 ‘반두비’ 오디션 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센 인물 오디션을 봤다가 욕을 못해서 떨어진 적도 있을 정도로. 이번엔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셔서 말투와 욕설을 구사하게 된 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욕하는 걸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요.”

공예지는 남동생 민재의 저돌적인 고백에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인 은주에 대해서, 두 남동생을 뒤로 한 채 1억원을 들고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도망친 이유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배우가 연기할 때 그 인물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요. 작은 일들이 조금씩 쌓여 결국은 숨 막히는 현실이 됐을 테고 이를 견디기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민재에 대한 감정도 부모님이 부재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관심을 즐기다가 수습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불편해졌겠죠. 관계를 책임지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특히 은주는 위기와 마주했을 때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인물이지 싶어요. 전 기본적으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해요. 그러다 기회를 놓치기도 할 정도로.”

◆ 연기 통해 내성적 성격 극복...한예종 입학 후 연극무대 단편영화 누벼 

학창시절 주변의 권유로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연기의 시작은 호기심이 이끌었다. 그전까지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연기는 자신을 오픈하는 작업이므로, 스스로를 꺼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움을 만끽했다. 고교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수업을 청강했는데 인상적이었다. 어머니의 권유가 보태져 한에종 연극원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 때 ‘경’을 촬영했고, 틈틈이 연극과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다.

 

“연극은 배우와 스태프가 2개월 이상 함께 땀방울을 뿌려요. 시간이 쌓아주는 뭔가가 있는 창작 작업이고, 영화는 혼자 만들어가는 게 많아요. 작은 것까지 관객이 볼 수 있으므로 섬세한 장르죠. 연극이 훨씬 덩어리가 크달까. 동료배우나 관객과의 호흡은 마약과 같고요. 그래서 많이 채워지는 느낌의 연극에 끌리지만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연기는 디테일이 살아나는 카메라 앞이 아닐까 싶어서 고민 중이에요.”

◆ 롤모델 공효진 배두나처럼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 선호

공예지는 여러 가지 컬러와 스케치를 다 받아들일 수 있는 하얀색 캔버스와 같은 연기자다. 그의 이미지는 한없이 투명하고 순수한 느낌이다가도 미간 한번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표독함이 달려든다. 연기톤은 과장됨 없이 자연스럽다는 말을 줄곧 듣는다. 그래서인지 “정유미, 공효진, 배두나 선배들처럼 과하지도 욕심내지도 않는 연기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녹아있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한다.

“‘셔틀곡’은 은주의 성장영화이기도 해요. 도망가는 순간부터 그의 성장은 시작됐을 거예요. 남해까지 숨어들어가 아이를 가졌을 땐 많이 성장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을 뒤돌아보며, 현지로 찾아온 민재와 얘기를 나눈 후 또 많이 성장했을 거예요. 마음 아프게 바라보는 작품을 했으니 다음엔 사랑스럽고 웃기게 바라보는 유쾌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아요. 하하.”

 

[취재후기] 연기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성공, 명예, 돈, 스타에 배고파지지를 않는다. 경력 없는 신인, 무명 배우들도 꿰차고 있는 소속사마저 현재 없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많이 알아봐주시면 좋겠지만 그게 목적이 돼서는 안되잖아요?”라고 반문한다. “연기를 계속 하는 방법에만 오롯이 집중하겠다”는 그의 뜻이 관철되기를 희망한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