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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쉬면 '괴물' 4일 쉬면 '휘청'하는 류현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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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쉬면 '괴물' 4일 쉬면 '휘청'하는 류현진, 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29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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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출신 진필중 위원, "하루 차이는 구위에 큰 영향"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나흘 휴식 후 등판은 정말로 영향이 큰걸까. 류현진(27·LA 다저스)의 부진에 대해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류현진은 지난 2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1피홈런 포함 9안타를 허용하며 6실점(5자책점), 패전투수가 됐다.

홈구장 첫 승에 실패한 류현진은 시즌 성적 3승2패를 기록하게 됐다. 2.12까지 떨어뜨렸던 평균자책점은 단숨에 3.00으로 치솟고 말았다.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은 LA 타임스, ESPN 등 현지 매체로부터 홈구장에서 유달리 부진하다며 날선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주목할 것이 있다. 류현진이 나흘 휴식 후 등판할 때마다 ‘평범한 투수’가 되는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하루를 더 쉬면 돌변하는 괴물 

이번 시즌 류현진은 나흘 휴식 후 나간 3경기에서 2패에 평균자책점 9.69를 기록했다. 올해 허용한 16실점이 모두 나흘 휴식 후 등판했을 때다. 반면 5일 또는 그 이상 쉬고 마운드에 오른 4경기에서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평균자책점 ‘0’이다.

올해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에도 5일 휴식 후 등판했을 때가 나흘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을 때보다 월등히 좋은 성적을 냈다.

2013 시즌 류현진은 5일 휴식 후 등판 성적 7승1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한 반면, 4일 휴식 후 등판에서는 5승4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5일을 쉬면 리그에서 손꼽히는 1~2선발, 4일을 쉬면 최고는 아닌 수준급의 성적이다.

◆ 하루만 더 쉬어도 차이가 크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두산에서 선발로 활약했던 XTM의 진필중 해설위원은 “투수가 하루를 더 쉰다는 건 아주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이 선발로 활약할 당시에는 5인 로테이션 개념이 확실치 않아 3일 휴식 후 등판이 잦았다. 월요일 휴식일이 있는 경우에나 4일 쉬고 등판했다.

그는 “하루라도 덜 쉬게 되면 구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며 “구속이 2~3km 떨어진다.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진 위원의 말처럼 28일 경기에서 류현진의 직구 스피드는 많이 떨어졌다. 류현진의 투구수는 89개, 직구가 45개였다. 이 가운데 단 13개만이 시속 90마일(146km)을 넘었다. 6회초 홈런을 맞은 공도 시속 89마일(143㎞)에 불과한 힘빠진 직구였다.

최상의 컨디션에서 등판한 류현진은 평균 구속 92마일(149km)의 직구를 던진다. 28일 경기에서는 최고 구속이 92마일에 불과했다. 5~6km나 떨어진 것이다.

◆ 하위타순도 무시 못한다, 심리적인 요인도 한 몫

그렇다고 해서 많이 쉬는 것도 문제다. 류현진은 지난해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나흘 휴식 후 등판보다도 떨어지는 성적이다.

진 위원은 “선발투수들은 너무 쉬면 리듬이 깨져버린다. 밸런스가 맞는 주기가 있는 것”이라며 마냥 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하위타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올시즌 류현진은 3번 타자와 4번 타자를 상대로 0,111과 0.118의 피안타율로 강했던 반면 6번 타자와 7번 타자의 피안타율은 0.294와 0.278로 올시즌 평균 피안타율(0.245)을 웃돈다.

류현진이 올시즌 첫 피홈런을 기록한 조시 러틀리지도 7번 타자였다. 러틀리지는 올시즌 타율이 0.318이지만 겨우 22타수 7안타 뿐인 후보 선수다. MLB에서 뛴 경기가 172경기 밖에 안된다. 류현진으로부터 뽑아낸 홈런도 시즌 1호이자 통산 16호다.

투수들의 타율이 다른 타자에 비해 낮다고는 하지만 방심했다간 큰 코를 다친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필라델피아전에서 상대 선발투수였던 A.J 버넷에게 3안타를 허용했다. 28일 경기에서도 상대 선발투수인 호르헤 데라로사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고 이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류현진이 올시즌 투수를 상대로 한 피안타율이 무려 0.462이고 출루율은 5할에 이른다.

진 위원은 “한국 무대에서는 하위타순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MLB는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다”며 “강타자들이 줄을 잇는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피로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소년가장’으로 별별 경험을 다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보란 듯이 헤쳐나간 ‘강철 멘탈’의 소유자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마당에 로테이션을 거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나흘 휴식 후 등판에서도 ‘코리안 몬스터’의 위용을 보여줘야만 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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