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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40) '첫 우승' 우리카드 김상우, 김성근야구에서 찾는 '징글징글한 배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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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40) '첫 우승' 우리카드 김상우, 김성근야구에서 찾는 '징글징글한 배구'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0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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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언더독'의 반란을 위하여 "누가 봐도 징글징글해지는 강인한 팀 만들겠다"

[200자 Tip] 한 편의 드라마를 능가하는 반전이었다. 2014~2015시즌 V리그에서 독보적인 꼴찌를 한 뒤 시즌 후엔 모기업의 정책에 따라 구단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전임 감독은 중도 사임했고 팀 주축 선수는 다른 구단으로 몰래 트레이드됐다. 감독 자리는 있었지만 지휘봉을 잡기 망설여지는 팀, 바로 서울 우리카드 한새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전에 프로팀을 맡은 경력이 있는 김상우(42) 감독이 부임한 뒤 첫 출전한 KOVO(한국배구연맹)컵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팀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김 감독은 앞으로 우리카드를 어떻게 다듬어 나갈까.

[인천=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KOVO컵은 이제 추억이다. 머릿속에서 모두 지우고 지금부턴 V리그만 보면서 나아가자.”

지난달 20일 OK저축은행을 꺾고 청주-KOVO컵 우승을 차지한 뒤 휴가를 마치고 첫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에게 김상우 감독이 꺼낸 말이다.

▲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가운데)과 선수들이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승리를 뜻하는 'V자' 대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8년 우리캐피탈로 창단한 이래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우승의 달콤함은 접어뒀다. 이제는 팀 전력이 더욱 탄탄해지기 위해 기량을 쌓는 데 매진해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우리카드이기에 더욱 그렇다.

모교인 성균관대 사령탑을 지내다 지난 4월 우리카드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김상우 감독은 첫째도 훈련, 둘째도 훈련을 선수단의 과제로 내세웠다. 한계를 넘는 훈련을 소화해야만 더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지론이다. 물론 여기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상우 감독은 “구단이 든든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특히 인천 송림체육관을 장기 대여해 선수들이 마음 편히 훈련할 공간이 생겼고 근처 숙소까지 마련돼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웬만한 곳보다 여기가 훨씬 좋다.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하게끔 최신식 기계가 구비돼 있다”고 미소짓는다.

의욕이 없는데 훈련이 될 리 만무할 터. 김상우 감독은 지난 시즌 수많은 패배로 선수들이 스며든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봤다. 평소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하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끔 만들어내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해체를 하겠다는 구단이 지금 이렇게 바뀐 걸 보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수들도 KOVO컵 우승 이후 사기가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제는 구단이 먼저 ‘앞으로 절대 해체할 일은 없다’고 못박으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것 같아요. 곧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해외 전지훈련도 가요. 격세지감이죠.(웃음)”

▲ 김상우 감독이 오전 체력훈련을 마친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전체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전체'

하지만 우리카드가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다. 선수층이 매우 얇은 상황에서 개개인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아울러 조직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누구도 쉽게볼 수 없는 팀으로 변모해야 한다. ‘팀보다 나은 선수는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우리카드다.

김상우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조직력이다. 송림체육관 내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엔 ‘전체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전체’라는 글이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선수들이 몸을 만들다가도 이 말을 새기고 더 힘을 내줬으면 하는 김 감독의 바람이 담겨 있다.

김상우 감독은 “전체가 있어야 하나가 있는 거고, 내 자신이 있어야만 전체도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플래카드를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볼게요. 오늘 만약에 최홍석이 40점을 냈는데 경기에 졌다면 그냥 다 못한 거예요. 정말 다 필요 없어요. 그런데 모든 선수들의 공격성공률이 30%밖에 나오지 않아도 이겼으면 잘한 거예요. 저는 그런 배구를 하고 싶어요.”

현재 약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리카드가 리그에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한두 선수의 기량에 의지해선 안 된다고 봤다. 다른 팀과 객관적인 전력차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가 똘똘 뭉쳐야 시너지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누가 보면 ‘저것들 눈빛 봐.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할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상우 감독은 앞으로 우리카드를 다른 구단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성근 감독에게서 배운 '헝그리 정신'

김상우 감독은 구미 LIG손해보험과 성균관대, 우리카드 사령탑을 거치면서 완성돼 있는 자원들로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김 감독이 맡은 팀이나 선수 면면을 보면 우승권에 근접해 있기보다는 ‘언더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LIG손해보험 감독 때는 좌우 쌍포인 김요한과 이경수가 수술에 이은 재활로 팀에서 빠져 있었고 주전 센터 하현용도 군대에 가 있었다. 성균관대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도 서재덕, 전광인, 심경섭, 곽명우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졸업한 뒤였기에 최고의 전력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김상우 감독은 없는 살림 속에서도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다. LIG손해보험 감독 시절에는 2010~2011시즌 정규리그 4위에 오른 뒤 삼성화재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1승 2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언더독의 반란’을 유감없이 보여준 시리즈였다. 아울러 지난해 대학배구리그에서도 8승 2패로 3위를 차지하며 6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이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과 많이 닮은 부분이다. 김 감독은 전년도 최하위에 그쳤던 ‘외인구단’ 쌍방울을 1996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2002년엔 전년도 6위팀 LG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으며, 이전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SK를 2007년 부임 후 세 차례나 우승시켰다. 올해도 최근 6년 중 다섯 차례 꼴찌에 머무른 한화를 중위권으로 이끌며 ‘마리한화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고의 선수단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조직력과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비약적인 성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인정받고 있다.

물론 지도자 경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 두 감독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김상우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지도철학을 존중하고 이를 우리카드에 녹여내고자 한다.

“김성근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펑고 500개를 시키겠다고 결심하시면 그대로 하시는 분이에요. 그런데 선수는 300개도 채 하기 전에 지쳐 쓰러져 있거든요. 그러면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일어나서 해. 무조건 끝내’라고. 이런 추진력을 본받고 싶어요. 무언가 계획을 세웠으면 이게 맞든 안 맞든 그대로 밀고 가는 능력이요.”

▲ 김상우 감독의 올 시즌 V리그 목표는 우승이다. 그는 "모든 대회의 목표가 우승이 아니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지난 시즌 단 3승, 그럼에도 우승이 목표인 이유?

김성근 감독의 정신을 본받아 팀을 운영하고 싶다는 김상우 감독. 김성근 감독과 목표도 같다. 남의 시선이 어떻든 무조건 우승이란다. 김상우 감독은 KOVO컵 우승의 여세를 몰아 V리그에서도 챔피언 트로피를 들길 고대하고 있다.

“목표는 항상 우승입니다. 모든 대회의 목표가 우승이 아니라면 그건 좀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이고 목표의식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 V리그에서 3승(33패)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에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목표는 우승이에요.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웃음)”

우승만큼 중요한 것이 팀 컬러다. 장기적으로 우리카드란 팀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팀의 향후 운명이 결정된다. 강팀 이미지를 구축하며 지속적으로 봄배구를 하는 팀이냐. 현재 성적에 만족하며 그저 그런 팀으로 남느냐. 그 열쇠는 우리카드 선수단과 김상우 감독이 쥐고 있다.

김 감독은 “상대가 봤을 때 간단치 않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 누가 봐도 우리카드하면 ‘저 팀 상대하기 힘들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근성과 끈기가 있고 선수들이 호전적인 팀이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성적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맥 빠진 경기를 하지 않고, 0-3으로 져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고 강조했다.

김상우 감독이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는 글귀가 있다. 바로 ‘모든 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 세상 모든 만물이 자신의 안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김 감독이다.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 할 수 있고 자신감을 가지면 그만큼 결과가 나와요. ‘난 뭘 해도 안 돼’라고 단정짓는 순간 끝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도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쪽만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수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배구하길 원합니다.”

김상우 감독 프로필

△ 생년월일 = 1973년 7월 31일 / △ 출생지 = 서울 / △ 체격 = 194㎝ 92㎏
△ 가족 = 아내, 슬하 1남 1녀
△ 출신학교 = 청구초-대신중-대신고-성균관대-용인대 대학원
△ 주요 경력
- 삼성화재 배구단 선수(1995년∼2007년 7월)
- 구미 LIG손해보험 배구단 감독(2008년 6월~2011년 10월)
- MBC 스포츠플러스 배구 해설위원(2011년 10월~2013년 3월)
- 청소년대표팀 감독(2012년)
- 성균관대 배구부 감독(2013년 10월~2015년 4월)
- KBS N 스포츠 배구 해설위원(2013년 10월~2015년 4월)
- 서울 우리카드 배구단 감독(2015년 4월~)
△ 수상
-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동메달(1994년) / - 방콕 아시안게임 은메달(1998년)
- 슈퍼리그 베스트 6(1998년) / -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2002년)
- 체육훈장 백마장(2008년)

[취재후기] 팀의 청사진을 그릴 땐 자신감 넘치면서도 자신이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아니라고 겸손한 면모를 보인다. 코트 밖에선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으로 선수들을 다독이지만 안에서는 독사 같은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승부사 김상우 감독의 반전매력이 돋보이는 대목. 김 감독이 김세진 감독, 박미희 감독에 이어 해설위원 출신 지도자로서 성공사례를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KOVO컵대회 우승의 기세를 V리그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김상우 감독이 만들어갈 우리카드에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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