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뷰포인트] '기황후' 왜곡과 막장의 불편한 진실 '시청자 운다'
상태바
[뷰포인트] '기황후' 왜곡과 막장의 불편한 진실 '시청자 운다'
  • 박영웅기자
  • 승인 2014.04.30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박영웅기자] 인기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극이라는 옷'을 입고 출발했던 '기황후'는 방송 시작 전부터 역사 왜곡논란에 휘말렸다. 이런 이유로 기황후는 방송 종료일까지도 '사극'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지 못했다. 비난도 잇따랐다. 하지만 왜곡의 효과로 만들어진 극적 긴장감 때문인지 '기황후'는 마지막까지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줬다.

▲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 [사진=MBC]

◆'기황후'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 엄청난 인기

3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전일 방송된 '기황후' 마지막회는 전국 기준 28.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자, 최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중 손꼽힐 정도로 좋은 성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황후'는 역사 왜곡 논란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서도 이런 호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기황후'가 방송되기 직전인 지난해 9월~10월 사이. 일부 시청자들과 역사학계 관계자들은 기황후의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방송 저지를 외치기도 했다. 다른 일반 시청자들도 '기황후'의 역사 왜곡 논란을 접하고 싸늘한 반응을 이어나갔다.

누구도 '기황후'의 성공을 예측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황후'는 이를 보기 좋게 웃기라도 하듯 정통사극에서는 볼 수 없는 긴박한 전개와 출생의 비밀 같은 극적인 구성요소를 대거 집어넣으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빼앗았다. 시청자들은 왜곡을 알면서도 '기황후'를 보고 있었다. 기현상이었다.

이에 대해 타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고위관계자는 "'기황후'의 인기는 당연했다. '기황후'는 정통사극이 역사라는 진실을 통해 가진 무게감과 안정감을 그대로 빼먹고 그 위에 막장 요소가 들어있는 현대 물을 덮어 씌었기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청자들은 알면서도 재미에 당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  왕유(위)와 기황후 [사진=MBC 방송 캡처]

◆ '기황후' 무엇이 문제였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기황후'의 문제는 단연 역사 왜곡이었다.

드라마에서 '기황후'는 당시 세계 최강국이던 원나라에서 고려의 자긍심을 지키고 운명적 사랑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한 여인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실제 사서나 고증을 살펴보면 '기황후'는 고려의 자긍심이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한 여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국 고려를 핍박했고 정력 투쟁을 벌이며 원제국을 몰락의 길로 빠뜨렸다.

성균관 대학교 사학과 한 교수는 "'기황후'의 경우 어찌 됐든 고려의 공녀가 당시 최강국 원나라의 황후에 오른 것은 개인사적으로는 대단한 일이지만 이를 통해 얻은 힘을 갖고 조국 고려를 정벌, 정치적 내정간섭, 수탈 등을 일삼은 부분은 절대 우리에게 그녀를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기황후' 포스터 [사진=MBC]

'기황후'의 역사 왜곡은 실제 정사만 흔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드라마 내부에서 등장하는 가상 인물들과 막장 드라마에서나 쓰는 엉뚱한 스토리들이 난무했다.

우선 주진모가 연기한 왕유의 경우 처음 고려 역대 왕 중 패륜의 절정을 보여준 충혜왕을 '구국의 왕'으로 묘사하려다 비난이 거세지자 가상인물 왕유를 탄생시켰다. 드라마에서 왕유는 오로지 '기황후'만 옆에서 바라보는 로맨스 캐릭터였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트렌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심지어 출생의 비밀도 나왔다.

황제 타환(지창욱)의 정실 부인인 타나실리(백진희)가 키우던 태자 마아가 알고 보니 왕유와 기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이 때문에 왕유는 숨을 거둔다.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내용이다. 역사적이라는 말을 넘어서 막장드라마 소재로도 비난받는 출생의 비밀이 사극으로 포장된 드라마에서 나온 것이다. '기황후'의 이런 행동들은 분명 시청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청자들로 서는 재미와 역사 왜곡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기황후' [사진=MBC]

◆제2의 '왜곡 기황후'가 나와선 안된다

'기황후'와 같이 역사적 왜곡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드라마나 퓨전 사극들은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판단을 왜곡시킬 큰 우려가 있다.

'기황후'를 즐겨본 한 시청자는 "'기황후'를 보면서 '기황후'라는 인물이 좋은 사람 위인 인줄 착각했다. 심지어 왕유는 실존 인물인 줄 알았다"며 "이런 식의 드라마가 우리 국민들의 역사관을 헤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결국 '기황후'와 같은 왜곡 논란이 있는 드라마들은 방송차원이나 작가적 차원에서 이를 방지하고 고쳐나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역사적 눈과 귀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성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작가들이 당시 시대의 마인드가 오늘날과 다름에도 강제적으로 사극의 역사를 소재로 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며 "반드시 작가들은 해당 시대 사람들의 마인드와 가치관에 맞게 상상력을 발휘해야지 이를 벗어나면 분명 왜곡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dxhero@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