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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연대 열풍' 인종차별을 벗기고, 분노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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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연대 열풍' 인종차별을 벗기고, 분노를 먹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4.30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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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베스 행동에 지지, 트위터 등 SNS 통해 바나나 먹는 인증샷 게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다니 아우베스(31·FC 바르셀로나)의 이색적인 인종차별 대응 방법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수많은 동료 선수들이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트위터 등 SNS을 통해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인증하는가 하면 각계각층에서도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비고 있다.

아우베스는 28일(한국시간) 엘 마드리갈 스타디움에서 열린 비야레알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후반 30분 코너킥을 준비하던 도중 악성 팬이 던진 바나나를 까서 먹어치운 뒤 경기를 계속했다.

원숭이는 유럽 등에서 유색인종을 비유하는 조롱섞인 표현이며 이 가운데 바나나는 인종차별에 쓰이는 '소품'이다.

결국 바나나를 투척하는 것도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지하고 있는 인종차별 행위다. FIFA는 2006년 4월부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Say No to Racism' 캠페인을 8년 넘게 진행하고 있지만 뿌리깊은 인종차별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 다니 아우베스가 28일(한국시간) 비야레알과 경기에서 코너킥을 차기 직전 팬이 던진 바나나를 까서 먹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인종차별을 일삼는 유럽 축구팬들이 바나나를 이용해 상대 선수들을 조롱하는 것이 일상화됐을 정도다. 적발되면 평생 구장 출입을 금지하는 등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지만 그래도 축구팬들은 상대팀 선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도 조롱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강력한 의사를 표현해왔다.

케빈-프린스 보아텡(샬케04)은 AC 밀란에서 뛰던 지난해 연습 경기 도중 인종 차별 행위에 격분해 공을 스탠드로 차버린 뒤 경기장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당시 인종차별행위를 주도했던 팬들은 징역 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또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는 지난해 CSKA 모스크바와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 당시 인종차별 응원을 펼쳤다며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아우베스는 바나나를 먹는 독특한 행동을 보여줬고 이에 대해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변한 것이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다. 농담처럼 받아들이고 그냥 비웃을 뿐"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오히려 인종차별 팬들을 조롱한 것이다.

▲ 다니 아우베스가 인종차별 바나나를 까서 먹는 행동에 대해 수많은 축구 선수 동료들이 자신의 트위터 등 SNS을 통해 인증샷으로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네이마르(왼쪽 상단), 세르히오 아게로와 마르타(오른쪽 상단),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단(가운데), 마리오 발로텔리(왼쪽 하단), 바카리 사냐(오른쪽 하단). [사진=트위터 캡처]

바로 이것이 동료 선수들의 동참을 불러왔다.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네이마르는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는 모두 동일하다. 우리 모두 원숭이"라며 "인종차별은 안된다. 인종차별은 2014년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수치다. 만약 인종차별을 반대한다면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찍자"고 제안한 뒤 직접 사진을 올렸다.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는 브라질 여자축구선수 마르타와 함께 바나나를 먹었고 한때 파트리스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역시 팀 동료 쿠티뉴와 함께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올리며 아우베스를 지지했다.

자신에게 바나나를 던지면 차라리 그를 죽이고 감옥에 가겠다는 과격한 표현을 썼던 마리오 발로텔리(AC 밀란) 역시 귀엽게 바나나를 입에 무는 사진을 올렸다.

지동원과 홍정호의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FC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아우베스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며 선수들이 바나나를 먹고 있는 사진을 구단 공식 트웨터에 게재했다.

이런 행위는 종목을 초월한다. 잉글랜드의 유명 럭비 선수로 아버지가 트리니다드 토바고 태생인 대니 시프리아니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바나나를 먹는 인증샷을 올렸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우베스가 참아낸 것은 분노였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차별과 싸울 것이며 월드컵에서 차별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우베스에게 찬사를 보냈다.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와 세자르 프란델리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감독 역시 함께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찍어 아우베스를 격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브라질 월드컵 개막에 맞춰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어서 아우베스의 행동이 전세계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한편 비야레알 구단은 바나나를 던진 팬에 대해 평생 홈구장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며 바르셀로나 구단과 아우베스에게 공식 사과했다. 결국 진정한 승자는 아우베스였던 셈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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