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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다음해'에도 듣고 싶은 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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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다음해'에도 듣고 싶은 박정현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4.30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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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박정현(38)은 1996년 가수의 꿈을 이루고자 한국 땅을 밟았다. 2년 뒤 윤종신이 작사, 작곡한 '나의 하루'를 통해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한 그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 '편지할게요' '꿈에'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박정현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조명받아 최근 '싱크로퓨전' 프로젝트까지 활발한 활동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가고 있다.

▲ 박정현 [사진=블루프린트뮤직]

[스포츠Q 김나라기자] 박정현은 크고 작은 스캔들이 끊이질 않는 연예계에서 16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이렇다 할 굴곡 없이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하지만 그의 음악세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예측할 수 없다. 신보 '싱크로퓨전'으로 또다시 대중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역시 박정현'이라는 찬사가 들린다.

당초 박정현은 18일 '함께 하고 싶은 음악가들과의 싱크로! 정규 앨범에서는 풀어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퓨전'이라는 모토 아래 '싱크로퓨전' 프로젝트를 계획해 독특한 색깔을 가진 뮤지션 윤종신, 프로듀싱팀 팀89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시리즈 1탄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발매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손꼽아 기다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30일 오전 수록곡 중 '그 다음해'만 공개했다.

◆ 정규 앨범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싱크로퓨전' 프로젝트, 다음 타자는? 

"단순히 피처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콘셉트를 확실하게 정하고 시리즈로 계획했어요. 현재로써는 이번 프로젝트를 1년에 걸쳐 3차까지 진행할 생각이에요.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콜라보레이션을 선택했는데 다음 프로젝트도 피처링 음악과는 다른 차별점을 갖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돼요. 힙합분야의 가수와 작업해보고 싶은데 제가 그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많이 들어보고 찾아봐서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모던록 아티스트를 찾아서 할까 등이 지금의 숙제에요."

▲ 박정현 [사진=블루프린트뮤직]

박정현은 윤종신, 포스티노, 팀89 프로듀서들과의 '싱크로'를 통해 창의적인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그 다음해'를 완성했다. 오래 만나온 연인들이 영원한 만남을 약속하는 윤종신의 노랫말과 박정현이 하룻밤 사이에 만든 유려한 멜로디라인,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특히 '그 다음해'에는 비욘세, 필 콜린스, 샤키라, 플라시도 도밍고 등의 음반을 통해 5차례나 그래미를 수상한 실력파 엔지니어 마우리시오 게레로가 믹싱엔지니어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그 다음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공감을 얻지 못했어요. 제가 가장 오래 연애한 기간이 5년인데, 이게 10년 전이라는 먼 기억이라 와 닿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까 깊이 있는 가사 때문에 지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에요"

◆ "'10년 절친' 윤종신 선배와 함께 작업할 때가 됐어요"

박정현의 음악인생을 되짚어보면 싱어송라이터 겸 방송인 윤종신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앞서 박정현은 1998년 윤종신이 프로듀서를 맡은 데뷔앨범 '피스'의 타이틀곡 '나의 하루'를 통해 가요계에 입문했을 만큼 그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박정현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고의 노래로 데뷔곡을 꼽은 바 있다.

"윤종신 선배와 가깝게 지낸 지 10년이 넘었어요. 이쯤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제가 먼저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죠. 그냥 우리의 성격 그대로 만나 작업을 맞춰나갔어요."

▲ 박정현 [사진=블루프린트뮤직]

그는 윤종신과의 이번 협업을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나의 하루'를 녹음했을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으로서 대선배 윤종신에게 지도를 받는 입장이었다면 최근에는 그동안 활동하면서 쌓아온 경험, 고집 등에 인해 선후배 관계가 아닌 동료같은 분위기 속에 작업을 이어나갔다. 서로 달라진 모습에 흠칫한 두 사람은 관계를 재정비해 한 숨 돌린 다음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선배가 음악에 대해 '이건 돈이야'라고 농담하는데 아시다시피 실제 윤종신이라는 사람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신중한 사람이에요. 엄격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공들여서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제가 너무 자유롭게 가수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어요. 뭐가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간이 좋지 않을까요?(웃음)"

◆ '박정현표 발라드' 비결은

"지금까지 발매된 작품들을 봤을 때 음악적으로 제가 어떤 발전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이러한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저는 항상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여러분에게 '시도했다'고 말해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색다른 시도를 하는 거죠."

쉽게 말해 '오늘은 뭘 먹지, 지금은 뭐할까'라는 기분을 갖고 노래를 한다는 박정현. 단순한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직까지 좋아해 준다고 말하지만 '박정현표 발라드'는 그리 간단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중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박정현표 발라드라는 표현을 얼마 전에 알게 됐는데 깜짝 놀랐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R&B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노래를 배웠기 때문에 애드리브의 기교를 많이 보여줄 때도 있고, 담백하게 부를 때도 있는데 만약 박정현표 발라드라는 게 있다면 곡의 스토리 속 주인공이 제게 얘기해주는 대로 마치 연기자가 돼서 어떤 역할을 연기하듯, 애드리브를 조절하며 열창하는 거예요."

▲ 박정현 [사진=MBC]

박정현이 "원래 언더 쪽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애초에 인기 욕심이 없었어요."라고 언급한대로 그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는 별다른 욕심이 없어 보였다.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KBS 2TV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등에서 여타 가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가창력으로 대중에게 찬사를 받은 것치고는 담담한 모습이다. 높아진 인지도에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고.

"사실,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남의 눈치를 살피는 스타일이 아니라 불편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인기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스스로 더욱 움츠리게 되더라고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다음부터는 편해졌어요."

▲ 박정현 [사진=블루프린트뮤직]

인기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박정현은 자신의 활동 끝에서는 분명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영원히 남는 것은 음반 뿐이기에 음악인생을 뒤돌아 봤을 때 부끄럽지 않게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취재후기] 박정현은 "어느새 16년이 지났더라. 내가 이렇게 오래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축복을 많이 받으며 음악을 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축복을 받은 건 박정현이 아니라 그의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힐링'하는 나를 포함한 대중이라고 생각한다. 40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열정을 지닌 박정현이 부럽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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